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세, 에도막부의 범죄체계와 치안유지를 들여다본다. 일본 에도시대 에도막부의 형벌제도, 범죄체계, 그리고 고문과 형벌의 구체적인 사례 등에 관한 이색적인 주제를 다룬 일본의 문화와 풍속에 대한 책이다. 책은 에도시대 막부체제가 중앙집권체제를 완비한 후 사회체제와 치안을 다스리기 위해 어떤 형벌을 사용하였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희대의 연쇄살인마 강호순이 일본 에도시대 사람이었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당시 에도시대 법령의 사형의 종류에는 게슈닌(下手人, 참수형), 시자이(死罪, 교수형 또는 참수형), 고쿠몬(獄門, 효수형), 하리쓰케(?, 책형), 가자이(火罪, 화형), 노코기리히키(鋸引, 목에 톱질하는 형벌)의 6종류가 있었는데, 아마도 그 중에서 서민이면서 악독한 죄를 저지른 자에게 행해지던 하리쓰케(?, 책형)에 처해졌을 것이다. 하리쓰케는 죄인을 나무 십자가에 묶고 좌우에서 히닌(非人)이 창으로 20~30회 정도 옆구리에서 어깨까지 찌르고 마지막으로 목을 찔러 숨통을 끊는 형벌이다. 또 이에 덧붙여 대중들에게 죄수를 공개하는 히키마와시(引回し)가 부가되었을 것이다.
아주 참혹한 이 형벌은 기독교 전래 이후부터 사용되어 그 사례가 많은 편이다. 일본 에도시대의 형벌이라 하면 독자들은 무사들의 셋푸쿠, 즉 할복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에도시대의 고문과 형벌은 수많은 종류로 분화되어 있어 세계적으로 일본과 같이 고문과 형벌제도가 이렇게 발달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에도시대의 경제, 사회,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증가하기 시작한 수많은 범죄들에 대해 일본막부는 전 시대에 비해 다양한 형벌을 제정함으로써 사회의 치안제도를 확고히 정립하였다. 대진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임명수 교수는『에도시대의 고문형벌(어문학사)』을 통해 에도시대 이전의 형벌의 기원과 8세기에 이르러 태(笞), 장(杖), 도(徒), 유(流), 사(死)의 5형(刑)이 국법으로 제정되고 난 후 형벌의 발달사를 깔끔하게 훑어내었다. 역사의 실제 자료를 토대로 하여 일본 에도시대의 범죄의 유형과 고문, 형벌의 절차, 심지어 감옥 내 수감자들의 실제 생활풍경, 사형집행 순간까지 상세하게 다루어 읽는 이로 하여금 에도시대의 수감자가 되어 감옥에서 생활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책속에서
… 감방에서는 무조건 짜야 맛있었다. 말린 간고등어가 반찬으로 들어오기도 했는데, 그것을 남겨 호주머니에 넣고 심심할 때 조금씩 꺼내먹었다. 그것이 가장 맛있었다. 감방에서 맛있는 간식거리는 완두콩에 소금을 섞은 것으로, 단 것은 오히려 입에서 받지 않았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감방은 통풍이 잘 되지 않아 악취가 코를 찔렀고, 불결하기 때문에 이가 득실거렸다. 그러나 나는 정확히 8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기 때문에 감방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책의 후반부에 다룬 승려가 일탈행위인 여범(女氾)으로 인해 파계하는 이야기는 오늘날이나 옛날이나 성행하고 있는 사회상을 보여주어 흥미를 돋운다. 특히 체제 유지와 외세 타도 의식에서 비롯된 <기독교 탄압>은 일본의 대표적인 잔혹사로 대표될 만큼 소름끼치는 형벌이 소개되어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저자는 일본 형벌제도의 잔혹함을 소개하는 내내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서술을 철저히 배제한 채 사회학, 풍속문화의 한 분야로서 너무나도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로 설명한다.
… 이시다키는 5장부터 시작했다. 보통 5, 6장을 올려놓으면 대부분 기절하거나 바로 자백했다. 그래도 자백을 하지 않으면 하루걸러 고문을 하였고 그때마다 돌을 한 장씩 추가하여 올렸다. 첫날에 10장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러한 식으로 5장, 7장, 10장까지 올리는데 시간이 경과되면 온몸이 파랗게 변하고 입에서 거품이 나오다가 피를 토하기도 했다. 그래도 자백을 하지 않으면 시모오토코를 동원해 돌을 흔들었다. 이는 다리의 살이 나무에 패어 들어가 뼈가 부서질 정도의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고문 시간은 3, 4시간 정도인데 독한 자의 경우에는 그 시간을 연장하기도 하였다. 석판 7, 8장에 숨을 거두는 자가 있는가 하면, 어떤 자는 잠든 것처럼 코를 골며 황홀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 교활한 자는 일부러 죽은 척하여 시간을 벌려고 했다고 한다. 고문 담당자는 수시로 죄인의 호흡 상태를 확인하고 돌의 추가 여부를 결정했다.
극도의 잔혹한 고문과 형벌을 통해 에도시대의 풍속문화는 물론 당시 에도인들의 도덕관, 가치관 등을 사실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 가지 당부드릴 것은 책을 읽으며 고문과 형벌에 관한 적나라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독자분들은 놀라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