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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메모가 있었다

메모의 발명
기록, 인쇄, 출판
르네상스-인간, 보편적 천재
레오나르도는 메모를 발명했는가?
조망의 발견
메모, 기억, 망각 - 메모에 관한 이론 1
정신, 몸, 메모 - 메모에 관한 이론 2
“우리는 그것을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

메모로 생각하기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받아 적을 것을 요구하다
메모, 수기 원고, 타자 원고
축구의 정신으로부터 탄생한 쪽지 - 메모에 관한 이론 3
비트겐슈타인과 함께 극장 가기 - 메모에 관한 이론 4
사적인, 널리 알려진, 광적인
마지막 쪽지

손으로 쓰인 책
명상과 두더지 털가죽
손, 필체, 자신
미헬 또 너냐: 가계부, 연습장, 공책
바로크 시대의 자기 글쓰기
우둔함, 산만함, 무성의, 궤변, 서투름, 재치
목록에서 책으로 - 메모에 관한 이론 5
책과 함께 실험하기
텅 빈 메모장

상자 속의 메모
메모지의 악몽
메모 상자 발췌
독해의 기술에서 관리의 기술로
색인 카드화 작업의 야생 형태
데이터 삭제

벽에 쓴 메모
그래피티, 벽, 손
보론: 힙합의 철학
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 메모에 관한 이론 6
빈 궁전 이름 쓰기 학파 또는 15분의 유명세
“천천히!” 고대의 낙서
벽에 쓰인 뉴스: 악타 디우르나
말하는 조각상

밟을 수 있는 메모
마루판 밑의 비밀
호헨트빌
창고, 감옥, 벽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틀리에
삶을 메모하다

커뮤니케이션은 흐른다
은행 강도
디지털 시대의 메모
커뮤니케이션은 흐름 속에 있다

주석
도판 목록
참고 문헌
색인

이용현황보기

메모의 문화사 : 다빈치 노트에서 디지털 메모장까지 안심하고 잊기 위해 적은 사적 기록의 역사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3330922 900 -26-3 서울관 의원열람실(회관) 이용불가
0003330923 900 -26-3 서울관 인문자연과학자료실(314호) 이용중
B000157120 900 -26-3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B000157121 900 -26-3 부산관 로비(1층 로비) 북큐레이션
(관내이용)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태초에 메모가 있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끄적이는가?
우리가 몰랐던 메모에 대한 이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현대의 디지털 메모까지
메모는 어떻게 문화를 이루었는가

인간의 사유 구조를 가장 많이 닮은 매체 ‘메모’를 통하여
인류의 사상/문화사를 들여다보는 여정

메모란 무엇인가? ‘메모’라는 단어를 생각할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쇼핑 목록, 차트, 낙서, 스케치, 초안, 색인 카드, 포스트잇 등.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메모를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빠르게 떠오르는 생각들이 흩어져 버리기 전에 두서없이 휘갈겨 쓴 것,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비정식적인 초안, 아무튼 본격적이지 않은 것. 메모는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위한 매체, 미디어다. 실제로 메모는 우리 머릿속 생각이 외화(外化)하는 첫 단계다. 그래서 누군가의 메모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가장 기초적인 사고방식까지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원초적인 매체 메모를 통하여 인류의 문화사라는 방대한 주제에 접근한다. “메모는 보편적인 미디어 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미디어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관점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메모는 어떻게 지금까지의 인류의 문화를 이루었는가? 메모가 이끌어 갈 문화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저널리스트이자 커뮤니케이션학자, 미디어학자인 저자 헥토어 하르쾨터는 ‘첫 메모의 문화사’를 집필하는 동시에, 메모라는 작고 평범한 매체에 대한 독창적인 철학을 제시한다. “만약 도처에 널려 있는 메모가 가진 긴 역사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우리는 메모가 기록의 가장 일차적이고 원형적인 형태이며, 더불어 메모지는 일차적 매체, 또는 원형적 매체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문학의 초고이자 자연과학의 실험 노트이며, 현대의 아이디어 노트로 기능하는 메모는 단순한 매개체를 넘어 사고 그 자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복합적 사유의 형태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메모에 대한 두 가지 통념에 반박한다. 첫째는 미디어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존재한다는 통념이다. “메모는 비소통적인 매체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적이고 자의적이며 고유한 매체다.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 잘 작성된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긁어 새겼거나, 휘갈겼거나, 자기 자신만을 위해 끄적여 남긴 메모”를 다룬다. 둘째, 메모는 망각을 위한 미디어다. “우리는 잊기 위해 메모한다.”
이 책은 “매체는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 아니며, 미디어는 단순히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록’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게 한다. 이 여정에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로베르트 발저, 게오르크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 니클라스 루만, 아르노 슈미트 등 인류의 철학 사상과 문화예술 등에 중요한 족적을 남겼으며 고유한 메모 습관을 보여 준 거장들이 함께한다. 그들이 남긴 메모는 창조적 사고가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해 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자료다.
또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메모와 글쓰기의 관행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도 짚어 나간다. 오늘날 디지털 노트 앱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체텔카스텐(색인 카드 시스템, 메모 상자)’의 발명도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사고와 소통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면밀히 분석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껏 무심히 지나쳤던 메모라는 행위가 인류의 문화사와 우리의 사유에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새로이 인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잊기 위해 메모한다.”
인류의 지식과 학문, 문화의 역사를 이룬
위대한 망각의 기술 ‘메모’를 조망하다

