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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필은 1602년 명나라 사신 접반을 위한 제술관 시기에 집중적으로 차운시를 창작했고,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권필의 제술관 시기 차운시의 창화 형식과, 내용적 특징을 집중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문학적 성취를 알리고자 하였다.

먼저 권필 제술관 시기 차운시 창화 형식의 양상을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 ‘다자를 대상으로 한 차운시’이다. 권필과 접반사들은 같은 공간에서 공적인 관계로 만났으나, 사적인 관계에서 다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시에 차운시를 요청하는 경우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원운시와 차운시는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접반사들의 대단위 창화로 이어짐에 따라 동질감을 형성하여 내적 친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둘째, ‘제3자가 개입된 차운시’이다. 발신자인 원운시의 작가가 수신자에게 보내는 시에 제3자가 끼어들어 차운한 다양한 양상을 살펴보았다. 권필과 접반사들이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의 관계에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차운함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고 집단의 일원으로써 관계가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으로 권필 제술관 시기 차운시의 내용적 특징을 두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 ‘현실 자각에서 오는 심적 변화’이다. 접반사들은 공무의 중책을 수행해야 하는 긴장감 속에서 현실을 자각하고 그 과정에서 오는 심적 변화를 차운시를 통하여 진솔하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둘째, ‘기다림의 고뇌 토로와 정서 교류’이다. 명나라 사신의 출발이 지연됨에 따라 접반사들은 기다림의 고뇌 속에서 복잡한 감정을 쉽게 공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서로 간의 동질감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었는데, 이에 따른 소통 양상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당대 접반사 즉 문장 대가들의 모임에 권필이 백의 제술관으로 동참했다는 것만으로도 문학사에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또한 접반사들은 공적인 관계로 만났으나 한편으로 사적인 관계로 창화하는 문학적 경연의 장을 펼친 것으로, 자신들의 빼어난 작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따라서 권필 제술관 시기 접반사들과의 차운시는 높은 경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큰 수확이며, 문단의 동향과 작품 수준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측도가 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고에서는 권필 제술관 시기 차운시의 원운시와 관련성을 통하여 당대 문단의 동향과 문학적 특징을 밝혀, 권필의 시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