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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여섯 번째 대멸종 사이에 가로놓인 이 시대에 포스트휴먼은 핵심적인 화두다. 포스트휴먼에 관한 이론적 기획은 트랜스휴머니즘과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으로 구분되는데, 이때 인간 신체의 취약성은 전자에게는 기술적 향상을 통해 극복되어야 할 한계로, 후자에게는 생명의 상호의존성을 성찰하게 하는 전제조건으로 인식된다. 그동안 희곡과 연극은 시공간적 제약과 디지털 스펙터클의 측면에서 소설이나 영화에 비해 SF 장르를 구현하는 데 불리하다고 여겨져 왔으나, 생동하는 몸을 비결정적 의미작용의 통로로 삼는 연행의 본령이야말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관습적인 이해를 변전시키는 차별화된 거점일 수 있겠다는 것이 본고의 문제의식이다. 이 글에서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을 렌즈로 삼아 마에카와 도모히로[前川知大]의 희곡 〈산책하는 침략자〉(2005)와 〈태양〉(2011)에 나타난 포스트휴먼 상상력을 고찰한다. 2장에서는 로지 브라이도티가 ‘포스트휴먼 3부작’을 통해 제시한 포스트휴먼 주체성과 관계적 존재론의 사유를 재구성하고, 3장과 4장에서는 두 작품이 어떻게 자아와 타자의 이원적 구획을 교란하며 이종(異種)의 횡단적 배치를 서사화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5장은 SF 희곡의 매체 전환에 관한 시론적 논의로서 영화·드라마·소설로의 각색 양상을 진단하는 한편, 창작집단 LAS의 연극 〈산책하는 침략자〉(2019)와 시나브로 가슴에의 무용 〈태양〉(2023)의 성취와 한계를 점검한다. 나아가 다중의 이야기들과 조우하며 현실의 지배적 허구를 흩트리는 포스트인문학적 비평이 곧 지구 행성의 긴급성에 응답하고 다른 세계화(reworlding)에 동참하는 해석적 개입임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