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미디어의 출현은 무용의 재현 방식을 다변화시키며, 작품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유통되고 소비되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러한 변화는 무용의 대중적 접근성과 확산력을 높이는 동시에, 예술로서의 실재성, 신체성, 자율성의 해체를 초래하는 새로운 미학적 조건을 야기한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제시한 ‘예술의 사라짐(disparition de l’art)’ 개념은 무용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경험하는 존재론적 전환을 진단하는 중요한 철학적 틀을 제공한다. 연구에서는 보드리야르의 철학을 바탕으로 디지털 매체 환경에서 무용의 변화 양상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디지털 시대의 무용 예술은 탈현장성, 재현성의 과잉, 감각의 탈물질화라는 세 가지 양상을 중심으로 본질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더불어 무용을 구성하는 존재 주체인 무용수, 안무가, 작품, 관객의 역할과 정체성 또한 근본적으로 재구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무용수는 데이터 기반 신체로 전환되며, 안무가는 기술 기반의 시스템 설계자의 역할로 이동하고, 작품은 네트워크 중심의 다층적 구조를 갖추게 되며, 관객은 단순한 수용자를 넘어 참여적 매개자로 변화한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무용을 둘러싼 존재론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동시대 예술이 디지털 매체 환경 속에서 마주하는 위상 변화를 철학적으로 사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본 연구는 예술의 존재론, 감각 구조, 매체성과의 관계를 재구성할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며, 무용 예술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