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석범의 『1945년 여름』을 통해 재일조선인의 해방/패전 체험을 ‘해방의 시차’라는 틀로 재독한 것이다. 기존의 논의가 대체로 4.3 작가론이나 재일조선인 정체성 일반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해방 직후 한반도와 일본의 냉전 질서 재편과 텍스트 내부의 담화 구조가 교차하는 지점을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다는 점을 문제 삼은 이 글에서는 정책사ㆍ담론사ㆍ서사 기법을 통합하는 관점을 제안했다. 특히 GHQ 점령 정책의 이중성, 냉전 심화에 따른 역코스, 일본 정부와 언론 프레이밍이 결합해 재일조선인의 법적ㆍ사회적 지위를 불안정화한 과정을 정리했으며, 재일조선인 2세의 시점과 증언을 분석해 ‘해방=구원’ 도식을 비틀어 제국의 유령들이 현재의 기억 레짐으로 잔존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자이니치 협화회의 인물군과 일상에 내면화된 제국 권력의 작동을 추적함으로써 해방을 기억ㆍ귀속ㆍ배제의 정치로 재규정하고 개인의 균열과 전후 질서의 장치가 상호작용하며 청산되지 못한 폭력이 이어진다는 점을 논증했다. 이런 해석틀은 텍스트 읽기를 정책/담론 맥락과 정밀하게 연동해 재일조선인의 존재 조건을 사상사적 과제로 재위치시키는 데서 선행연구를 넘어서는 기여를 제시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