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주요섭의 『구름을 잡으려고』에서 미국 이민 초창기 한인 삶의 리얼리티와 작가의 철학을 분석한 것이다. 주인공 준식은 부자가 되려고 미국행을 택했지만 멕시코에 내려져 목화 농장에서 노예노동에 시달리다 4년 만에 미국 본토로 간다. 그는 30여 년간 미국 서부에서 세 번이나 꿈의 실현에 근접했으나, 결국 실패한다. 개인적 불운과 미국의 경제공황, 유럽의 정세 변화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리얼리티는 20세기 초, 호경기의 미국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조차 경제적 성공이 가능한 시공간이었다는 점, 초창기 조선인 이민자의 성공 여부는 개인적 성실성 외에도 국제적 경기 변동이나 정세 변화와 깊이 관련된다는 점이다. 이 작품에 드러난 주요섭의 철학은, 1929년부터 미국이 대공황에 접어들고 유럽의 정세마저 악화되자, 약소 민족 출신 외국인 이주노동자는 환대받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 배제와 도태의 대상이 되었음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다. 이로써 주요섭은사회진화론적 세계 인식의 비윤리성을 고발하고, 준비 없이 핑크빛 광고만 믿고 부를 좇아 무모하게 미주로 이주하려는 당시 조선인들에게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