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자 감각을 일깨우는 시적 초대다.” - 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탄소로 다시 쓴 21세기 『종의 기원』! 생명의 기원, 농업 혁명, 질병 치료, 신물질 개발, 나노 기술까지 탄소가 이룩한 138억 년의 대장정을 이 한 권에서 만난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폴 호컨의 신간 『탄소라는 세계』가 출간되었다. 탄소가 기후위기의 원인이라는 상식을 근본부터 뒤흔드는 이 책은 탄소를 더 이상 ‘범죄자’가 아닌, ‘생명의 창조자’이자 ‘새로운 세계로의 안내자’로 바라보는 전복적인 시선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폴 호컨은 지구상 가장 다재다능한 원소인 ‘탄소’라는 렌즈를 통해 생명의 흐름을 탐구한다. 그는 식물과 동물, 곤충과 균류, 음식과 농업 등 우리 행성의 역사를 가로지르며 생명체들이 탄소를 매개로 얼마나 정교하게 얽혀있는지를 한 편의 산문시처럼 풀어낸다. 더 나아가 나노 기술의 탄생부터 지구온난화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에 이르기까지 탄소가 앞으로 인류에게 선사할 새로운 세계의 모습으로 우리를 이끈다. 우리 모두가 탄소로 이루어져있다는 것, 그리고 탄소 덕분에 죽은 암석 덩어리에 불과했던 행성에서 눈부신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다는 사실로부터 우리는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그리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해법은 탄소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것부터” — 탄소 중립, 탈탄소화, RE100이라는 논의 뒤에 가려졌던 지구상 가장 다재다능한 원소, 탄소의 진면목을 만나다
탄소(carbon)는 그동안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탄소 중립을 핵심 국정 계획으로 내세우고 기업들은 탈탄소화를 신세계로 향하는 비전처럼 여기는 등 현대 사회는 탄소가 해로운 원소라는 오랜 프레임에 갇혀있다. 『탄소라는 세계』의 저자 폴 호컨은 탄소에 대한 이런 오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렇게 말한다. “탄소는 생명의 모든 자취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학자이자 제작자다.” 지난 60여 년 간 환경운동의 최전선에서 ‘녹색 구루’라 불려온 그는 모든 생명체가 단 한 종도 예외 없이 탄소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짚어내며, 탄소가 생명력으로 가득한 지구를 만든 과정을 한 편의 서사시처럼 풀어낸다. 『탄소라는 세계』는 탄소에 대한 오해를 풀고 생명의 창조와 번영의 핵심 물질로서 탄소의 역할을 되짚는 책이다. 저자는 생태학자, 물리학자, 균학자, 생명윤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를 살펴본다. 생명의 기원에서 시작해 나노 기술, 기후위기 안에 담긴 탄소의 진짜 모습을 들려준다. 화학, 생물학, 물리학, 지구과학, 환경공학을 아우르며 탄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단 한 권으로 집대성한 이 책은 탄소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완전히 깨뜨린 후 처음부터 다시 세우는 데서 나아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완전히 새로운 시선까지 제시하고 있다.
“모든 것은 한 줌의 탄소에서 시작했다” — 생명의 기원부터 농업 혁명, 질병 치료, 신물질 개발, 나노 기술까지 탄소로 다시 쓴 21세기 『종의 기원』
저자는 때로는 태초의 지구와 숲으로 안내하는가 하면 때로는 첨단 과학의 연구실로 독자를 이끌며 탄소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뤄진 세계의 모습을 촘촘히 직조해 나간다. 마치 탄소로 다시 쓰는 『종의 기원』처럼, 저자가 인도한 그곳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건 지구상 모든 생명의 창조자이자 새로운 세계의 안내자로서 탄소의 진면목이다. 탄소 자체는 생명이 없는 무기물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모든 생명은 그 한줌의 무기물에서 시작했다. 핵반응이 종료된 별이 붕괴하며 초신성으로 흩뿌려진 탄소 파편들은 다른 원소들과 수억 년 간 고열로 압축되면서 지구를 만들었고, 이내 모든 생물의 세포의 시초인 세균과 고세균을 탄생시켰다. 세균과 고세균이 융합하며 세포핵을 지닌 진핵생물이 되었고, 진핵생물은 이윽고 모든 동식물을 비롯해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했다. 폴 호컨은 오늘날 생명체들의 호르몬과 DNA, 손톱과 장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탄소 기반 물질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모든 생명은 탄소라는 같은 뿌리를 둔 셈이라고 말한다. 탄소의 신비로움은 생명의 탄생뿐만 아니라 번영까지 관장한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인류 발전의 분기점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탄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탄소가 품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독일의 과학자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가 암모니아 비료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탄소 비료는 농업 생산량을 기존의 2~3배라는 폭발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음식이 남아도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8장) 미래를 방불케 하는 기술이라는 찬사를 받는 나노 기술 역시 ‘풀러렌fullerene’이라는 탄소 분자에서 태동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탄소 원자 60개로 구성된 풀러렌은 몸속의 원하는 부위에만 약물을 방출할 수도 있어 에이즈 등의 항바이러스제로 쓰이고 있으며, 풀러렌에서 파생된 나노튜브는 강철보다 100배 단단하면서 무게는 6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의료, 항공 우주, 전자공학 등 수십 가지의 산업 분야에서는 없어선 안 될 물질로 자리 잡았다.(7장)
