2024년 2월 28일 헌법재판소는 임신 32주내 태아의 성별을 부모 등에게 알려주지 못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제20조 제2항에 대하여 재판관 6대 3으로 위헌결정하였다. 이로써, 소위 ‘태아 성별고지 금지제도’는 도입된 지 3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태아 성별고지 금지조항은 가부장적 사회문화의 부산물인 성선별 낙태현상에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입법동기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집행가능성과 실효성보다는 후견주의적 상징입법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 그리하여 제도 시행 후 입법배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의 탄력적 대응이 어려운 상태로 유지되어 오면서, 여러 헌법적 문제를 노정시켜 왔다. 이러한 구시대적 상징입법에 대하여 2008년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고, 국회가 2009년 개선입법을 하였으나 다시 헌법재판소에 심판청구되어, 2024년 위헌결정을 통해 효력이 상실된 것이다.
이 글은 2024년 헌법재판소의 2022헌마356등 결정에 대한 평석으로서, 2008년의 2004헌마1010등 결정을 태아 성별고지 금지조항에 대한 ‘선례 결정’, 평석대상인 2022헌마356등 결정을 ‘대상 결정’으로 하여, 양 결정에 전개된 일련의 법리와 판시내용을 개관한 후, 대상 결정의 평석을 진행하였다. 평석에서는 우선 태아 성별고지 금지조항의 후견주의적 상징입법으로서의 성격을 지적한 후, 대상 결정에서 범죄구성요건으로서의 명확성 위반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부모의 권리 외에 임부가 가지는 권리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논증하지 않은 점, 규범과 의료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법)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 그리고 비례성 심사에 있어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에 대한 실질적 검토가 미흡하였던 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아울러, 헌법불합치결정으로 개선입법을 기다리고 있는 낙태입법과 성별고지금지입법의 상관관계를 검토함으로써 이 글을 마무리하였다. 이 글에 개진된 여러 논점들이 현재 개선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의 낙태 관련조항의 개선방향에 유용한 착안점을 보태 주고, 향후 헌법재판의 이론과 실무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On February 28, 2024, the Constitutional Court of Korea ruled that Article 20(2) of the Medical Service Act, which prohibits doctors from letting parents know the sex of the fetus before the 32nd week of pregnancy, was unconstitutional by a vote of 6 to 3. As a result, the ban on the disclosure of fetal sex was abolished 37 years after its introduction. Despite the legislative intent to prevent sex-selective abortion, which was a byproduct of patriarchal society, the ban on the disclosure of fetal sex was not enforceable or effective, but paternalistic symbolic legislation. It thus remained difficult to respond correspondingly to transformative changes in the legislative background since its implementation, leading to various constitutional problems. In 2008, the Constitutional Court ruled that such outdated symbolic legislation was nonconforming to the Constitution and the National Assembly improved legislation, but it was appealed to the Constitutional Court again and finally struck down as unconstitutional in 2024.
This article reviews the Constitutional Court’s decision in 2024 (Case No, 2024Hun-Ma356). Prior to the review, it overviews the history of legislation of ban on the identification and disclosure of fetal sex, the Constitutional Court precedent in 2008 (Case no. 2004Hun-Ma1010), modified legislation, and the Court’s final decision in 2024. The article identifies restricting the disclosure of fetal sex as paternalistic symbolic legislation, and thus critically reviews the lack of clarity test on the punishable acts; the failure to properly recognize and discuss the specific rights of pregnant women in addition to parental rights; the lack of consideration of medical (legal) issues that may arise from the gap between norms and medical reality; and the insufficient proportionality test especially in the examination of the legitimacy of the legislative purpose and the suitability of the means. Lastly, the article also examines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law restricting the disclosure of fetal sex and abortion law, the latter of which is currently awaiting reform due to the Court’s 2019 decision that declared its unconstitutionality. I hope the analysis presented in this article will specifically provide useful ideas for improving the abortion law, which is currently under discussion, and will also contribute to the theory and practice of the Constitutional Court in gener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