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 당시, 13개 식민주로 이루어진 대서양 연안 국가에 지나지 않았던 신흥국가 미국. 독립선언서 초안을 작성한 주인공이자 제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은 1803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으로부터 광대한 영토 루이지애나를 1,500만 달러에 사들인다. 루이지애나 매입 후 그는 자신이 누구보다 신뢰했던 루이스와 클라크 원정대를 서북쪽으로 파견하여 세인트루이스에서 로키산맥을 넘어 오리건까지 8천 마일에 이르는 장대한 역사적 탐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미연방의회는 제퍼슨의 이 야심만만한 도전에 강하게 반발하고, 설상가상으로 영국과의 전쟁 위험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다가오는데……. 국내외적으로 한 치 앞도 알 수 없고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미지의 땅으로 루이스와 클라크의 탐사부대를 파견하는 제퍼슨. 그의 이 거대한 모험이 향후 미국과 세계 역사의 진로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2. 초강대국 미국의 기틀을 만들어낸, 역사상 가장 놀라운 모험담
루이스와 클라크의 원정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또한 그들의 업적이 오늘날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200년이라는 긴 시간의 경과, 게다가 우리의 역사도 아닌 미국사에서 일어났던 한 가지 에피소드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과연 무슨 의미를 줄까?
첫째, <불굴의 용기>는 그 자체로 손색없는 하나의 뛰어난 모험담이다. 30대 초반의 두 지휘관이 당시 최고의 군인들과 사냥꾼들을 불러 모아, 그때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야생의 오지를 탐험한다는 이야기는 섀클턴의 이야기나 다른 어떤 모험 실화 못지않은 순수한 재미를 선사해준다. 남극이나 북극이 아니라 오늘날의 미국이 있는 바로 그 땅을 탐사한 것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은 선입견도 가질 수 있지만, 오로지 루이스와 클라크의 증언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풍요로운 낙원 같은 루이지애나의 야생은 대단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배를 타고 강을 따라가고, 높은 산맥을 건너며, 갖가지 신기한 야생동물이며 자연현상과 만나고, 호전적인 인디언 부족들과의 일전을 각오해야 하는 등, 어지간한 소설 못지않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둘째로 초창기의 미국사다. 비록 메리웨더 루이스의 생애와 원정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과 루이지애나 매입이라는 중대한 사건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루이지애나 매입은 미국의 국토를 단숨에 2배로 늘려놓았으며, 그곳에 포함된 막대한 자원은 이후 서부 개척시대의 열풍을 불러왔고, 급기야 미국의 영토가 태평양 지역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줌으로써, 사실상 오늘날의 초강대국 미국의 기틀을 마련한 중대한 사건이었다. 특히 이 책에 서술된 바, 제퍼슨과 루이스라는 당대 최고의 정치인과 지성인이 지닌 서부관을 보면, 미국의 이른바 프런티어 정신의 실체는 물론이고 이후 인디언을 탄압하면서까지 적극적인 팽창 정책에 나서게 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탁월한 리더십 지침서다. 루이스와 클라크의 리더십은 수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상당히 흥미로운 사례로서 연구 가치가 있다. 직관적이고 다혈질이며 글쓰기와 자연 관찰에 유능했던 루이스와, 차분하고 인내심 많으며 행정 업무와 지도 작성에 탁월했던 클라크는 그 성격에 있어서는 물론이고 재능에 있어서도 지극히 상보적이었다. 둘 중 한 사람이 없었더라면 과연 원정이 성공했을지 차마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물론 두 사람이 항상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단점을 이해했기에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두 사람의 탁월한 리더십이 드러난 사례는 마리아스강 하구에서의 일이다. 인디언들조차 몰랐던 또 다른 강의 상류가 나타나자, 원정대는 과연 어느 쪽이 진짜 미주리강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대원들은 오른쪽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지휘관은 직접 답사를 다녀오고, 기존 정보를 토대로 추론을 거듭한 끝에 왼쪽이 진짜 미주리강이라고 정확하게 결론을 내린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대원들이 여전히 오른쪽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쪽으로 가자는 두 지휘관의 지시에 기꺼이 따랐다는 점이다. 차라리 갔다가 잘못되어 되돌아올망정, 두 지휘관의 견해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결의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대원들이 루이스와 클라크에게 보낸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최악의 결과를 앞에 놓고서도 “계속 전진하기로” 한 것이라든지, 험한 산맥을 넘다가 곤경에 부딪치자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선뜻 “처음이자 마지막”인 후퇴를 지시한 것 역시, 두 지휘관이 지닌 탁월한 리더십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두 사람 역시 완벽한 인간까지는 아니어서 종종 실수도 하고, 자책도 하며, 부하들에게 가혹한 형벌을 부과하기도 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디언들에게 거짓말도 한다. 하지만 그런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와 단점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원정을 진행해나갔으며 놀라운 성공으로 이끌어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책은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다. 원정대에서도 가장 특별한 인물이었던 요크와 사카가위아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령 요크에 얽힌 이야기는 이후 60여 년이 흘러서야 비로소 종식되는 노예제도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주인인 클라크를 따라 원정대의 일원이 되어 대륙 횡단에 성공한 것은 개인으로서는 영예인지 몰라도, 그 개인으로서는 지극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다녀온 뒤에 해방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가 도리어 주인에게 배은망덕한 놈으로 매도당한 것을 보라.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탄생한 지금에 와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그것이 바로 그 당시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인디언 여성 사카가위아의 이야기는 이 모험담에서도 가장 인상적이며, 또한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본래 로키산맥 인근에 사는 쇼쇼니족 출신이었던 그녀는 미주리강 중류의 히다차족에게 사로잡혀 와서 결국 백인 교역상 샤르보노의 소유가 된다. 이후 샤르보노가 원정대에 통역으로 참가하게 되자, 사카가위아는 낳은 지 2개월밖에 안 되는 아들 폼프를 데리고 함께 원정대에 참여한다. 원정 도중에 그녀는 통역과 안내 말고도 종종 야생 채소를 구해오고, 갖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담당하며 원정대의 일원으로서 크게 기여한다. 아울러 이 책에 묘사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생활상 역시 우리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