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인간 존재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형상화하려는 시도를 통해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포스트휴머니즘, 동물 윤리, 비인간 행위자론 등의 철학적 담론 변화와 맞물려 있다. 예지 스콜모프스키의 <당나귀 EO>(2022)는 비인간 존재인 당나귀에게 주체성을 부여하는 영화적 실천의 대표적 사례로,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1966)에 대한 오마주이자 윤리적 전환을 구현하는 영화다. 브레송의 발타자르가 침묵과 수동성의 상징이었다면, 스콜모프스키의 EO는 능동성을 획득하며 전혀 다른 윤리적 태도를 제시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상이한 미적 결정으로 이어진다. 본 논문은 그 구체적 전략을 고찰하기 위해 EO의 눈 이미지 사용 방식, 창문과 울타리 이미지의 반복, 외화면 사운드 활용 방식을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