“탄소의 흐름을 끊은 유일한 종, 호모사피엔스” — 생태 다양성의 위기와 급감하는 탄소 흡수율,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앞당기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단연 기후위기다. 탄소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며, 국제기구와 정부들은 탄소 배출량 감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기후위기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까? 폴 호컨은 닫힌 물질계인 지구에서 탄소의 절대량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하며, 탄소 배출량의 증가만이 기후위기의 원인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는 그러면서 ‘탄소의 흐름’을 지목한다. 탄소는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흐른다. 공기 중의 탄소는 식물과 바다로, 다시 토양으로 이동한다. 지구 전체를 순환하며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바다는 연간 20억 톤의 탄소를, 아마존과 아한대림을 비롯한 거대림 역시 매년 수십만 톤의 탄소를 흡수한다. 균근학자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곰팡이의 경우 연간 132억 톤을 빨아들이는데, 이는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양과 비슷하다. 하지만 수십억 년 동안 지구를 지탱하던 탄소의 흐름은 인간에 의해 끊어지고 있다. 저자는 식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분별한 벌목으로 나무 6종 중 1종이 멸종 위기에 빠지고, 살충제와 제초제로 곤충 세계 붕괴가 붕괴하며 꽃가루받이가 줄어든 현실을 고발한다. 흡수되지 못한 탄소는 공기 중에 그대로 남아 지구를 덮고 있다. 오늘날 기후위기에 대한 논의를 인간이 끊어버린 탄소의 흐름을 다시 이어 붙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탄소는 인간에게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탄소는 미생물을 호모사피엔스로 진화시켰고 수렵채집인들에게 농업 혁명과 나노 기술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여섯 번째 대멸종의 날을 앞당기고 있다. 저자는 자연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드러내며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자연을 복원하려는 인류, 신이 아닌 산파가 되어야 한다” — 탄소 포집 기술, 생명 크레딧 시장, UN협약이 아닌 자연의 재생력에서 찾은 기후위기의 진정한 해답
폴 호컨은 생명윤리학자 멜라니 챌린저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스스로 알아서 잘 살아가는 생명을 죽이면서, 우리 입맛에 맞게 생명을 설계하려고 시도한다.” 호모사피엔스는 그동안 마치 신처럼 지구와 동식물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 공기 중의 탄소 농도가 높아졌을 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대신 탄소 포집기를 개발했고, 숲이 황폐화되면 벌목을 멈추는 대신 나무를 더 심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오만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우리에게 남은 건 더욱 망가져버린 지구였다. 저자는 ‘탄소의 춤(생명에 내제된 끊임없는 재생)’을 언급하며 기후위기의 진정한 해답은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이 아닌, 자연의 재생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호컨이 이 책에서 말하듯 자연은 나무를 심지 않는다. 땅이 비옥하다면 나무는 저절로 자라기 마련이다. 마치 신처럼 자연에 개입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생명이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산파가 되었을 때 인간은 비로소 자연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 탄소의 모든 것을 다룬 이 책은 탄소에 대한 지식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줄 것이다.
책속에서
탄소는 에너지를 포획하고 기억을 저장하는 분자 사슬을 형성한다. 우주에서 오로지 이 원소만이 그렇게 할 수 있다. 탄소는 나무, 세포, 조개껍데기, 호르몬, 세포소기관, 눈썹, 뼈, 박쥐 날개에 구조적 틀도 제공한다. 탄소는 생명의 모든 자취에 활기를 불어넣는 공학자이자 제작자, 분자 행위자다. 탄소는 산호초에서 코뿔소, 식물에서 행성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모든 것을 조직하고 조립하고 만든다. 생명을 감싸고 보호하는 가죽, 비늘, 막은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 「2장. 탄소는 흐른다」 중에서
수백 광년에 걸친 이 거대한 먼지구름은 강력한 자외선으로부터 원자 육아실을 보호하며, 수억 년 동안 우주를 여행하면서 흩어진 원소들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분자들을 만들어낸다. 이윽고 성간 구름은 중력의 영향으로 가스, 먼지, 조약돌로 이루어진 복잡한 소용돌이를 형성한다. 압축시키는 중력의 회전력이 점점 커지면서 새로운 태양이 될 납작한 원반이 형성되고, 그 주위를 에워싸면서 도는 다양한 부스러기들의 혼합물은 이윽고 뭉쳐서 행성이 된다. 우리는 죽은 별의 후손이며, “텅 빈 공간과 고대의 전기로 이루어진 묶음, 양성자와 중성자와 공중제비를 넘는 전자를 지닌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양의 원자들”이다. 별은 별을 낳는다. 그리고 우리도. - 「3장. 탄소의 탄생」 중에서
세포에는 끊임없이 상호작용 하는 분자가 조 단위로 들어있다. 미생물이든 바다소든 간에, 모든 생물의 세포는 탄소의 온상이다. 세포에 든 분자들은 생명이 없으며, 뒤얽힌 복잡한 세계를 구성하는 대사 도구metabolic tool들이다. 하나의 세포에 들어있는 수조 개의 무생물 분자들이 어떻게 유정성을 띠게 될까? 이 분자들 중 어느 것도 살아있지 않지만, 세포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이는 아직 설명되지 않은 현상이다. - 「4장. 생명이란 무엇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