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만주 망명지에서 창작된 내방가사 <정화가>·<정화답가>를 대상으로, 두 작품의 다정한 소통 방식이 여성 공동체의 정서적 결속을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분석한다. 기존 연구가 작가 고증과 서지 중심이었다면, 본고는 두 작품을 화답 구조 속에서 읽으며 말걸기–응답–되받아 말하기가 만드는 감정의 순환에 주목하였다. <정화가>에서 김우락은 반복적 호명, 다정한 말걸기, 유머와 조롱을 통해 가족 공동체를 돌보고 관계를 활성화하는 정서적 실천을 보인다. 이는 캐럴 길리건의 ‘돌봄의 윤리’에서 말하는 응답성과 관계적 책임을 문학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고난 속 공동체가 함께 버티는 정서적 기반을 마련하는 언어 전략이었다. 이에 대한 <정화답가>는 조롱에 대한 되받아 말하기, 해명, 미래적 약속을 통해 돌봄의 정서를 연대와 희망으로 확장하며, 두 작품은 웃음·위로·약속이 순환하는 감정 공동체의 역학을 드러낸다. 이러한 상호적 응답 구조는 안동 내방가사의 전통적 문화 원리가 망명 상황에서도 지속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성들이 창작·필사·낭송·답가를 통해 감정과 기억을 공유하며 공동체를 지탱해 온 내방가사의 문화적 기능을 재확인시킨다. 나아가 두 작품은 망명이라는 위기 속에서 여성들이 언어문화적 실천을 통해 공동체적 관계를 지속해 왔음을 보여주며, 만주 망명 내방가사를 관계 중심의 텍스트로 읽을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