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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본래 ‘있는 것’이라는 전제는 감정을 피할 수 없는 내적 실재로 고정시키고, 우리를 감정의 영향력 아래 머무르게 한다. 그러나 감정을 조건과 맥락에 따라 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면, 감정 경험은 필연이 아니라, 전환 가능한 현상으로 재조명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감정을 본질적 실체로 가정해 온 본질주의의 한계를 검토하고, 현대 구성주의 감정이론과 초기불교 연기론을 비교·분석함으로써 감정의 유동성을 논증한다.

현대 구성주의 감정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뇌의 예측과 개념화가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가운데, 정동 상태가 개념적 지식과 언어적 범주를 통해 의미화될 때 특정한 감정 범주로 구성된다. 이때, 감정의 동일성은 범주화와 감정 개념의 반복적 적용(naming)을 통해 성립한다. 한편, 초기불교는 감정을 연기적 조건 속에서 성립·변화·소멸하는 무상한 현상으로 제시한다. 빨리 문헌에서 감정적 경험은 접촉·느낌·지각·형성력·의식이 상호 의존하는 조건 속에서 전개되는 흐름이며, 지각에 따른 표상과 언어적 명명 및 가설적 지칭이 결합할 때, 비로소 특정 감정으로 분별 되어 드러난다. 특히 행온은 인식 과정의 배경 조건으로 작용함으로써, 감정 경험의 반복적 동일성이 유지·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두 전통은 감정을 고정된 본질이 아닌 조건적 과정으로 파악하고, 감정이 식별·명명·지칭 등 개념적 처리에 의해 조직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접점을 이룬다. 그러나 구성주의는 감정을 사회·문화적 학습과 개념 체계의 재구성을 통해 변화 가능성의 해명에 초점을 둔다면, 초기불교는 감정이 ‘나와 내 것’으로 동일시될 때 취착이 강화된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삼고, 이를 해체할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감정을 경험 내부의 고유한 성질로 환원하지 않고, 조건·해석·개념적 범주에 의해 성립하고 변화하는 유동적 경험 양식으로 제시한다. 이는 감정을 비환원적·비본질적 해석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정서적 실천과 윤리적 성찰이 성립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권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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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명 저자명 페이지 원문 목차
연기설에 나타난 ‘중도’에 대한 고찰 = The "middle way" in paṭiccasamuppāda : a north-south comparative study : 남북전의 비교를 통하여 이은정 p. 1-29
청정도론 중심의 상좌부 전통과 대승불교의 자애수행 비교 연구 = A comparative study on the practice of mettā (loving-kindness) in the Visuddhimagga-centered theravāda tradition and Mahāyāna Buddhism 전지미 p. 31-64
『오온론』(Pañcaskandhaka)의 저자 귀속 문제 = Is the Pañcaskandhaka ascribable as the real work of vasubandhu, the author of the Abhidharmakośabhāṣya? 이수진 p. 65-88
긍정인가 부정인가 = Affirmation or negation : variant readings of Laṅkāvatārasūtra X.256-258 and Kamalaśīla's Yogācāra-Madhyamaka interpretation : 『능가경』 X.256-258 게송의 異讀과 Kamalaśīla의 유가행중관학파적 해석 차상엽 p. 89-115
인도 논서(śāstra) 문헌군 네트워크 분석을 위한 문헌학적 개념들 = Philological concepts for analyzing the network of śāstra literature : a schema for datafication of reference information in the Tattvasaṃgraha : <진실의 집대성>(Tattvasaṃgraha) 속 참조정보의 데이터화 방안 함형석 p. 117-147
달력의 시간 = The time of the calendar : the transcendent meaning of the calculation of the doctrine (Bstan rtsis) in Dol po pa Shes rab rgyal mtshan's (1292-1361) The Fourth Council (Bka' bsdu bzhi pa) : 돌뽀빠 쉐랍겔첸(Dol po pa Shes rab rgyal mtshan, 1292-1361)의 『제4결집(Bka' bsdu bzhi pa)』에서의 땐찌(bstan rtsis)의 초월적 의미 조석효 p. 149-183
조사의 삼관문 = The Patriarch's three gates : 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 life, death, and enlightenment : 인간 존재의 의미: 삶과 죽음, 그리고 깨달음 허진 p. 185-216
『미륵상생경종요』의 10문(門) 구조 연구 = The ten-gate structure (十門) of Wonhyo's Jongyo (『宗要』) : 원효의 미륵수행관을 중심으로 송재민, 강은행 p. 217-249
백파 긍선과 추사 김정희의 선리(禪理) 논쟁 재고 = Reconsidering the Zen doctrinal controversy between Baekpa Geungseon and Chusa Kim Jeong-hui : focusing on the 'Fifteen Articles on Baekpa's delusions : 「백파망증15조」를 중심으로 서성숙 p. 251-281
쿠차의 이야기형 천불도와 그 사상적 맥락 = Narrative thousand Buddha paintings of Kucha and their religious backgrounds : visualization of the multi-layered Buddhist traditions : 복합적 불교 전통의 시각화 이지호 p. 283-319
의역어 무량수(無量壽)에서 음역어 아미타(阿彌陀)로 = Rethinking the epithet shift from Muryangsu to Amitā in Buddhist statue inscriptions : 불상 명문 속 존명 변화의 함의 정진영 p. 321-350
호모 인드라네티우스 = Homo indranetius : an alternative view of humanity that expands the possibility of habitability : 거주 가능성 확장을 위한 대안적 인간관 박병기 p. 351-376
포괄적 정의와 본래적 정의로 보는 청정의 심리학 = The psychology of purification viewed from comprehensive and essential definitions : focusing on the purification of the six sense faculties and intrinsic purification : 육근청정과 자성청정을 중심으로 윤희조 p. 377-404
감정의 유동성 = The fluidity of emotion : a comparative study of contemporary constructivist emotion theory and early Buddhist dependent arising : 현대 구성주의 감정이론과 초기불교 연기론을 중심으로 박정아 p. 405-434
경계 너머의 자비 = Compassion beyond boundaries : a Buddhist inquiry into the integration of self and other : 자기와 타자의 통합을 향한 불교적 고찰 권선아 p. 435-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