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5세기 조선 초기의 문인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의 문학에 나타난 ‘한(閑)’의 양상과 그 지향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강희안은 시서화삼절로 평가받는 인물로, 그의 문학에는 한가로움을 통한 학문적 실천이 총체적으로 구현되어 있다. 연구 대상은 진산세고(晉山世稿) 제3권의 시들과 제4권의 「양화소록」이다. 본 연구는 우선 ‘한’의 어원적 의미와 15세기 전후 문학에서의 ‘한’의 문학적 사용 및 조선 초기 문인의 지향점을 고찰하였다. ‘한’은 외부와의 차단이라는 의미에서부터 시작하여 한가로움, 무사(無事), 소요(逍遙), 은일적 경계 등의 다층적 의미를 지니며, 고려 후기에서 조선 초기로 이어지는 문학적 전통을 형성하였다. 이를 토대로 강희안 문학에 나타난 ‘한’의 양상을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강희안은 심은(心隱)의 태도로 관직 생활 중에도 정신적 은일을 지향하며 공(空)을 깨달음으로 하는 득한(得閑)의 경지를 추구하였다. 장자적 망형(忘形)과 불가적 무주(無住)의 경지를 지향하였으나 세속에 대한 미련과 내적 갈등도 함께 드러났다. 둘째, 그는 자연의 완상(玩賞)을 통해 공감각적 이미지로 한가로운 정취를 형상화하고 ‘도의 맛〔道味〕’을 음미하는 ‘진취(眞趣)’의 경지에 이르렀다. 셋째, 그는 관찰과 기록을 통해 화훼의 본성을 이해하고 비덕(比德)의 전통에 따라 ‘한중진미(閑中眞味)’를 체득했다. 화훼 재배는 격물치지의 방법론이자 ‘수도양덕(守道養德)’을 위한 유가적 수양이었다. 강희안의 문학에서 ‘한’의 지향은 유·불·도 사상의 회통적 성격을 보이며, 예술적 실천과 일상적 자연 체험, 성리학적 학문 탐구를 융합한 15세기 조선 문인의 학문적 실천 여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