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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연대의 변증법 : 하오징팡의 『고독 깊은 곳』을 읽는 한 가지 독법 = Dialects of solitude and solidarity : a reading of Hao Jingfang’s collection of novels, “Deep in Solitude”
소설집「고독 깊은 곳」은 다양한 인간상을 그대로 기술함으로써 삶에 대한 이유와 가치를 묻는다는 점에서 철학적이다. 하오징팡이 자신의 경험에 기반해 단 삼 일만에 완성했다는「접는 도시」속 등장인물들을 “현실주의現實主義”라는 한 마디로 집약해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즉, 그녀의 작품 세계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곧 그녀의 시선 속에 비춰진 타인, 바로 우리들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한 준비를 마쳤음을 의미하고 있다. 요컨대,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찾아오는 고독과 권태는 세계와의 분리로 인한 존재적 공허함과 자신의 세계가 침몰해 버리는 고립감을 수반한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권태를 극복하기 위한 단초가 되어 삶의 활력소로 전환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본 논의에서는 하오징팡이 2016년「접는 도시」로 휴고상을 수상한 이래 처음 출간한 소설집「고독 깊은 곳孤獨深處」을 대상으로 하오징팡의 수상작의 내적 가치와 의의는 무엇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소설집「고독 깊은 곳孤獨深處」에는 수상작「접는 도시」를 비롯해「현의 노래弦歌」,「화려한 한가운데繁華中央」,「우주극장宇宙劇場」,『마지막 남은 용감한 사람最後一個勇敢的人』,『삶과 죽음生死域』,『아방궁阿房宮』,『곡신의 비상谷神的飛翔』,『선산요양원深山療養院』,『고독한 병실孤獨病房』에 이르기 까지 총 10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본 논의에서는 상기 작품들을 고도로 발전된 미래 속에서 가시화된 인간의 존재론적 문제라는 시각에서 접근함으로써 하오징팡이 말하는 추상화된 의미와 상징성을 구체화 하고자 한다. “인간은 차안에, 인공지능은 피안에 있다. 피안에 대한 요원함은 우리가 차안을 비춰보도록 하기 위함에 있다."고 한다면, 하오징팡의 작품 속 외적 세계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내적 세계와 관계할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유의미하다 할 수 있다. 본 논의에서는 상기 작품들 속 등장인물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모호한 삶의 상황들을 카뮈의 ‘부조리’개념의 선상에 놓고 출발한다. “SF 소설을 쓰는 것은 가능성의 세계를 구상하고 그 세계의 끄트머리에 인물을 세워놓는 일이다. 그때 가장 쉽게 느끼게 되는 것은 탄생과 소외라는 감각이다. 세계에서 떨어져 나오는 느낌보다 더 고독한 것이 있을까.”라고 말하는 작가의 시선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탄생과 죽음에 의해 한계 지워진 인간의 삶과 황량한 현실 세계에 대한 관찰로부터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상기 소설집 속 인물들은 삶의 의미와 진실을 열렬히 갈구하면서도 삶 속에 드리워진 모호한 삶의 상황과 마주해 곤혹스러워하는 평범한 인간들이다. 부조리에 대한 논의는 곧 삶의 의미에 대한 논의로 직결되는 바, 이는 하오징팡의 작품들을 철학적 성찰로 안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하오징팡의 작품 속 다양한 인간에 대한 묘사가 어떻게 철학과 문학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그 논의를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