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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에서는 다수의 정신의학자들이 남성 동성애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임상적 연구를 시도하였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적 방법론에 영향을 받은 이들 논자들은 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유년시절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에 대한 과도한 애착, 폭력적이거나 부재한 아버지를 경험하며 ‘정상적인’ 이성애적 발달이 지체되었다고 보았다. 이로 인해 아들들은 어머니와 동일화하게 되고 그 결과로 어머니처럼 남성을 사랑하게 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어머니와의 동일화는 곧 ‘여성화’, ‘수동화’로 인식되었다. 어머니의 성이 여성인 만큼 이러한 동일화의 과정에서 동성애자들은 여성적인 성격과 말과 행동을 지니게 되었다고 평가되었다. 여기에는 아들들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진정한 남성’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은 어머니들의 ‘지나친 사랑’과 ‘과보호’가 그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이렇게 남성 동성애자들에 대한 병리적 이해는 또한 전후 일본 사회의 ‘모성사회화’ 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었다. 전후 일본 사회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남녀 젠더 역할 분리에 기반한 안정된 중산층 사회의 건설로 냉전적 체제 경쟁에 대응하였다. 이러한 젠더 역할 분리는 가정적 영역에서의 여성 역할 증대를 낳았고, 이는 곧 사회 전체가 ‘모성화’되고 있다는 불안을 야기하였다. 이러한 ‘모성 과잉’의 사회에서 개인주의, 가족주의, 온정주의 등의 병폐가 생겨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부성의 가치, 즉 법, 질서, 독립성, 주체성, 객관성 등의 가치들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생겨났다. 정신의학자들이 바라본 남성 동성애자들의 ‘여성화’, ‘수동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모성 과잉’의 징후로 읽혔으며, 나아가 전후 사회적·도덕적 타락의 전조로 여겨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