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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왕경에서는 통일 이후 전(塼)의 사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은 궁성‧사찰 등 국가적 기능을 수행한 핵심 공간에서 제한적으로 확인되며, 신라 건축문화의 일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는 전의 편년, 제작기술, 문양 양식 등을 개별적으로 다루는 데 집중해 왔으며, 왕경에서 전이 어떠한 의도와 기능으로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종합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비하였다.
본 연구는 신라 궁성 및 사찰에서 출토된 전의 사례를 검토하여, 신라 왕경 출토 전의 공통적 특징을 파악하고 전이 지닌 건축적‧상징적 의미를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신라 왕경에서 가장 많은 수량의 전이 출토된 동궁과 월지 출토 전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왕경 내 궁성 및 사찰에서 확인된 출토품을 함께 살펴보았다. 아울러 전의 출토 양상과 관련 유구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전의 사용 방식과 그 의미를 정리하였다.
검토 결과, 신라 왕경에서 전은 건물의 위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재료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은 주로 궁성‧사찰에서 출토되며, 그 외 원지나 귀족 저택 등에서도 일부 확인되는데, 이는 전이 왕경 내에서도 위계가 높은 건축물에 선택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궁전의 중심 건물이나 금당지에서는 무문전과 함께 문양전이 출토되는 반면, 익랑‧회랑 등 부속 건물에서는 무문전만 확인되는 점에서 건물의 성격과 등급에 따라 사용 가능한 전의 종류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양상은 문양전이 단순한 건축 재료를 넘어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문양전을 사용한 건물은 동일 공간 내에서도 다른 건물과 구별되는 특별한 위상을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전은 건축의 구조적 안정성과 영속성을 제고하는 기능적 재료로도 활용되었다. 소성전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방한‧방습 성능이 우수하여 고대 건축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제작 과정에는 상당한 공력이 요구되지만, 제작 이후에는 이동과 재사용이 비교적 용이하고 형태의 규격성이 확보된 가변성 높은 재료라는 장점을 지닌다. 건물 기단의 내‧외부에 부설된 전은 지반에서 상승하는 습기를 차단하고 빗물로부터 기단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초석 사이에서 확인되는 전은 고맥이로서 건물 하중을 분산하는 기능을 담당하였다. 또한 전은 성형틀을 통해 제작되기 때문에 제작 단계에서 이미 수평이 확보된 재료로, 하부 구조 시공 시 건물의 수평을 맞추는 데 매우 유용하였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전을 사용한 기단과 바닥은 단정하고 정제된 인상을 주어 시공 및 마감 과정에서도 효율적인 건축 재료로 인식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검토를 통해 신라 왕경에서 전은 건물의 위계를 시각적으로 표상하는 상징적 재료이자, 구조적 안정과 실용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기능적 건축 부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신라 왕경에서 전의 사용은 통일 이후 신라의 건축기술이 정치적‧의례적 위계와 실질적 기술수준을 고려하여 전개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라 할 수 있다.*표시는 필수 입력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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