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표제: Red Valkyries : feminist lessons from five revolutionary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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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자들에게 / 저자 서문 / 주요 사건 연표 프롤로그_부르주아 페미니즘, 그 불편함에 대하여 첫 번째 발키리 전설의 저격수_류드밀라 파블리첸코(1916~1974) 두 번째 발키리 혁명의 아이콘_알렉산드라 콜론타이(1872~1952) 세 번째 발키리 진보적 교육자_나데즈다 크룹스카야(1869~1939) 네 번째 발키리 뜨거운 심장_이네사 아르망(1874~1920) 다섯 번째 발키리 글로벌 여전사_엘레나 라가디노바(1930~2017) 에필로그_미래의 레드 발키리를 위한 아홉 가지 조언 감사의 글 / 고드시가 추천하는 더 읽어보면 좋을 책 / 주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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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역사는 ‘성공한 미즈 모노폴리’만 기억하지만, 5인의 레드 발키리는 ‘모두를 위한 해방’을 꿈꿨다! 이들은 저격수, 혁명가, 교육자, 정치가, 과학자로서 각기 다른 삶을 살았으나 같은 목표를 지향했다! 현대 페미니즘의 흐름 속에서 ‘걸보스(Girlboss)’라는 개념은 성공한 여성 CEO, 기업가, 리더를 롤모델로 제시하며 여성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라(Lean In)’고 외친다. 그러나 이 논리는 여성 개인이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어떻게 더 나은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뿐, 불평등한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레드 발키리』는 이 질문에 대한 혁명적 대답을 던진다. 우선 이 책은 단순한 여성 혁명가들의 전기를 다룬 것이 아니다. 크리스틴 R. 고드시는 『왜 여성은 사회주의사회에서 더 나은 섹스를 하는가』(2021, 이학사)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저자로서 1990년 국가사회주의의 붕괴에 따른 희망과 정치·경제적 혼란을 목도하면서 이 같은 체제 전환이 보통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 연구해 왔다. 이 책은 그녀가 서구 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동유럽 사회주의 여성 활동가 다섯 명의 삶을 통해 ‘성공한 소수 여성’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연대와 해방을 고민한 여성들의 투쟁을 조명한 저작이다.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최초의 여성 외교관이자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기둥이었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진보적 교육자 나데즈다 크룹스카야, 뜨거운 심장을 지닌 혁명가 이네사 아르망, 그리고 불가리아 최연소 여성 파르티잔이었던 엘레나 라가디노바. 이들은 한 개인이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웠다. 그들이 주창한 여성 해방은 단순히 여성 CEO가 늘어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여성들이 출산과 노동을 병행하며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가사노동이 공적으로 분배되고 돌봄의 부담이 공동체 전체로 나누어지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었다. 오늘날 ‘린 인(Lean In)’이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페미니즘과 걸보스 페미니즘은 여성 개개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지만, 이는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전히 여성들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불안정한 일자리와 돌봄 노동의 책임을 떠안고 있으며, 소수의 여성만이 자본가로서 성공하기 때문이다. 『레드 발키리』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여성들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해방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서구 페미니즘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역사적 역할과 성취, 즉 여성 노동, 출산, 육아,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실질적 정책과 혁신적 실천을 다룸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전설의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309명의 적을 사살한 그녀는 단순한 전쟁 영웅이 아니었다. 류드밀라 파블리첸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성공적인 여성 저격수로 기록된 인물이다. 소련군의 저격수로서 309명의 적을 사살하며 ‘죽음의 여왕(Lady Death)’이라 불렸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단순한 전쟁 영웅 서사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을 순회하며 여성들의 적극적인 전쟁 참여를 촉구했던 그녀는, 단순한 군인이 아니라 여성의 역할과 능력을 입증한 혁명가였다. 여성은 남성과 같은 총을 들고 싸울 수 있으며, 능력이 있다면 결코 후방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파블리첸코의 이야기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는 팩트를 넘어 여성이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혁명의 아이콘,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거부한 최초의 여성 정치인 알렉산드라 콜론타이는 세계 최초의 여성 외교관이자, 여성 노동자들의 해방을 위한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다. 그녀는 기존의 부르주아 페미니즘이 엘리트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여성의 해방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과 계급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소련 최초의 사회복지 인민위원이 되어 유급 출산휴가, 탁아소, 공공 보육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주장하며 ‘사랑의 해방’을 외쳤다. 그러나 그녀의 급진적인 사상은 스탈린 시대에 철저히 배척당했고, 역사 속에서 점차 지워졌다. 그녀의 이야기는 부르주아 페미니즘을 넘어서 여성 노동자의 해방과 계급 문제를 함께 고민한 혁명적 사상가의 삶, 그리고 성적 해방과 자유연애를 주장하며 여성의 자율성을 강조한 급진적 사상가의 삶을 드러낸다. 