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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초록

목차

제1장 서론 11

1. 문제 제기와 연구사 검토 11

2. 연구 대상과 연구의 방법 18

제2장 소설 창작의 배경과 초기 소설 26

1. 소설 창작의 배경 26

2. 초기 소설의 주제와 문체 35

(1)폭력의 기억 36

(2)소외된 인물의 내면탐구와 문체적 장치 40

제3장 4·3사건의 소설화 53

1. 4·3사건과 『순이삼촌』 53

(1) 기억과 증언 57

(2) 성적 폭력과 제주인(濟州人)의 트라우마 72

(3) 일인칭 서술과 반성자 양식 76

2. 고문과 체험과 『아스팔트』 81

(1) 기억과 개인적 체험 86

(2) 외상과 포용의식 89

(3) 피해의식의 서술과 인물 시점 92

3. 4·3사건의 객관화와 『마지막 테우리』 96

(1) 집단기억과 개인사 106

(2) 망각과 기억의 전수 110

(3) 일인칭 화자, 전양식, 르포르타주 113

4. 정체성 확립과 『지상에 숟가락 하나』 121

(1) 진실복원을 위한 기억투쟁 125

(2) 외상의 극복과 개인사의 복원 128

(3) 자전적 형식과 연작 구성 130

제4장 역사의 소설화와 서술기법 136

1. 『변방에 우짖는 새』 136

(1) 역사의 소설화 137

(2) 민중적 리얼리즘의 성취 147

(3) 구성과 서술의 문제점 162

2. 『바람 타는 섬』 166

(1) 해녀운동의 의미 탐구 168

(2) 1930년대 제주도민의 삶의 복원 178

(3) 역사적 시각의 폭과 깊이 194

제5장 동시대 현실에의 비판과 풍자 200

1. 현실 비판적 소설 200

(1) 도시빈민의 삶과 현실인식 201

(2) 사회모순과 소시민적 비판의식 207

2. 풍자소설 218

(1) 풍자의 양상 220

(2) 서술방식과 풍자의 효과 232

제6장 결론 238

참고문헌 245

ABSTRACT 255

초록보기

본고는 현기영의 전 작품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현기영의 작품세계를 소재와 시기에 따라 크게 초기의 소설과 4·3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그리고 역사소설과 당대현실을 문제로 한 소설로 구분한 후, 각 항에 속하는 작품들의 특징을 면밀하게 분석하였다. 본고에서 추구하는 접근방식은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아우르는 것이다.

내용에 있어서는 현기영 소설의 현실 반영적 측면을 살펴보고, 특히 4·3사건을 다룬 작품과 역사소설의 경우,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의 방식으로부터 현기영 작품의 의의를 찾았다. 4·3사건과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는 작품에는 기본적으로 사건을 기억하고 해석하는 작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사회학에서 최초로 기억의 문제를 거론한 알박스(Maurice Halbwachs)는 기억이란 현재적 필요에 의한 과거 사건의 재구성이라고 하였다. 4·3사건이 ‘공산폭동’으로 매도되는 동안 4·3사건에 대한 기억도 왜곡되어왔다. 때문에 사건의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겪은 고난을 개인적인 기억으로 담아둘 수밖에 없었다. 기억이 체험자 개인으로는 억눌린 과거를 되살리는 치유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역사적 진실을 복원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되기 때문에 폭력적 사건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에게 있어 기억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3사건의 피해자들이 지닌 개인적 기억들을 공개적인 지평으로 이끌어 내는데 선구적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현기영의『순이삼촌』이다.

기억은 역사에서 망각되었던 사실들을 복원해낸다. 여기서‘기억투쟁’이라는 개념이 제기된다. 그것은 역사라 불리는‘공식기억’에 대한‘대항기억’의 정립이다.‘대항기억(counter-memory)’이란 국가가 공식적으로 표명한 역사나 담론과 다른 과거를 의미한다. 승자의 기억인‘공식기억’을 추방하고, 그늘에 가려져 있던 민중의 사(私)적 기억을 복원하여 공식화하는 것이 바로 기억투쟁의 목표이다. 진실회복을 위해서는 공식역사와 맞서는‘대항기억’을 정립해야 한다. 50년 가까이 공권력에 의해 왜곡되었던 4·3사건의 진상은 이제 겨우 공식역사에서 인정을 받아가는 추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 바로 민중의‘대항기억’에 의한 기억투쟁이었다.

