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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는 ‘先景後情’ 혹은 ‘借景抒情’이라는 작시법에 기반하여 詩化한다. 대체로 주제가 後情, 抒情에 드러나기 때문에 연구자의 시각은 ‘정’ 즉 ‘뜻’의 해명에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문학은 대상을 인식한 결과가 언어로 형상화한 것이니 만큼 대상에도 주목해야 한다.
愼齋 周世鵬(1495~1554)은 1,328수라는 방대한 분량의 시와 123편의 산문 작품을 남기고 있다. 그 가운데 관직 생활과 여행을 통해 경험한 일정한 공간을 소재로 삼아서 대상을 직관적으로 인식하여 시로 형상화한 경물시는 인식의 형상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한시의 이해에 적합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주세붕의 경물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식의 형상화 양상은 대상이 자연의 공간이든 인공의 공간이든 그 경물의 풍광을 묘사하여 그곳에서 받은 경이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주세붕의 한시에는 대상 경물이 지닌 命名을 드러냄으로써 대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명명의 노정을 통한 상징의 형상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주세붕은 그 공간과 관련된 일화를 언급하면서 그 공간에 깃든 상징성을 끄집어내기도 하고, 경물의 풍광이나 상징성을 소거하고 그 경관 혹은 공간에 도달하게 된 여정이나 배경을 설명하면서 경물에 대한 인식을 형상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인식의 형상화 양상을 중심으로 보았을 때 주세붕의 경물시에 보이는 특징은, 명명의 노정을 통한 상징의 형상화와 일화를 활용한 상징의 형상화 양상이 다른 작가에 비하여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의 공간이든 인공의 공간이든 주세붕은 그것이 가지는 본래의 경관이나 풍광보다는 그것에 내재한 의미에 더욱 관심을 가진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내재한 의미를 중심으로 대상을 파악하여 인식하려는 태도는 주세붕이 유가의 정명 의식에 기반하여 대상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은 풍광의 묘사를 통한 경이의 형상화가 선경으로의 지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선경으로의 지향은 완고한 삶 속에서 순간순간 느낄 수 있는 여유의 심성이 경물을 인식하고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선경으로 표출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완고한 삶과 여유의 심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미학’은 풍광의 묘사를 통한 경이의 형상화와 명명이나 일화를 통해 상징을 형상화하는 양상의 비중이 거의 비등하다는 점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표시는 필수 입력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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