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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 유치환의 사진 체험과 초기 시 세계의 형성 과정 고찰 :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예술사진 체험을 단서로 = A study on Cheongma Yu chi-hwan's photographic experiences and the formation process of his early poetic world : based on the experience of Hagiwara Sakutaro's fine art photography
이 글의 목적은 청마 유치환의 사진 체험 행적을 실증적으로 추적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그가 독특한 초기 시 세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고찰하는 데 있다. 그간 유치환 문학 연구에서 그의 사진 체험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거니와 일본 유학 시기에 그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친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朔太郎)의 예술사진 체험은 그의 초기 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실제로 사쿠타로는 사후 한 권의 사진집으로 정리될 만큼 평생에 걸쳐 사진에 몰두하였으며 그것을 토대로 하여 자아와 향수를 둘러싼 독자적인 시 세계를 개척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는 사쿠타로가 남긴 인화 사진과 그의 시 세계의 관련성을 살피고, 사쿠타로의 시와 유치환의 시를 비교 고찰하여 유치환 시 특유의 미학을 밝히고자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유치환은 초상사진의 측면에서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자아상을 발견하고 이를 특정한 시적 대상으로 표현하려 했던 사쿠타로의 작업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사쿠타로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균열된 자아를 표방한 것과 달리, 그는 비속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단독적인 자아를 표방하려 한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유치환은 풍경사진의 측면에서 다다를 수 없는 이상을 향한 향수를 발견하고 이를 방랑과 슬픔으로 표현하려 했던 사쿠타로의 작업에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사쿠타로가 이상향을 향한 불가능한 방랑을 지속한 것과 달리, 그는 공동체와 맞닿아 있는 생명의 기원을 탐색함에 따라 실존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이 글은 유치환의 시 세계를 형성하는 데 관여한 문화적 원동력을 새롭게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문학이 가로놓인 동아시아적 위상을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