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협력의 시작부터 탄소시장의 의미와 목적, 운영 원리까지, 쟁점과 논란이 많은 국제 탄소시장을 꼼꼼하게 분석해 대한민국의 대응 전략을 전망하는 책이다.
현대 사회는 탄소 문명이다. 일상생활부터 산업까지 현대 사회는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로 움직인다. 화석연료를 연소하면 필연적으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변화의 원인이다. 기후변화를 완화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 이는 곧 경제 활동을 규제하는 셈이 된다. 온실가스는 어디서 배출하든 동일하게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뒤집어 말하면 어느 곳에서 줄이든 똑같이 온실효과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가장 싼 곳에서 줄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온실가스를 비용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쪽과 배출권이 필요한 쪽, 수요와 공급이 있으니 탄소시장이 형성된다.
대한민국에게 국제 탄소시장은 선택지가 아니다.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대한한국의 제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은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이다.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제조업 중심의 대한민국은 온실가스를 줄일 여지가 적다. 국내 산업 여건상 스스로 줄이기 어려우니 다른 데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탄소시장에 대한 인식은 더 넓어져야 한다.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이어온 국제협약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일상이 되었다. 기후변화는 모두의 문제임에도 막상 행동해야 하는 순간에는 누구의 문제도 아닌 것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탄소시장》의 1부 ‘지구환경문제와 국제적 대응’에서 저자는 그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지구가 인류의 공공재이자 공유재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공유지의 비극, 행동은 하지 않고 무임승차해 결과만 누리고 싶은 집단행동의 논리, 그리고 협력보다는 사익을 추구하려는 죄수의 딜레마. 2부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온실가스의 특성과 배출 경로, 감축 방법과 배출의 경계(스코프)까지 상세하게 설명한다. 국가를 넘어 기업 그리고 소비자의 가치 선택 또한 온실가스 감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에 대한 이해로 탄소시장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 후 3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탄소시장이 구체화된다. 3부 ‘국제 탄소시장’에서는 일반 시장의 작동 원리에 비춰 탄소시장이 무엇을 거래하는지, 목적은 무엇인지 살핀다. 4부 ‘국제 탄소시장의 근거’에서는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의 협약문을 중심으로, 5부 ‘파리협정의 국제 탄소시장’에서는 파리협정 협약문을 중심으로 국제 탄소시장의 의미와 쟁점을 파악한다. 6부 ‘파리협정 탄소시장의 세부이행규칙’에서는 현재 국제 탄소시장의 근거인 파리협정 제6조 탄소시장의 운영방식을 상세히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7부 ‘국제 탄소시장과 대한민국’에서는 국제 탄소시장이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영향을 가늠하며 이를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를 담았다.
책을 집필하고 제작하는 것 또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행위이기에 가능한 지구에 영향을 덜 주는 책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탄소시장》의 저자 수익금은 모두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기부될 예정이다. 재생 펄프와 비목재 펄프 함량이 높은 종이를 사용해 책을 제작했으며 표지에는 비닐 코팅과 띠지를 생략했다.
책속에서
대한민국은 온실가스를 줄이기가 정말 어려운 나라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P. 18] 지구환경문제의 근저에 세계경제체제가 있다. 20세기의 새로운 경제 질서 아래서 각국의 경제는 급속히 성장했고 동시에 자본과 상품이 자유롭게 이동했다. 그 결과 천연자원의 고갈과 광범위한 환경오염으로 이어졌다. 선진국은 자국의 오염 산업을 제3세계 국가로 옮기고, 그 곳에서 싸게 만든 상품을 대량으로 소비해왔다. 처리하기 성가신 폐기물은 또다시 가난한 나라에 떠넘겼다. 그렇게 선진국에서 쓰다 버린 의류, 가전제품, 자동차 등이 자원 재활용을 핑계로 개발도상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멀쩡한 옷이 산처럼 쌓이고 불타거나 방치되고 있다. 환경오염의 외부 효과가 지구 차원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 1부. 지구환경문제와 국제적 대응
[P. 74] 탄소시장의 관점에서,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어디서 배출하든 동일하게 온실효과를 일으킨다고 했으니 뒤집어 말하면 어느 곳에서 줄이든 똑같이 온실효과가 줄어든다. 그렇다면 가장 싼 곳에서 줄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한 나라 안에서도 그렇고 지구적으로도 그렇다. 거래를 허용함으로써 감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구적 관점에서는 누가 배출하고 누가 줄이느냐보다 배출되는 ‘총량’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 2부. 기후변화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