한 가지 질문을 던져 보자. 우리는 왜 끄적이는가? 인간은 무엇을 위하여 메모하는가? 나중에 제대로 정리하여 작성할 요량으로 적어 두는 글감부터 며칠 뒤 슈퍼마켓에 갈 때 사 올 물품 목록까지 메모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리는 흔히 나중에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메모한다고 착각한다. 그래서 세간에는 ‘메모 잘하는 법, 메모를 잘 활용하는 법’에 대한 책들이 넘쳐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또한 그랬다. 그는 가히 ‘메모의 발명가’라 할 만큼 방대한 메모를 남겼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그는 매번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메모해야 했다. 자신이 앞서 무엇을 기록했는지를 전부 기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검토의 문제’다. 우리는 우리가 남긴 모든 메모를 전부 조망할 수 없기에 결국 망각하게 된다. 다빈치 사후 그의 방대한 메모는 세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으며 상당량 유실되었다. 철학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이라 꼽을 수 있는 비트겐슈타인 역시 메모를 많이 했다. 그는 그 메모들을 적절히 편집하여 책으로 엮기 위해 시도하기도 했으나, 결국 실패하였다. 출판 작업을 위하여 앞서 남긴 메모로 돌아갈 때마다 그는 모든 것을 매번 새롭게 다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우리에게 그저 절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쉽게 잊힌다는 메모의 속성이 우리에게 매번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메모와 함께라면 우리는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얼마든지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그저 시도 때도 없이 머릿속에 자유분방하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아무 종이 위에나 끄적거리기만 하면 된다. 마치 처음 해보는 생각들인 것처럼. 이 책은 망각을 장려하는 메모의 속성을 통해 인류의 문화사를 조망하는 최초의 시도다. 이전까지는 아무도 메모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탐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바로 쉽게 잊힌다는 메모의 속성을 방증한다.

