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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대지의 투쟁 : 하이데거 예술론을 통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구 = The struggle between world and earth : a Heideggerian aesthetics of Hamaguchi Ryusuke's Asako Ⅰ & Ⅱ and Evil Does Not Exist
본 논문은 하이데거의 「예술작품의 근원」에서 제시된 세계(Welt)와 대지(Erde)의 투쟁 개념을 바탕으로 하마구치 류스케(濱口竜介)의 영화 <아사코> (2019)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4)를 분석한다. 하이데거에게 예술작품은 존재자가 스스로 드러나는 진리의 현성(alētheia)이 발생하는 장(場)이며, 진리는 드러남과 은닉의 긴장 속에서 개시된다. 이러한 관점은 하마구치 영화의 리얼리즘을 사실 재현이나 심리적 감정 표현으로 이해하는 기존 접근을 넘어, 존재가 감각적으로 발생하는 사건(Ereignis)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아사코〉에서는 사랑의 형성과 붕괴를 통해 세계가 열리며, 그 과정이 드러난다. 또한 연극적 장치와 자연을 매개로 서사 전반에 간극이 형성되고, 이는 세계의 전개 속에서 대지의 은닉성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균열로 변주된다. 한편,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연과 인간 공동체의 충돌하면서도 공존하는 장면들을 통해, 세계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교차하며 조율되지 않는 침묵과 잔여의 형태로 드러나는 대지의 힘을 현시한다. 두 작품은 모두 세계와 대지의 긴장이 재현 불가능한 균열에서 드러나는 존재론적 리얼리즘을 구축하며, 관객은 그 틈에 머무르며 의미의 확장과 변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본 연구는 하마구치 영화가 진리의 현성을 경험하게 하는 예술작품으로 작동함을 밝히며, 하이데거의 예술론이 현대 영화 분석에 유효한 이론적 틀임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