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서구 아방가르드 예술의 중심지에서 백남준이 자신의 타자성을 드러내는 동양인으로서의 신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또한 어떻게 이를 극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넘어서는 수단으로 기술을 활용했는지를 추적한다. 이는 초기 퍼포먼스에서 드러나는 그의 동양인으로서의 신체와 비디오 아트를 위시한 그의 ‘기술적’ 작업들, 즉 자석 TV, 샬롯 무어맨과의 퍼포먼스, 로봇 K-456, 비디오 합성기 등에 잠재된 작가의 사고와 매체론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백남준의 예술에서 작가의 몸과 그의 대리 ‘신체’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가? 기술을 통해 백남준의 예술은 서구에서 아시아 예술가에게 부여되었던 본질화된 인종적, 국가적 정체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한 어떻게 거부했는가? 이런 질문들은 1960년대 백남준의 퍼포먼스와 로봇 작업. 그리고 기술적 진보와 함께 진화하는 비디오 아트 작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틀이 된다. 사이버네틱스와 동시대의 발전하는 기술을 통해 백남준의 예술은 서구에서 아시아 예술가에게 부여되었던 본질화된 인종적, 국가적 정체성을 넘어서 기계, 기술과의 융합을 꾀하며 오늘날 포스트휴머니즘 담론에서 논하는 인간-기계의 상호구성적 존재론을 시도했다. 21세기 인공지능과 인간 주체의 공존을 논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백남준의 화두인 “어떻게 기술을 인간화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당면한 과제가 되었다. 이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뒤따르는 “어떤 것이 인간적인 삶인가”라는 질문과도 연결되어 있다. 나아가서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평생의 화두가 되는 ‘연결성’을 통해, 포스트휴먼적 입장에서 인간과 기술의 이분법적 대립을 와해하는 세계관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