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동남자락에 위치한 불굴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여러 차례의 증・개축을 거친 천년고찰이다. 일반 사찰이 축선에 따라 전각을 배치하는 것과 달리, 불굴사는 약사보전과 약사여래입상이 중심축에서 벗어나 있는 독특한 가람배치를 보인다. 이는 불교 교리나 상징성보다 지형적 조건이 우선된 결과로, 불전과 불상의 좌향 관계에 관한 기존 연구가 전무한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주불전인 적멸보궁은 주맥과 일치하지 않는 골짜기에 자리하여 초기 창건 시 풍수 논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무는 길하나 입수룡이 없어 길지라 보기 어렵고, 수세는 우선수로 흐르며 청룡・백호의 형세가 미약하다. 안산은 백호의 말단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굴사는 수행공간으로서 적합한 입지를 지닌다. 이후 증축 과정에서 풍수 비보가 적용되어 약사보전의 좌향이 중심축을 이탈하면서도 득수 방향을 향하게 되었으며, 사찰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본 연구는 불굴사 가람배치의 풍수적 해석을 통해 사찰 입지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