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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년 체제’ 이후의 글로벌 내셔널리즘과 재일제주인 조작간첩 : 김석범, 『과거로부터의 행진』을 중심으로 = Global nationalism and fabricated espionage of Zainichi Jeju people after the 65-year system : focusing on Kim Sok Pom’s Procession from the Past
재일제주인 간첩조작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를 기점으로 대두한 재일조선인의 국적 문제와 긴밀하게 연관된다. 냉전의 세계질서 속에서 재일조선인은 공산세력을 유입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되었고, 특히 제주 4·3으로 인해 ‘빨갱이의 섬’으로 낙인찍힌 제주 출신 재일조선인은 간첩조작의 주요 대상이 되었다. 국제교류의 확산과 조선적 재일조선인에 대한 배제의 병존은 현재에 이르러 지속 및 심화되어 온 글로벌 내셔널리즘의 모순을 선명히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가 주목한 김석범(金石範, 1925~)의 『과거로부터의 행진』(2012)은 재일제주인 간첩조작 사건을 선구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민단계 재일제주인이자 재일유학생 간첩조작 피해자인 ‘한성삼’은 한국적을 버리고 조선적을 택한다. 반면 조총련계 재일제주인이자 4·3 유족인 ‘고재수’는 제주도 불법입국 및 강제송환 후 조선적을 한국적으로 변경한다. 한성삼의 상흔이 ‘비국민 제주빨갱이’에게 자행된 1980년대의 국가폭력을 드러낸다면, 고재수의 무사귀환은 ‘환대’로 위장한 1990년대 공안권력의 억압을 암시한다. 또한 작가의 분신인 ‘김일담’이 폭로한 ‘일본을 근거지로 한 일대 간첩 날조 사건’과 호혜적 거래는 또 다시 ‘4·3의 길’을 봉쇄하는 신냉전의 국제질서를 함축한다. 이렇듯 김석범이 2000년대에 재일제주인 간첩조작사건을 소설화한 것은 ‘65년 체제’ 이후 재일제주인을 소외시켜 온 글로벌 내셔널리즘의 폭력을 고발하고, 우리가 자명한 존립근거로 믿는 ‘국가’와 ‘세계’에 대한 통렬한 물음을 제기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