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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1990년대라는 특정한 문화사적 지형 속에서 작가 듀나의 초기 활동을 재조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대 듀나 연구는 그를 ‘PC통신 작가’ 혹은 ‘사이버문학’의 기수로 호명하는 데 그쳤으나, 이러한 규정은 1990년대 매체 환경의 복잡성과 그 속에서 활동한 듀나의 주체적 면모를 간과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에 본고는 1990년대 문화운동 잡지인 『오늘예감』과 『버전업』이 ‘신세대문학’과 ‘사이버문학’ 담론을 통해 듀나를 자신들의 문화적 기획에 편입하려 한 방식을 분석한다. 이들 잡지는 듀나를 기성 문단에 대항하는 새로운 세대의 상징으로 부각하고자 했으나, 그 과정에서 듀나의 문학적 특수성을 세대론적 구획 안에 가두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동시기 『씨네21』, 『나인』 등에 기고한 비평을 통해 드러난 듀나 자신의 목소리는 이러한 외부의 규정에 정면으로 맞선다. 듀나는 고급/대중문화의 위계를 해체하고 장르적 다양성을 옹호함으로써, 자신을 둘러싼 담론적 압력과 길항하며 독자적인 비평적 입장을 구축했다.
이러한 1990년대의 경험은 듀나의 초기 단편 「히즈 올 댓」에 알레고리적으로 형상화된다. 소설 속 주인공 ‘큰아버지’는 제도 교육 바깥에서 서구 문화를 독학으로 수용하여 독창적 예술을 창조하는 잡식성 독학자이다. 그가 서구 문화 중개자들과의 불균형한 역학 관계 속에서도 그 경험을 자신의 예술적 자원으로 전유(appropriation)하며 ‘모국어’ 글쓰기를 시도하는 과정은, 1990년대 문화 담론의 압력 속에서 자신만의 작가적 정체성을 확립해 간 듀나의 자기-위치화 과정에 대한 문학적 은유로 독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듀나의 초기 활동은 1990년대 매체 지형과의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는 ‘사이버문학’ 담론이 낳은 기이한 예외라기보다, 당대의 복잡한 문화적 역학 관계를 가로지르며 자신의 목소리를 구축한, 1990년대적 전형성을 수용한 문학 주체이기도 하다.*표시는 필수 입력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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