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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론 9
I. 메를로-퐁티의 지각이론을 위한 예비적 고찰 16
1. 서구 근대철학의 지각 개념 16
1) 경험주의에서의 지각 17
2) 지성주의에서의 지각 18
2. 메를로-퐁티의 "지각" 개념 20
II. 메를로-퐁티의 지각이론 고찰 23
1. 몸 현상학 24
1) 지각의 정의: "체험된 몸"과 "지각된 세계"의 원초적 접촉 25
2) "세계-에로-존재"를 중심으로 한 지각의 특성 29
2. 살 존재론 35
1) "봄"(vision)의 신비: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의 가역성 36
2) 양가성이 교차하는 사이세계로서의 "존재"(Être) 혹은 "살"(la chair) 42
III. 메를로-퐁티의 회화론 고찰 49
1. 회화에 대한 현상학적 지형도 51
1) 현상학을 암시하는 세잔느 회화의 특징: 체험된 원근법, 색의 강조 52
2) 세잔느 회화의 의의와 메를로-퐁티의 "진정한 회화" 개념 57
2. 회화에 대한 존재론적 해석 62
1) 회화에 대한 변화된 관점 63
2) 회화에서 나타나는 봄의 가역성과 존재의 "열개"(déhiscence) 65
3) "진보"를 거부하는 예술의 역사와 그에 따른 "양식" 개념 69
결론 74
참고문헌 81
Abstract 83
Résumé 86
본 논문은 "이성"(la raison)에 절대적인 지위를 부여한 서구 근대철학의 전통에 서 철학적 탐구영역으로 정식화되지 못했던 "지각"(la perception)을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사상과 예술이론을 전개한 프랑스 철학자 M.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의 지각이론과 회화론을 고찰하고, 나아가 그 사상적·미학적 의의를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메를로-퐁티는 이성의 능력에 의해 구성된 세계만을 참다운 세계로 여겨온 플라톤 이래 서구 근대철학의 세계관을 비판하고 그 동안 사유와 반성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지각이 파악한 세계, 즉 우리가 살아가며 직접 체험하는 구체적인 세계를 진정한 의미의 참다운 세계로 여기고 자신의 가장 중요한 철학 탐구영역으로 삼았다. 따라서 메를로-퐁티의 지각에 대한 규정 역시 서구 전통철학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지각을 대상의 감각적 성질로 환원한 경험주의나 주체의 정신적 행위로 환원한 지성주의와 달리 메를로-퐁티는 지각을 신체와 의식이 기묘하게 혼합된 "육화된 의식"이 자신이 속한 세계와 만나는 원초적인 접촉으로 규정함으로써 정신과 신체, 주체와 대상이라는 주·객의 이분법적 논리를 넘어서고자 했다. 따라서 메를로-퐁티에게 지각은 순수의식이 사물들을 위에서 조망하여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주변 환경에 젖어들어 사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경험하는 것이 되며, 그의 지각이론은 서구 전통철학에서의 지각에 관한 논의와는 달리 실제적인 지각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연구로서 그 의의를 갖는다고 하겠다.
한편, 지각에 대한 현상적 연구로 출발한 메를로-퐁티의 지각이론은 후기에 이르러 지각의 존재론적인 의미를 찾게 된다. 이는 하나의 이론이 완성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으로서 메를로-퐁티의 철학이 인식론적 입장에서 존재론적인 입장으로 일종의 내적 전이를 이루었음을 의미한다. 후기 존재론으로의 전이는 지각에 대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 우리의 눈(몸)이 볼 수 있는 주체의 가시적 측면과 움직일 수 있는 사물의 물질적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지각의 주체인 우리의 몸은 그것이 가진 물질적인 특성으로 인해 세계의 일부로서 세계와 하나로 연결된다. 그 결과 우리 몸의 주·객 이중성은 세계로 확장되어 전 우주는 주체와 객체뿐 아니라 상반된 성질을 가진 모든 양가적인 것들이 동일한 "살"(la chair)을 공유한 채 하나의 "존재"(色삐로 얽혀 있다가 지각을 통해 다른 두 양상으로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메를로-퐁티가 파악하는 지각세계의 보편적 원리이며, 이로써 메를로-퐁티의 지각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상적인 연구는 존재론적 의미와 보증을 찾게 된다.
메를로-퐁티는 이러한 철학적 입장에 기초하여 회화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예술이론을 전개한다. 메를로-퐁티의 철학사상과 회화이론 양자는 지각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지닌 바 메를로-퐁티가 회화를 자신의 전 사고의 전개를 통해 중요하게 다루었던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메를로-퐁티는 지각이 그림 그리는 행위의 기초가 되며 지각의 본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 역시 화가의 영감에 의한 봄(vision)에서라 여겼다. 무엇보다 지각을 토대로 한 회화야말로 아직 사고나 언어를 통해 반성의 단계에 이르지 않은 간접적 표현으로서 침묵의 지각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러한 기본 입장 하에 메를로-퐁티의 회화에 대한 논의는 그의 철학적 입장이 변화함에 따라 함께 달라진다. 먼저 전기 인식론적 입장에서 메를로-퐁티는 회화를 화가가 자신의 몸이 거주하고 있는 세계와 맺는 원초적인 지각관계를 모든 이가 접근할 수 있도록 가시적으로 만드는 표현행위의 산물이라 여기고, 그러한 자신의 현상학적 입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세잔느 회화에 관심을 집중한다. 반면 후기 존재론적 입장으로 발전한 후 메를로-퐁티에게 회화는 보는 자와 보이는 것의 가역적인 관계를 드러내고 모든 양가적인 것이 애매하게 얽혀 있는 존재가 개시되는 장으로 서 한층 그 의미가 깊어지며, 세잔느에 집중되었던 관심이 추상회화와 조각에까지 확장되면서 회화일반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논의를 행하게 된다.
본 논문은 이상의 논의 과정을 통해 메를로-퐁티의 지각이론과 그에 따른 회화이론이 가진 몇 가지 중요한 의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메를로-퐁티의 철학은 지각에 대한 현상적 연구와 그 존재론적 보증을 찾는 과정에서 서구 근대철학의 이분법적 패러다임을 극복하였다. 나아가 주체 자체를 부정하고 모든 의미를 구조와 관련지어 파악하는 후기구조주의 담론에 새로운 시각의 휴머니즘적 논의를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메를로-퐁티의 회화론은 인간의 원초적인 지각을 토대로 하는 바 회화를 인류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지속될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활동으로 여김으로써 다양한 매체의 예술이 범람하는 오늘날, 회화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또한 메를로-퐁티가 회화의 양식을 개별적인 화가가 자신이 속한 세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보고 예술의 역사를 그러한 개별적 표현행위가 모인 하나의 축적적 역사로 파악함으로써 모든 양식과 사조들 사이의 위계질서나 문명의 계층화를 거부하고 각각의 창조활동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시각의 예술이론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표시는 필수 입력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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