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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객관적 형태로 응시되는 ‘전체 법질서’ 개념에는 그에 참여하는 주체가 은폐되어 있다. ‘전체 법질서’ 개념은 단순히 법적 규범들을 일반화한 유(類)적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체 법질서’는 법적 기준의 총합을 훨씬 넘어서는 독립적인 의미를 표현한다. 즉, ‘전체 법질서’는 그에 속한 구성요소들을 재구조화하고 재해석하는 역할을 하며 한눈에 특정한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따라서, 법적용자가 ‘전체 법질서’를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개별 법적 쟁점에 대한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전체 법질서’ 개념은 단지 수사적 기능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첨예한 의미를 실어 나른다고 해야 한다.

우선, ‘전체 법질서’는 법질서 모두를 단일한 개념으로 포착한다. 그래서, ‘전체 법질서’가 마주하는 첫 번째 형상은 개념적 동일성이다. 그런데, 두 가지 다른 법영역에 존재하는 동일한 법적 표현뿐만 아니라 하나의 법 영역 여러 군데 존재하는 동일한 법문의 의미가 쉽게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매번 발견된다는 사실은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법질서의 상위 규범의 하위 규범에 대한 의미의 규정성은 쉽게 역전되며, 하위 규범이 상위 규범의 의미를 결정하는 현상은 회피하기 힘든 현실이다.

나아가, ‘전체 법질서’는 개별적 보편성을 징표하는 개념적 형상을 자주 드러낸다. 특히, 사안에 적용할 법적 기준이 존재하지 않거나 제한된 개념적 정형을 사안에 적용할 때 나타나는 부당한 결과를 수정하고 교정하기 위해 개별적 보편성의 관점이 필요하다. 개별적 권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조건 하에서는 사회 보편적 이익과 가치에 양보해야 하는 것이다. 이 보편성에 대한 요청은 유형적·비정형적 요소의 집합의 형태의 개념적 기준으로 나타난다. ‘전체 법질서’를 차용하는 사회적 상당성, 신의성실, 사회상규 모두 유형적·비정형적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신의성실이나 사회상규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유형적·비정형적 의미소들은 각 법리 영역별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전체 법질서’는 이와 같은 규범의 객관적 보편성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자주 특정 이익과 권리, 특히 헌법상의 기본권의 보호에 기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선, 대법원은 노동법 영역에서는 보편적·객관적 합리성 보다는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근로자의 권리에 더 무게를 두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 주기도 한다. 또한 민사사건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도 평등의 원칙과 같은 헌법적 가치들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예가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상속, 종원 자격, 재사주재자, 분묘기지권과 관련된 우리의 전통문화에 기반한 관습법을 평등권, 재산권 등의 헌법적 가치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변경한 것 역시 같은 선상에 있다.

결론적으로, ‘전체 법질서’ 개념의 실체적 의미는 완전히 객관의 세계에만 머물 수 없다. 즉, 법판단자는 특정한 권리와 이익에 대한 선호를 기초로 바로 그 ‘전체 법질서’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체 법질서’는 특정한 법질서의 표정을 하고 있다. 보편타당함을 자신의 주된 의미로 삼는‘전체 법질서’ 개념에 대해서 항상 분석적 비판의 시선이 향해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

권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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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 개념의 재구성 = Reconceptualizing the rule of law : on the moral legitimation of criminal punishment : 형사처벌의 도덕적 정당화 문제에 관하여 김은희 p. 29-61

행위로서의 법해석과 집합적 행위의 합리성 = Legal interpretation as action and the rationality of collective action 공두현 p. 63-138

대법원 판결에 나타난 ‘전체 법질서’ 개념의 의미와 성격 = A conception and nature of a whole system of law in Korean Supreme Court 강우예 p. 139-196

법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 = Eine semiologische Versuch an das Recht : Um einen semiologische Umbau auf koreanische Rechtswissenschaft zu einzuprüfen : 한국법기호학을 위해서 강희원 p. 199-274

헥크의 이익법학과 법관의 법형성론 = Interessenjurisprudenz von Philipp Heck und ihre Strukturierung richterlicher Rechtsfortbildung : einschließlich der Diskussion von Heck über das Aufwertungsurteil : 평가증액판결에 대한 헥크의 논의를 포함하여 이계일 p. 275-327

법담론의 전환기적 특성 = Transitional characteristics of legal discourse 박은정 p. 7-28

우렁각시의 계약 = Covert contract : the philosophy and natural contract of Michel Serres : 미셸 세르의 철학과 자연 계약 오정진 p. 329-352

감정의 규범성 정립을 위한 일고찰 = A study on establishing the normativity of emotion : emotive theory as a conceptual tool for discussing emotions : 감정 논의의 개념적 도구로서 이모티브 이론 송윤진 p. 353-391

관계론의 철학적 기초와 법관계주의 =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relational theory and legal relationism 이현경 p. 393-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