현기영 소설은 4·3사건의 기억투쟁에 있어 그 의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4·3사건의 참상을 상세하게 복원하여, 4·3사건을 기억의 장으로 끄집어 올렸기 때문이다.‘대항기억’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본고에서는 4·3사건을 소재로 한 현기영의 작품들이 각각 4·3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그것이 공식역사와 어떻게 다르며, 대항기억의 형성과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를 고찰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기억투쟁에 있어 현기영과 그의 작품이 갖는 의의가 규명되었다.

아울러 본고는 현기영이 지닌 정신적 외상에 주목하였다. 정신건강에서‘외상(trauma)’이란 과도한 위험과 공포,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심각한 심리적 충격을 일컫는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과도한 각성상태에서 사건을 반복적으로 체험한다고 한다. 현기영은 4·3사건의 체험으로 정신적 외상을 안게 되었기 때문에 그가 작품활동을 통해 보여주는 4·3사건에 대한 기억은 외상을 다루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현기영이 지닌 정신적 외상들이 인물의 성격과 작품의 분위기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나는 지를 고찰하였고, 그 과정에서 그의 글쓰기가 갖는 의미가 규명될 수 있었다.

한편, 현기영의 역사소설을 분석하는 데는 루카치의 역사소설론을 도입하였다. 과거를‘현재의 전사(前史)’로서 그려 보이는 데서 역사소설의 의의를 찾는다면, 역사상 중요하고도 현재적 의미를 지니는 과거사를 소재로 취하여, 역사적으로 진실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해야만 올바른 인식에 기여하는 역사소설이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변방에 우짖는 새』와『바람 타는 섬』을 대상으로 구한말의 민란과 해녀항일운동이 얼마나 진실하고도 구체적으로 묘사되며, 그것은 현재를 인식하는데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또한 본고에서는 기존의 현기영 연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도 세밀하게 분석하였다. 4·3사건의 기억을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 온 작가에게 현실의 조건은 기억의 방식과 작품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현기영은 동시대의 현실을 각별히 민감하게 인식하였다. 이러한 현실의식의 구체적 면모는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본고에서는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대상으로 당대 현실의 문제점이 작품에 반영되는 양상과 그것에 대응하는 인물의 행동을 분석하여 현실의 문제에 대처하는 작가의 의식세계를 규명하였다.

현기영은 문학적 형상화에 대단히 공을 들이는 작가였다. 수 십 년 간 일관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의 작품이 구태의연하거나 식상한 것으로 매도되지 않은 이유는 바로 다양한 형식적 실험과 탐색을 통해 작품을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현기영 작품이 갖는 형식적 특징의 고찰을 위해 서술의 구조와 관련된 담론 차원의 논의를 비롯하여, 세부적으로는 인칭과 서술, 초점화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시점과 서술과 인칭은 소설의 담론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인데, 어떤 양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전달되는 영역과 효과가 달라진다. 이야기 내용을 잘 살리려면 이야기에 포함된 삶의 내용에 따라 담론의 방식을 적절히 선택해야 한다. 4·3문학 속에서 현기영 문학의 개성을 논할 때 필요불가결한 것이 바로 이러한 소설 담론에 관한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4·3사건에 대한 문제의식을 형상화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양식은 무엇이며, 그것은 주제를 형상화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는가. 또한 동시대 현실의 문제점을 형상화하기 위해 작가는 어떤 서술의 방법을 동원하며 그것이 작품성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살펴보았다. 프란츠 슈탄젤(F.K.Stanzel)이『소설의 이론』에서 사용한 인칭과 시점, 양식의 개념을 빌려 시점과 서술에 대하여 논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