오늘날 그녀의 사상은 여성 해방이 단순한 ‘자리 차지’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이라는 측면에서 그 가치와 의미가 재발견되고 있다. 진보적 교육자, 나데즈다 크룹스카야 “여성이 교육받을 권리가 없다면, 혁명도 없다”고 말한 나데즈다 크룹스카야는 흔히 레닌의 동반자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물이다. 러시아에서 최초로 문맹 퇴치 운동을 주도한 혁신적인 교육자였고, 혁명 이전부터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싸웠으며, 혁명 후에는 소련의 공공 교육 시스템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오늘날과 달리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한 일부 노동자가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한편 유휴 상태에 있거나 실직한 노동자, 혹은 노동자가 절망적으로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더는 보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 사회가 약자, 병자, 노인을 돌볼 것입니다. (…) 사람들은 병에 걸려도 가족이 빈곤에 빠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을 강하고 건강하며 지혜롭고 유용한 시민으로 길러내는 일을 책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는 그녀의 글은 그 어떤 시보다도 감동적이다. 크룹스카야의 이야기는 교육이 단순한 학습 과정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주었는데, 이는 교육 기회가 여전히 불평등한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충분히 되짚어볼 부분이기도 하다. 뜨거운 심장, 이네사 아르망 이네사 아르망은 “여성 노동자의 해방 없이는 혁명도 없다”고 외친 볼셰비키 혁명 정부 최초의 여성 지도자였다. 그녀는 여성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련 최초의 여성부(젠더 정책 담당 기관)를 설립했다. 아르망은 단순히 여성들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담을 혼자 지는 한, 진정한 해방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보육 시스템, 무료 급식, 가사노동의 사회화를 추진하며, 여성들이 노동과 가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아르망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점은 그녀가 단순히 여성의 노동 참여를 주장한 것이 아니라 여성이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돌봄 노동과 가사노동을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진보적인 정책 비전은 오늘날 여성의 ‘워킹맘’ 문제와 맥이 닿아 있다. 즉 여성이 직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회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급진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글로벌 여전사, 엘레나 라가디노바 “여성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다. 저항할 수 있다.”고 외친 엘레나 라가디노바는 불과 14세에 나치에 맞서 싸운 불가리아 최연소 여성 파르티잔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저항운동에 참여하며 독재에 맞섰고, 이후 불가리아 여성운동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녀는 단순한 투사가 아니라, 농업 개혁과 여성의 노동 환경 개선을 이끈 과학자이기도 했다. 여성들이 ‘일할 권리’를 보장받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역 식당 운영과 방과후 동아리 프로그램 등의 정책 제안은 요즘 한국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가디노바의 이야기는 여성은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저항하고 싸울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과학과 정치 및 혁명을 넘나들며 사회적 변화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존재라는 각성을 촉구한다. 누가, 왜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은 무엇보다 자본주의적 페미니즘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 즉 ‘린 인(Lean In)’ 페미니즘, 걸보스 담론이 과연 모든 여성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가진 독자, 소수 여성의 성공이 아니라 여성 전체의 해방을 고민하는 새로운 관점을 원하는 독자, 그리고 여성 노동·돌봄·사회 구조적 불평등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돌봄 노동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즉 여성의 노동권과 육아, 가사노동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문제시하여 새로운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소외된 노동자와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즉 ‘자본주의가 답일까?’라는 고민 아래 대안적 사회 모델을 모색하고 싶은 사람, 역사 속 여성 혁명가들에게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 여성들이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투사이자 개혁자였음을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레드 발키리』는 단순한 혁명가들의 전기가 아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들어온 ‘성공한 여성’의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여성도, 어떤 계급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꿈꾼 여성 혁명가들, 진정한 ‘레드 발키리’들의 이야기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남성 중심의 서사와 사회구조 및 자본주의적 페미니즘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속에서
