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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제임슨은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편이 더 쉽다고 말하며, 후기 자본주의 통치성의 공고함을 설명한 바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유일하게 실현 가능한 정치체제로 여겨지며, 현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나 대안의 모색을 침묵시키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 쇼>는 이러한 후기 자본주의의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다. <더 에이트 쇼>에서 묘사되는 후기 자본주의 통치성은 구조를 자연화하고 은폐함으로써 주체의 내면으로 스며든다. 먼저 무대 위에서 참가자들이 부여받은 ‘위상학적’ 위치 차이는 계급 차이로 연결된다. 이는 극심한 차별과 불평등 상황을 유발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당연하고 마땅한 법칙이라 가정된다. 인간이 만들어 낸 임의적인 규칙이 마치 ‘자연의 법칙’처럼 여겨짐으로써, 불평등한 구조가 고정불변의 사실로 고착된다. 다음으로 이들이 벌이는 게임 내내 어떠한 인간의 얼굴을 한 개입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비인격적이고 초월적인 카메라의 시선만이 모든 곳에서 이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보이지 않는 시선을 내면화한 참가자들은 상황을 수용하고 자발적인 ‘쇼’를 보여주기에 이른다. 이처럼 편재한 규율 권력은 저항의 대상을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연대를 분쇄하고 지배 체제를 영속화한다. <더 에이트 쇼>는 저항의 가능성이나 위로를 제공하는 대신, 주체에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