종이 위에 쓰인 메모부터 색인 카드 시스템,
벽이나 바닥에 긁어 새긴 3차원 메모까지

무질서하고 즉흥적이며 원초적이고 지극히 사적인,
인간의 사유를 가장 닮은 날것의 매체 메모

메모를 말함에 있어 그 자유분방한 형태와 형식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이 책은 과거의 사상가와 예술가 들이 남긴 것부터 현대에 쓰인 것까지 다양한 메모의 이미지를 풍부하게 수록하고 있다. 그 메모들이 정갈하게 기록된 경우는 거의 없다. 열과 행을 맞춰 쓰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메모 상하좌우에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이 나란히 기재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처럼 비선형적이고 비체계적이며, 자주 단절되는 메모는 아무렇게나 마구 내달리는 우리의 사유 구조를 많이 닮았다. 메모를 인간의 사유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가 남긴 메모를 다양한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다. 리히텐베르크처럼 공책 여러 권에 쓰고 일련번호를 붙여 관리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메모를 가지고 작업하는 아주 독특한 방식을 보여 주었다. 그는 “메모를 정기적으로 정리해, 메모를 잘라 내거나 다른 종이에 베껴” 적었다. 니클라스 루만의 색인 카드 시스템처럼 각 메모들의 연결 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
또한 반드시 종이 위에만 메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3차원 메모’라 칭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공간 점유와 반항의 상징으로 공공기물의 벽 등에 스프레이로 그린 그라피티, 필기구가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벽이나 마룻바닥을 긁어 새긴 메모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프랜시스 베이컨은 걸어 다닐 수 있는 메모장, 밟을 수 있는 메모를 창조했다. 온갖 쓰레기와 작업 재료, 중간 작업물들이 바닥에 층층이 퇴적된 그의 작업실은 영감이 샘솟는 곳, 그의 창조성이 극도로 발휘될 수 있는 3차원 메모장이었다. 이 책은 메모라는 미디어를 통해 인간의 생각이 우리 삶에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고 그로써 우리의 삶이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은 흐른다.”
디지털 시대 메모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이 책은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메모와 글쓰기의 관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피고, 그러한 변화가 인간의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에 미칠 영향을 탐구한다. 오늘날 우리가 메모하는 방식은 다변화되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 위에 메모하지만, 휴대폰 등 디지털 메모장에 빠르게 기록을 남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빚어 낼 미래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까? 중요한 것은 디지털 시대에도 메모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메모는 망각을 위한 미디어다. 디지털 시대에 급증하는 데이터량은 망각을 더욱 촉진, 심화할 것이다. 또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유비쿼터스 디지털화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엄청난 증가는 전 세계적인 의사전달 가능성의 증가가 아니라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텍스트나 사진에서 생산되는 것은 자기 참조성 정도가 높은 자기 글쓰기다”. 커뮤니케이션은 수많은 망각과 독백 속에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종전처럼 잊어버리고 새로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면서 앞으로의 문화사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21세기에 메모는 우리에게 이제까지보다 더 큰 창조의 가능성을 약속하고 있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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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 메모는 어떤 점에서 생각과 닮았는가? 뒤죽박죽 엉켜 있는 메모 더미, 그러니까 짧은 문장이나 최소한의 경구 형태로 쓰인 메모가 우리에게 그토록 익숙한 것은 우리의 생각 자체가 즉흥적이고 야생적이며, 무질서하고 우연적이기 때문일까? 메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거의 이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우리 정신의 활동 과정은 거대한 보고서나 논문 또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소설 형태가 아니다. 인간 정신은 가장 미미한 메모와 쪽지의 형태로 작동한다. 우리의 뇌는 메모 상자이며, 우리의 생각은 메모가 꾸는 꿈이다.
_「태초에 메모가 있었다」
[P. 23] 손상될 위험이 높은 포스트잇에 여전히 정말 중요한 메모가 적히고 있다. 정보의 저장은 어쩌면 더 효과적인 삭제를 위한 형식이 아닐까? 우리는 앞으로 이 물음에 관해서도 탐색할 것이다. 우리는 메모지라는 하드웨어의 존재 자체를 쉽고 빠르게 잊어버린다. 쪽지 위에 적은 내용 또한 금방 잊어버린다. 우리가 메모를 작성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는 잊기 위해 그 내용을 메모지 위에 적는다. 미디어는 기억을 위해서가 아니라, 망각을 위해 거기에 있다. 미디어가 보편적일수록 망각 또한 보편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화적 기억이 가장 큰 규모로, 집중적으로 삭제되는 데 메모지는 공동 책임이 있다. 내가 이걸 어디에 적어 두었더라?
_「태초에 메모가 있었다」
[P. 43] 레오나르도가 남긴 개별 메모장과 구절은 이따금 연속적이고 일관된 글을 구성하기도 했지만, 절대다수는 이질적인 텍스트로 이루어진 괴물이었고 체계적인 편집과 인쇄에 강력히 저항했다. 프란체스코 멜치와 그의 동시대인들에게 레오나르도의 메모는 낯설고 통제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재의 시각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다층적이며, 덮어쓰고, 덧붙여 쓰는 방식으로 구성된 텍스트나 하이퍼텍스트를 알고 있다. 우리가 이런 텍스트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하더라도, 처리할 수는 있다. 다빈치의 메모는 일정 정도 동시대적이며 현대적이다. 그렇지만 레오나르도의 메모가 오늘날의 현대적이고 포스트모던적이며, 네오모더니즘적인 최신 기록 시스템의 선구적 사례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의 기록에는 복잡하게 얽힌 전승의 역사가 있으며 메모가 순조롭게 계승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우리에게 전달된 내용에는 결함이 있다. 그렇지만 그의 메모는 현재와 미래의 글쓰기 및 메모 형식을 위한 청사진이 될 수 있다. 현대의 세계 및 생각은 그 자체로 끊임없이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글쓰기와 메모의 형식 또한 이런 복잡성을 질서 있게 반영해야만 한다.
_「메모의 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