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6년 9월 명종(明宗)은 『심도(心圖)』의 제작을 명한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주세붕(周世鵬)은 『심도』를 완성한다. 『심도』는 모두 20개의 그림과 그와 관련된 고전의 내용이나 선유들의 해설이 덧붙여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20개의 그림 가운데 1번부터 4번까지는 정민정(程敏政)의 『심경부주(心經附註)』에 수록된 그림들이다. 당시 조선에서는 『심경부주』를 주목하고 있었고, 주세붕도 『심도』를 제작하는 데 이 책을 적극 활용했다. 그러나 나머지 16개의 그림은 온전히 주세붕이 선별하고 구성한 것들이다. 따라서 이 16개의 그림을 통해 『심도』를 구성한 주세붕의 의도와 논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이 16개의 자료 가운데서 8도-11도의 자료와 16도-18도의 자료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 7개 자료에는 나머지 자료들에는 없는 “신들이 삼가 살펴보건대[臣等謹按]”로 시작하는 특별한 언급들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7개의 자료는 공통적으로 『맹자』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에 관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는 50년도 안 되는 동안에 네 차례의 사화(士禍)를 겪은 조선에서 주세붕이 13세의 어린 임금에게 ‘살리기를 좋아하고 죽이기를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함으로써 ‘잔인한 마음으로 형벌을 가하고 죽이는 근심’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편찬했음을 보여준다. 주세붕은 15세기 말에 태어나서 16세기 중반까지 일생을 학자 관료로 활동하면서, 내직에 있을 때는 임금을 향해, 외직에 있을 때는 아전과 백성 그리고 후학들을 향해 끊임없이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그렇게 강조했던 학문은 ‘심학’이다. 학문에 관한 주세붕의 이야기를 분석해보면, 그는 틀림없이 성리학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학문을 심학이라고 명명한다. 주세붕이 이야기하는 심학은 ‘열여섯 글자의 심법[十六字心法]’에 근원을 두고 이제삼왕(二帝三王)으로 전승된 제왕의 심학이다. 임금은 제왕이기 때문에 그 심학을 공부해야 하고, 학자들은 그런 임금을 보필하기 위해서 심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주세붕이 강조한 심학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