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빈곤을 국가의 통치와 연결된 정치적·사회적·도덕적 구성물이자 성장주의의 내부 요소·주체로서 포착해 박정희 정부 시기 성장주의 체제의 작동 논리와 내용, 귀결에 대해 고찰한다. 특히 ①당대 성장주의에는 유사 자유주의적 요소가 중요한 기능 인자로서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 ②대중을 동원하고자 생산·보급한 담론과 규범이 강한 정신주의적 특징을 지니면서도 물질주의적 윤리로 귀착했다는 점, ③효용/위험도에 입각한 빈곤의 기능주의적 분류와 처분(개발·동원/격리·배제)이 실행되었다는 점, ④당대 성장주의에서 ‘분배의 시간’은 유보되지 않고 부정되었다는 점 등을 논한다. 기존 연구들은 다수가 성장주의 체제의 국가주의적 속성들, 특히 발전국가 개념에 비추어 본 박정희 정부의 면모들과 경제성장의 추이에 시선들을 모았다. 반면에 이 논문은 그 시기의 빈곤을 주제로 삼아 국가주의로 환원되지 않으며 자유주의의 초국적 유산과 접합되어 있던 성장주의 체제의 부면인 ‘빈곤의 통치와 지배’를 조명한다. 따라서 이 논문은 한국의 성장주의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고 국가주의·권위주의와 자유주의 간의 관계들에 대한 일면적 이해를 피하면서, 오늘날에도 상식으로 통용되는 특정 유형의 빈곤 인식 및 담론과 대중 도덕으로 수용되는 정신주의·물질주의 규범들의 위상과 역사성에 관해 숙고·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