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 : 박상우 산문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1310556
811.88 ㅂ194ㅎ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불가
0001310557
811.88 ㅂ194ㅎ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불가
출판사 책소개
완전한 충만, 완전한 하나, 완전한 혼자를 위하여! 소설가 박상우는 1988년 문단에 데뷔한 이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독산동 천사의 시> <호텔 캘리포니아> 등 섬세한 내면을 견결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작품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1999년에는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정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자신의 문학적 재능에 회의를 품고 글을 쓰지 못했던 나날이 있었다. 그때 그는 세상에 몸을 드러내는 대신 카메라 하나 둘러메고 무작정 혼자 길을 떠났다. 외롭고 긴 행로, 멀고 아득한 마음의 길을 참으로 오래 걷고 달린 끝에 작가가 만난 것은 혼자이기 때문에 완전한 나, 그리고 혼자 길 떠나는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충만이었다. 길 위에 있지만 외롭지 않고, 오히려 혼자인 상태, 하나인 상태에 집중할 수 있는 곳, 그리고 오랜 친근함 속에서 정신적 긴장감을 완전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곳. 그곳은 작가에게 여행지가 아닌 확장된 삶의 영역이었다. 삶의 영역이기에 언제든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난 몇 년간, 작가는 몸과 마음, 영혼을 위한 자신의 길 찾기를 사진에 담고 글로 적어나갔다. 자기 자신을 찾아나선 자의 내밀한 기록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내가 나를 부르는 곳, 내가 나를 만나는 곳, 내가 나를 되찾는 곳…… 내가 그리울 때마다 나는 그곳에 간다 맨발로 걷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찾아가는 대관령, 바다가 길이 되는 양양 조산리 앞바다, 길을 찾으러 갈 때마다 오히려 길을 잃게 되는 안개 자욱한 만항재, 이제는 가슴에 안아야 할 태안반도, 자유가 무엇인지 늘 묻게 하던 자유로……. 이 장소들은 여행지라기보다는 작가에게 하나의 물성으로 다가왔고, 그곳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다치고 지친 마음은 저만치 물러나 버렸다. 작가는 그곳에서 어린 시절 한 꼬마를 짝사랑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고, 실연당한 대학생의 가슴 아픈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한때 자신이 교사로 근무했던 탄광촌에서는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좌절한 수많은 청춘들을 보았고, 글쓰기가 안 되어 죽을 것만 같던 자신의 고통쯤은 대범하게 흘려버리거나 마주서서 이겨야 할 존재임을 깨닫기도 했다. 화가의 생애를 살고자 했으나 인생의 고초로 좌절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중편소설 「말무리반도」는 그런 상황 속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말이 달려나가는 모양새인 강원도 고성의 말무리반도의 이미지를 중요한 모티프로 차용한 것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인간의 숙명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드러내어 자신의 문학 인생에서 중요한 분기점 역할을 하였다. 이렇듯 혼자 여행은 작가에게 마음을 치유해주는 동시에 작품의 산실로 거듭나게 했다.
멀고 아득한 마음의 길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난다 박상우는 소위 1990년대 작가군 중 가장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한 작가 중 하나였다. 그런 만큼 글쓰기의 어려움 때문에 주춤거렸던 지난 시절이 그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이기도 했을 것이다. 글이 쓰이지 않을 때마다 혼자 길을 나섰고, 길 위에서 서성이던 수많은 나를 만났고, 나로부터 멀어지고 싶었지만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그래서 더 소중한 나란 존재도 만날 수 있었다. 고통을 주는 존재와 마주대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을 이겨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깨달았던 지난 10년간, 혼자여서 처음에는 외로웠지만 그래서 더 완전한 나를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이었기에 그 시절이 이제는 소중하고 고맙기만 하다. 참으로 멀고 아득한 길을 돌아온 작가는 그 길의 끝이자 시작인 곳에서 산문집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지난 10년간의 마음공부의 결실을 왕성한 글쓰기를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산문집 <혼자일 때 그곳에 간다>를 기점으로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서는 박상우. 이 작품은 그가 앞으로 보일 문학 활동의 새로운 원년의 시작이자 독자에게 진정한 자아를 찾게 도와주는 동시에 산문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할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책속에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동안 나는 매번 잃어버린 나를 만나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그때의 충전에도 일정한 유효기간이 있다. 또다시 세파에 시달리며 살다 보면 거기서 만난 나는 점차 희미해지고 세속적인 나가 어느새 자꾸만 키를 높여간다. 그런 시간이 늘어나면 본래의 나가 슬슬 세속적인 나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다가 이때가 기회다 싶으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쑥 길을 나선다.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나, 잃어버린 나를 만나러 또다시 달려가는 것이다. 내가 나를 부르는 곳, 내가 나를 만나는 곳, 내가 나를 되찾는 곳……. 내가 그리울 때마다 나는 그곳에 간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중에서
만항재의 첩첩한 안개에 갇혀 있는 동안 나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공포심을 느끼면서도 내 존재를 객관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기이한 영감을 얻은 때문이었다. 내가 선 그곳이 우주의 중심이고, 그것은 너무나도 작고 하찮은 하나의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자각! 세상은, 그리고 우주는 그와 같은 점들의 무한 합집합이었다. 안개 속에 갇혀 있는 동안 나는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위성시각으로 나를 보았다. 하나의 점으로 존재하는 나. 그러자 자연의 일부인 나, 안개의 일부인 내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나의 뇌리를 스쳐간 건 엉뚱하게도 ‘호연지기’라는 말이었다. 그 순간 왜 그런 말이 떠오른 것일까. -「만항재」 중에서
태안반도는 충청도를 벗어나고 대한민국을 벗어나 세계의 태안반도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태안반도는 태안반도에 없다. 바다 속으로 스며들고, 모래 속으로 스며들고, 개펄 속으로 스며든 원유로 중병이 들어 우리의 마음으로 옮겨져 병구완을 받는 중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비관적인 전망과 검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태안반도를 마음에 품은 사람들은 끝까지 치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 이틀 만에 치유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니 언제까지건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오직 사랑, 그리고 보살핌뿐이다. 그 생명체가 다시 ‘크게 편안’해질 때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오직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태안반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