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구운몽』의 꿈속 생애를 연기법에 입각한 ‘전생의 재현’이자, 연기(緣起)의 작용을 실감해 윤회 체험을 깨달음으로 전환하는 ‘증득의 기제’로 논의한 것이다. 기존의 욕망 발현설은 선녀 도반의 꿈속 윤회에서 나타나는 부친 횡사, 신분 하락 등 ‘차별적 불운’의 문제를 온전히 해명하지 못했다. 이에 본고는 텍스트 내의 시공간적 단서와 예언의 구조를 분석하여 서사의 인과(因果) 관계를 재정위(再定位)하였다. 먼저, ‘꿈속 꿈’ 삽화에 나타난 명암의 불일치와 백능파의 존재론적 모순을 근거로, 성진의 현실과 양소유의 꿈이 접속한다는 기존 견해의 한계를 확인하였다. 이어서, 꿈속 환생이 적강이 아닌 사후 심판, 사자의 호송에 따라 환생처에 당도하는 불교 윤회의 절차를 준수하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성진이 천인이 아닌 아직 해탈에 이르지 못한 지상의 인간임을 밝혔다. 또 장 진인의 예언 구조를 분석하여 꿈속 생애가 현생 인연의 근원적 연유인 ‘전생 숙연’이라는 사실을 논증하였다. 이러한 논증에 기반하여 본고는『구운몽』의 꿈속 윤회가 전생 숙연을 목도함으로써 연기의 이치를 관조 및 체감하는 ‘관법 수행’의 성격을 지녔음을 밝혔다. 아홉 수도자가 상이한 수도 기간에도 불구하고 일시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꿈속 윤회 자체가 연기를 실감(實感)하는 가장 상세한 법문(法文)으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구운몽』은 ‘전생’이라는 실재를 ‘꿈속 내생’이라는 허구로 감싸는 서사적 중첩과 도치(倒置)로써 진리로서 연기와 공(空)을 소설적 실감으로 전환한 ‘소설적 법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