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 막두 할매를 아시나요? 피란길에 부모님과 헤어진 어린 막두가 세월이 흘러 어느덧 할매가 되었습니다. 할매는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요? 무뚝뚝하면서도 다정하고, 유쾌하고도 익살스러운 자갈치시장 왕언니, 막두 할매를 만나 보세요.
왁자지껄, 시끌시끌한 자갈치시장에 막두 할매가 있습니다. “할매요, 도미 얼맙니까?” “싸게 줄게. 함 보소. 도미 싱싱하다.” “별론 것 같은데. 아가미가 덜 붉다. 살도 덜 탱탱하고.” “아이구, 당신보다 싱싱하요! 안 살라면 그냥 가이소, 마!”
“내 육십년 가까이 장사한 사람이요. 거짓말 안 하요! 사지도 않을 거면서 멀라꼬 도미만 꾹꾹 눌러 쌌노!”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할매는 속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왔나! 오늘은 뭐 줄까?” “글쎄..., 뭐가 좋을까요? 울 어매가 요즘 밥도 통 안 먹고, 옷에다 똥도 싸고 힘드네요...” “그기 치매도 치매지만 기운이 떨어져 그런 기다. 광어 큼지막한 놈으로 하나 가가 미역 넣고 푹 고아 드려라. 도미 이거는 그냥 줄게, 소금 뿌려가 꾸어 드리고.”
그런 할매가 무서워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60여 년 전, 부모님을 찾아 헤매던 영도다리 위에서 마주친 거대한 벽. 그그그그그, 육중한 소리를 내며 일어서 어린 막두의 앞길을 가로막던 괴물 같은 다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막두는 전쟁 통에 가족과 헤어진 피란민 아이였습니다. 혹시 헤어지게 되면 부산 영도다리를 찾아오라는 엄마의 말대로 걷고 또 걸어 그곳을 찾아왔건만 끝내 가족을 찾지 못하고 거대한 벽 앞에 섰던 어린 소녀.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막두는 영도다리가 보이는 자갈치시장에 자리를 잡고 생계를 이어가며 틈날 때마다 다리를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종소리가 울리면 달아나듯 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심장이 쿵쾅거려 그 거대한 벽을 마주볼 수 없었습니다. 십년, 이십년, 삼십년...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막두는 아지매가 되고, 할매가 되었습니다. 어린 막두의 앞을 가로막던 영도다리는 언제부턴가 올라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티브이에서 영도다리가 다시 올라간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아이고야, 얼마만이고... 저게 지금도 그렇게 무섭을까? 내일 개통식에 가서 직접 한번 봐 볼란다.’
그때처럼 사람이 구름 같이 모여 있었습니다. 할매는 한쪽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습니다. 땡그랑, 땡그랑! 종이 울리고 이윽고 그때처럼 그그그그, 다리가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할매는 이제 무섭지 않았습니다. 눈을 크게 뜬 채 끄덕끄덕 올라가는 다리를 똑바로 쳐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