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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태생적(胎生的)으로 세 가지의 보편적 가치를 내재(內在)하고 있다. 첫째는 민주성, 둘째는 과학성, 셋째는 철학성이다. 훈민정음의 민주성은 민주(民主)에 담긴 뜻 그대로 백성이 주인이 되는 문자의 속성을 뜻한다. 이 점은 훈민정음 어제(御製) 서문에 잘 드러나 있으며, 이것이 훈민정음이 내재하고 있는 민주성의 근거이다.

훈민정음의 과학성은 음성학적인 관찰과 체계적 제자 원리로 글자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초성(자음)의 기본자 5개는 음성학적 관찰에 근거한 음성기관의 상형을 통해 만들었다. 기본자에 획을 더하여(가획) 다른 초성 글자를 만들었다. 이 가획도 ‘소리가 거세지는 정도’에 따라 이루어졌기 때문에 음성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중성(모음) 글자는 혀를 움츠린[舌縮] 정도에 따라 정해진 기본자 세 개에서 출발한다. 이 기본자 세 개를 서로 합성하여 다른 중성 글자를 만들었다. 이와 같이 훈민정음이 음성학적인 분석은 물론, 가획법과 합성법이라는 체계적인 제자 원리로 만들어진 문자라는 점이 바로 과학성의 근거이다.

훈민정음의 철학성은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에 작용한 성리학의 원리인 삼재론, 음양론, 오행론, 상수론에서 나타난다. 삼재론은 천지(天地=자연)와 사람의 조화로운 관계를 지향하는 사상이다. 음양오행론도 우주를 이루는 다섯 가지 근본 요소의 상호 결합과 조화가 만물 운행의 이치라고 보는 사상이다. 상수론은 주역의 괘효를 숫자를 결합하여 표현한 방법이다. 글자를 만들 때 활용된 철학적인 원리들은 훈민정음 해례에 기술되어 있다. 이것이 훈민정음이 철학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근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