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조선은 역사 이래 상호간 지식의 교류가 있었다. 다만 그 지식의 교류는 동시적,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착종과 교란의 상태로 이루어지며, 또한 모든 지식이 온전하게 교류되는 것도 아니었다. 수용된 지식의 국내에서의 확산 역시 균일한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점이 조선후기 지식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다만 서적-지식 수용과 유통에서의 착종・교란 등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정상적인 상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우연과 필연, 의도와 비의도, 물리적 조건에 의해 어떤 서적-지식(혹은 정보)가 수입되고 그 중 어떤 것이 긍정, 비판・배제의 과정을 거쳐서 유통되는가를 따지는 것, 또 그 수용과 배제의 주체와 그 주체의 성격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결국 그것은 사족체제 나아가 사족체제 내부의 지식을 수단으로 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집단의 내밀한 의지를 밝히는 것이 될 것이다. 즉 조선 내부에 지식이 생성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그가 내뱉은 말을 정태적으로 분석하여 의미를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을 하게 된 역사를 검토하여야만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런 과정에 어떤 담론을 수용하고 해석하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식사 연구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