오늘날, 우리는 우리보다 앞서왔던 여성들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실은 헌신적인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였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들은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라는 이 상 속에서, 경직된 전통으로부터의 독립과 자유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해방의 꿈은 여러 세대의 여성들에게 자신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영감을 주었습니다. 현재 우리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전염병, 전쟁, 그리고 다가오는 기후 재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에 의해 더욱 가속화된 독재적 가부장제가 부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때 번영했던 민주주의는 부의 불평등, 사회적 고립, 그리고 외로움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권자들은 초부유층(hyper-rich)의 특권을 보존하기 위해 설계된 체제에서 살아가며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 중 일부는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기생충>과 같은 영화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드라마는 인간의 가치가 은행 계좌의 크기로 측정되는 현대 삶에서의 비인간화와 소외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 그렇다면 왜 귀중한 시간을 들여 오늘날 러시아, 우크라이나, 그리고 불가리아의 사망한 여성 활동가들에 대해 읽어야 할까요? 이 책을 쓰는 동안 저 스스로도 이 질문을 자주 던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상징적인 여성들의 전기를 접하는 것이-각각이 20세기 여성 권리의 궤적을 성공적으로 형성했던 이들-모든 세대의 여성 활동가들이 직면했던 도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_<한국의 독자들에게> 중에서
Ms. Monopoly 버전의 모노폴리 보드 게임에 나오는 모든 부동산은 여성들이 개발하거나 디자인한 발명품과 제품으로 대체되었다. 브로드웨이와 파크 플레이스를 소유하는 대신, 플레이어는 초콜릿 칩 쿠키나 줄기세포 분리기술을 구매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성으로 정체화한 플레이어는 출발점을 지나갈 때 240달러를 받는 반면, 남성 으로 정체화한 플레이어는 200달러만 받는다. 이를 두고 해즈브로는 Ms. Monopoly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최초의 게임”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걸보스 페미니즘은 대다수 여성이 자수성가한 투자 전문가가 되거나 경제 엘리트에 진입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간과한다. 현실의 대다수 여성에게는 기회, 인맥,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여성 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는 광범위하지만, 성 불평등으로 인한 부담은 특히 저소득층, 이민자 커뮤니티, 유색인종 커뮤니티에 불균형적으로 가중된다. 나의 할머니는 1947년 푸에르토리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2년 뒤인 1949년에 어머니를 출산했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할머니는 뉴욕시 의류 공장에서 재봉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하지만 어떠한 형태의 사회적 지원이나 신뢰할 수 있는 육아 지원을 받지 못했기에 (나의) 어머니를 푸에르토리코 사바나 그란데에 있는 (어머니의) 할머니와 함께 살도록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상황이 변해 다섯 살이 된 어머니가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가톨릭 신자인 할머니는 어머니를 뉴저지 뉴어크에 있는 세인트 루시 학교로 보냈다. 그곳은 침례교 수녀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이었다. 어머니는 13살이 될 때까지 8년간 그곳에서 살았다. “할머니는 돈이 있어야 나를 보러 올 수 있었기 때문에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오시곤 했어.”라고 올해 72세가 된 어머니가 최근 문자 메시지를 통해 털어놓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몸이 좋지 않거나 탈 것이 없으면 몇 달 동안 오지 않으신 적도 있었지.” 나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2021년 9월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어머니의 어린 시절을 두고 다투곤 했다. 어머니는 자신이 버려졌다고 여겨 이를 원망하며, 세인트 루시에서의 삶에 관해 묻자 눈물을 흘리며 무너졌다. 반면, 할머니는 어머니를 수녀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하이츠에서 함께 사는 것보다 더 나은 삶과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어 머니는 할머니의 선택을 비난했지만, 할머니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게 한 당시 사회 시스템을 탓했다. _<프롤로그> 중에서
소련군 내 여성들은 독일군에 의한 강간, 고문, 살해 위협 외에도 아군 남성들로부터 만연한 성차별과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예를 들어보자. 715연대 소속 저격수 여성 부대는 전선에서 복귀하자마자 본부 마룻바닥을 닦으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들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맞섰다. 남성 상관들은 피로가 누적되었든 말든 청소는 여성이 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명령을 내렸을까? 명령에 불복종한 여성 대원들은 막사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다. 그러자 야전 취사장에 있던 여성들이 연대의 의미로 여성 대원들에게 남성 병사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나은 음식을 제공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한 무리의 여성 저격수들이 48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격렬한 전투를 벌인 뒤 임시 막사로 돌아왔을 때다. 갑자기 한 병사가 나타나더니 부소대장에게 이상한 명령을 하나 전달했다. 내용인즉 여성 저격수 두 명을 보내 (남성) 장교가 머무는 내무반 바닥을 닦으라는 것이었다. 여성 저격수들도 남성들과 나란히 최전선에서 싸웠다. 하지만 남성 장교들은 여전히 청소는 마땅히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부소대장은 명령을 거부했다. 불복종한 죄로 그녀는 5일간 근신하라는 명을 받았지만, 상급 장교가 이를 번복하여 부소대장은 겨우 막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소련 여군들에게는 성희롱과 성폭행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소위 ‘연애 감정’을 가진 소련 남성들이 (여성들의 의사와 관계 없이) 여성 전우들을 공격하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병사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개발해야 했다. 파블리첸코도 마찬가지였다. _<전설의 저격수 류드밀라 파블리첸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