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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영화의 주요 모티프는 도로 위에서의 방랑과 경계의 이동이었다. 그러나 2023년 작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의 주인공 히라야마는 이러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인그는 목적지 없는 방랑이 아니라 반복적인 일상의 루틴을 통해 정주 공간 내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주체성을확보한다.
본 연구는 발터 벤야민의 플라뇌르(Flâneur) 개념을 이론적 틀로 삼아 히라야마가 어떻게 현대 도시 시스템 내부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유지하는지를 규명한다. 히라야마는 익명성과 거리두기를 통해 관찰자의 위치를확보하고, 필름 카메라와 카세트 테이프를 통한 수집 행위로 상품화된 도시를 새롭게 해석한다. 또한 반복되는일상의 루틴으로 자본주의적 선형 시간을 거부하고, 도시의 기능적 공간의 미학적 재전유를 통해 화장실, 자동차, 공원 등을 자신의 사유와 명상의 공간으로 변환한다. 또한 히라야마는 아침에 일어나 캔을 뽑고, 도쿄 스카이트리가 보이면 음악을 듣는 등 정해진 루틴의 삶을 살아간다. 이러한 태도는 벤야민이 말한 플라뇌르의 충격의 방어기제의 구현이다. 도시의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동료의 퇴사, 예상치 못한 만남, 테이프 판매)이 발생해도 히라야마는 루틴의 회복을 통해 일상을 되찾는다. 이는 기존 여타 영화와는 달리 사건을 통한 정체성의회복이라는 사건 중심의 드라마를 거부하고 반복과 감각을 통한 인물의 존재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히라야마는 물리적 이동 없이도 감각적 깊이를 유지하는 현대적 플라뇌르이다. 그는 이동하지않지만 감각은 떠돌고, 머물지만 도시 경계에 서 있으며, 침묵 속에서 도시를 읽어낸다. 본 연구는 이를 통해기존의 유목적 방랑자 개념을 정주적 방랑자로 확장하며, 사건 중심 서사를 넘어 감각,정서를 매개로한 새로운영화적 캐릭터 형성 방식을 제시하고자 한다.*표시는 필수 입력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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