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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재일조선인 2세인 박수남 감독의 기록영화 『아리랑의 노래―오키나와로부터의 증언』(1991)을 분석 대상으로 삼아, 오키나와라는 〈토포스〉에 입각한 증언영화의 윤리적 실천을 고찰한다. 패전 80년을 맞아 전쟁 체험자의 부재가 현실화되는 ‘포스트 증언’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남겨진 증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 전투를 둘러싸고는 오늘날에도 역사 수정주의적 담론이 반복되며, 전쟁 기억의 정치화가 지속되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국가적 담론 속에서 주변화되어 온 사람들의 증언에 다시 귀를 기울이고, 그 제시 방식을 윤리의 문제로 재검토하고자 한다.
『아리랑의 노래』에서 박수남은 조선인 출신 전 군속, 일본 병사, 오키나와 주민, 전 ‘위안부’라는 증언자들의 피해의 기억뿐만 아니라, 피해자 내부에 잠재한 차별 의식과 가해성까지도 가시화하고 있다. 전 군속의 발화에 배어 있는 젠더적 폭력성이나, 오키나와 주민의 선의와 멸시가 공존하는 증언을 편집으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제시함으로써, 전쟁과 식민주의가 낳은 폭력의 구조를 관객에게 정면으로 제시하는 점에서 본 작품의 윤리적 실천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본 작품은 오키나와 각지에서 이루어진 상영회를 통해 침묵해 온 기억을 호출하고, 새로운 증언을 촉발하는 계기로도 기능하였다. 특히 배봉기의 사후 추모 상영회가 된 도카시키섬의 경우, 그동안 굳게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들이 침묵을 깨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 피해의 기억이 개인적 체험에서 사회적 기억으로 전환되어 가는 과정이 확인된다. 영화가 완성된 작품으로 제시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영이라는 실천을 통해 다시금 〈장소〉에 작용하며 기억의 생성과 공유를 촉진하는 매개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상의 고찰을 통해 본 논문은 『아리랑의 노래』를 단순한 피해 고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피해와 가해의 경계가 흔들리는 장소에 몸을 두고, 상영이라는 행위를 통해 관객과 지역사회의 윤리적 사유를 촉발하는 실천으로 위치짓는다. 박수남의 영화는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전쟁의 기억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표시는 필수 입력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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