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화합은 이제 우리 시대와 사회의 중심 의제가 되었다. 고립성과 이기성을 전제로 하는 개인을 주체로 설정한 근대 이후의 상황 속에서 사회는 그 개인들의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계약의 산물이라는 계약론적 관점에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런 인간상과 사회상을 1987년 군부독재 종식을 가져온 6월 항쟁을 계기로 정착한 시민사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우리 사회도 이제는 그런 관점에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개인과 사회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경제적 인간상으로 축소되면서 생태 위기를 상징으로 하는 공존과 화합의 위기를 가져왔다. 이에 대응하여 거주 가능성의 확장을 위한 노력의 주체로서 인간상을 우리는 ‘호모 인드라네티우스(homo indranetius)’로 설정해볼 수 있다. 그는 연결망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자신과 사회, 세계, 우주를 바라볼 수 있을 뿐만아니라 그 거주 가능성에 초래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토대로 실천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실천적 존재자이다. 대안적 인간관으로서 호모 인드라네티우스는 존재하는 것들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화엄의 인드라망 비유를 활용하는 인간상이고, 행위자 연결망 이론에서 강조하는 연결망으로서 행위자라는 명제와도 친화성을 지닌다. 무엇이든 존재하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자들과의 연기적 의존성을 확보해야 하고, 그 의존성이 서로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각자의 구슬은 영롱하게 빛남으로써만 다른 모든 구슬들을 비출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나름의 존엄성과 독존성(獨存性)을 보장받는다. 그 앞에 호모(homo)를 덧붙인 것은 인간 존재와 종(種)이 지니는 책임성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개별화된 주체로 등장하여 도달한 근대 이후의 문명이 지닌 근원적인 파멸성을 극복할 수 있는 책임은 일차적으로 스스로를 의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자유의지도 확보함으로써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만의 것이라는 고유성에 주목하는 개념인 것이다. 이 대안적 인간상을 공유할 수 있으면 그 공유되는 시각을 중심으로 삼아 인류는 물론 모든 존재자들의 거주 가능성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