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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카프의 대표적 유물론자였던 임화의 문학에 나타나는 종교 담론을 ‘신성(神聖) 비틀기’와 ‘전유’의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그의 시적 사유와 윤리적 지향을 새롭게 조명한다. 임화는 종교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으나, 성서의 권위와 구조를 창조적으로 차용하고 전복하여 자신의 유물론적 세계관에 부합하는 새로운 윤리 담론을 구축하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본고는 임화가 종교를 반대했다는 일견 당연한 사실 너머에서 그의 사상이 시라는 문학적 형식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전략적으로 변모하는지에 집중하여 그가 구축한 유물론적 윤리의 독자성을 심층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임화의 대표작인 시 「적」, 「지상의 시」, 「다시 인젠 천공에 성좌가 있을 필요는 없다」, 「구름은 나의 종복이다」를 핵심 텍스트로 분석한다. 「적」에서는 복음서의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율이 어떻게 종교적 위선을 폭로하고 계급투쟁의 윤리로 비틀어 전유되는지 고찰함으로써 발터 벤야민이 말한 ‘의도의 중단’을 통해 언어를 의도에서 해방시켜 진리가 발현되도록 하는 과정이 이 시에 드러나 있음을 밝힌다. 또한 「지상의 시」에서는 요한복음의 ‘태초의 말씀’을 인용하되, ‘말’과 ‘행위’를 상호 번역 가능한 범주로 재구성하여 초월과 내재, 관념과 실천의 이분법을 넘어선 독창적인 시학적 원리를 제시하고 있음을 살핀다.
「다시 인젠 천공에 성좌가 있을 필요는 없다」와 「구름은 나의 종복이다」는 초월적 기표가 퇴조한 상황에서 인간의 감각, 언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윤리적 감응의 가능성이 임화의 시에서 어떻게 탐색되는지 보여준다. 특히 「구름은 나의 종복이다」에 드러나는 유희적 상상력과 능동적 주체는 초월적 명령 대신 인간의 실천적 힘으로 시대를 감당하려는 임화의 사유를 압축적으로 형상화한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는 임화의 ‘신성 비틀기’ 시학이 단순한 이념적 선언이나 반종교적 배척의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 아니라, 초월적 권위가 무력화된 시대에 인간적 윤리와 역사적 실천을 문학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치열한 시도였음을 논증한다. 이를 통해 임화 문학이 지닌 (반)종교적 사유의 복합성과 그 속에서 유물론적 윤리가 형성되는 과정을 규명함으로써 임화 시에 대한 해석적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표시는 필수 입력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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