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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차승기의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 흥남』에 대한 서평이다. 이 책은 일본의 재벌 노구치에 의해서 건설된 중공업 도시인 흥남을 식민주의적 축적이 일어나는 장소의 범례로 바라보며 ‘그라운드 제로’로 명명한다. 또한 식민 통치 속에서 억압·은폐된 잠재성의 영역을 ‘언더그라운드’라고 지칭한다. 흥남에서 일어난 식민주의적 역사의 시작과 그 관계의 반복을 동시에 시야에 넣는 과정에서, 식민주의는 입체적 실감을 부여받는다. 이는 저자가 수탈론이나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귀착되지 않으면서 ‘식민지 모더니티’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지배가 아닌 통치의 문제로 식민지/제국 체제에 접근한다. 통치성이라는 분석틀을 통과한 식민지/제국 체제는 강압과 설득, 투항과 저항, 폭력과 비폭력 등이 교차하는 복잡한 사회적 특성을 갖는다. 이를 통해 식민주의 통치성이 ‘살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는’ 자유주의적 방식에서 나아가 ‘죽게 만들고 죽게 내버려 두는’ 식민주의적 방식에 입각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식민주의적 축적이 이루어지는 조선에서 삶은 곧 죽음이라는 점, 그리하여 살게 만드는 권력이 곧 죽게 만드는 권력과 다르지 않다는 발견, 이것이 바로 이 책의 분석이 다다른 중요한 도달점이다.

한편 저자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이 활용되는 과정에서 각종 폐기물이나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축적의 과정은 사적으로 진행되지만, 그 결과는 공통적이며 사회적이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 인해 자연과 노동자, 그리고 지역민들의 신체는 병든다. 식민주의적 축적이 가져오는 이러한 모순을 지적하는 기반에는 네그리와 하트의 ‘공통적인 것’에 대한 성찰과 공명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생산의 객관적 토대로서의 공통적인 것이 식민지/제국 체제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가의 문제에 집중하는 한편으로,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혹은 공통적인 것을 회복하기 위해 피식민의 신체들이 어떻게 실천을 행했는가 하는 주체적 토대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언더그라운드’는 후자의 측면과 관련해서 주목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책에서 예로 드는 인물이나 운동들은 대부분 사회주의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성격은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는다. 네그리와 하트를 중요하게 참조하는 저자에게 사회주의의 적대적 투쟁은 중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피해야 할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에서 예로 드는 인물과 문학 작품들은 오히려 사회주의가 부재한 ‘언더그라운드’가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권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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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명 저자명 페이지 원문 목차
김사량과 여성 = Representations of Korean Women in the Japanese-language Works of Kim Saryang : 중일전쟁기 일본어 소설을 중심으로 다카하시 아즈사 p. 11-50

단층과 가교 = Fault and bridge building : Korean War and the origin of postcolonial Japanese literature : 한국전쟁과 일본 포스트식민문학의 탄생 하라 유스케 p. 51-79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나타난 탈식민성 양상과 전쟁의 본질 연구 = A study of the post-colonial aspects and the nature of war in A Day of Mr. Gubo a Novelist : focusing on the analysis of the movie Shoot That Flag and Soldier Blue : 영화 <저 깃발을 쏘아라>와 <솔저 블루> 분석을 중심으로 전두영 p. 83-118

하야시 교코(林京子)의 『기야망 비드로(ギヤマン ビードロ)』와 원폭 경험의 경계 = Kyoko Hayashi’s Giyaman Vidro and the boundary of experience 심정명 p. 119-157

“미공개된 사실” = Undisclosed facts : focusing on Half a Century of Sorok Island[小鹿島 半世紀] by Hansen’s disease patient Shim Jeon-hwang(沈田潢) : 한센병 환자 심전황의 『소록도 반세기(小鹿島 半世紀)』 한순미 p. 159-203

감정과 장소, 그리고 광주 = Emotions, places, and Gwangju : escaping the illusion of perfection : 완전성의 환상에서 벗어나기 김영삼 p. 205-256

역사의 틈새를 상상하는 후체험 세대의 소설 = The postgeneration writers’ novels for dissensus : focusing on Park Sol-moe’s and Han Jung-hyun’s May 18th novels : 박솔뫼와 한정현의 5·18소설을 중심으로 김혜진 p. 257-289

이태준 장편 소설과 계몽의 젠더 전략 = Lee Tae-joon’s novels and the gender strategy of enlightenment : focusing on the narrative structure of love conflict novels in the 1930s : 1930년대 애정 갈등 소설의 서사 구조 분석을 중심으로 이은솔 p. 293-331

김말봉의 『꽃과 뱀』(1949)에 나타난 신체성과 정치적 욕망의 변주 = Variation of physicality and political desire in Kim Mal-bong’s 『Flower and Snake』 (1949) 박윤아 p. 333-370

정지용·주체문예·정전(正典) = Jeong, Ji-yong·Juche literature·canon 최현식 p. 371-412

1975년 세계여성대회와 분단 체험 = World Conference of the 1975 International Women’s Year (Mexico City) and Lee Hyo Chae’s experience of Korean division : between silence, witness and testimony : 이효재, 목격과 침묵 그리고 증언 사이에서 이혜령 p. 413-471

길 위(의 위기)의 남자들 = Men on the road : focusing on Lee Hye-kyung’s The House on the Road : 이혜경의 『길 위의 집』을 중심으로 조형래 p. 473-500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2010년대 이후 한국소설에서의 '노동' 재현 = Neoliberal restructuring and the representation of “labor” in 2010s novels : with a focus on workers and labor unions :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존재 양상을 중심으로 정고은 p. 501-543

금비(金肥), 퇴비(堆肥), 녹비(綠肥) = Chemical fertilizers(金肥), compost(堆肥), and green manure(綠肥) : scientific, socioeconomic, and ecological transitions in the discourse of fertilizer during colonial age of Korea : 식민지시기 비료 담론의 과학적/사회경제학적/생태학적 전회 홍덕구 p. 547-580

베트남에서 일어난 에코사이드 = Ecocide in Vietnam : war description of Vietnam, Korea, and the USA shown from an ecological point of view : 생태학적 관점에서 읽은 베트남·한국·미국 작가의 전쟁 서사 조윤정 p. 581-629

공해와 불온 = Pollution and unrest : Madanggeuk and ecology in the early and mid-1980s : 1980년대 초중반 마당극과 생태주의 박상은 p. 631-678

식민주의에 대한 시초적 탐사 = Primitive exploration of colonialism : Cha Seung-ki, “Ground Zero of Colony/Empire, Heungnam”, Prunyeoksa, 2022 : 차승기,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 흥남』, 푸른역사, 2022 최은혜 p. 68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