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음식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발전했다. 태국의 음식 문화 자체도 땅과 바다와의 소통,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소통을 통해 발전한 것이다. 그런 태국 음식은 이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서양인도 반한 태국 음식의 매력은 먹을수록 생각이 나고 오묘한
맛의 유혹이 지속 된다는 점이다. 저자들이 태국의 방방곡곡을 누비며 태국음식의 진수를 찾아 떠난 방랑기는 태국 여행의 또 다른 진수를 보여준다.'태국 음식에 미치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책이다. 대부분의 태국 음식 책(한국에는 없고 영어로 된 책들이 있다)이 천편일률적으로 세트장에서 찍은 태국 음식과 조리법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반면, 이 책은 진짜 로컬 음식들의 사진을 있는 그대로 담았고 그 음식에 대한 이야기나 실질적 정보를 주고자 노력했다. 또 음식 소개에 그치지 않고 그와 비슷한 분량으로 80여 곳의 대표적인 태국 음식점을 소개했다. 명실공히 각 지역에서 현지인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곳임을 자부하니 믿고 그 식당들을 목표로 여행을 계획해도 되겠다. 그 밖에 태국 음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들(인터뷰, 과일과 식음료, 쿠킹스쿨)을 인트로와 인사이드에서 다루었다. 아울러 이 책이 영문 서적을 통틀어 지금까지 나온 태국 음식 책자 중에 가장 현장감 있고 실질적인 정보를 다룬 책이라는 데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는다.
왕영호, 성희수 두 저자는 태국 음식이 맛없다는 사람들, 냄새 때문에 못 먹겠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내 돈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태국 음식을 먹여서 그들에게 태국 음식의 진면목을 느끼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런 의지와 노력이 만들어낸 하나의 중요한 결과물이다. 오랫동안 태국 음식을 접해왔고 좀 안다고 자신할 수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 책을 낼 수는 없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우리는 꿈에서 그려봄직한 여행을 계획했다.
2008년 3월 푸껫 공항에서 차를 빌려 여행을 시작한 저자는 끄라비, 뜨랑 지역까지 남하했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코사무이, 후아힌, 칸차나부리를 들러 방콕에 도착했다. 방콕에서 한국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북쪽을 향해 달렸다. 코창부터 들렀다가 카오야이 국립공원을 지나 컨깬, 우돈타이, 넝카이, 러이 등 이산 지방을 탐험했다. 이어 람빵, 치앙라이, 골든 트라이앵글, 빠이를 거쳐 치앙마이에 도착하면서 환상의 태국 미식 여행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두 저자에게 태국 음식을 찾아 떠난 여행은 이 책에 없어서는 안 될 자양분이 되었음은 물론 그들의 삶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태국 음식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발전했다. 태국의 음식 문화 자체도 땅과 바다와의 소통,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끼리의 소통을 통해 발전한 것이다. 그런 태국 음식은 이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태국 음식은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4대 음식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 중국 음식이 그랬던 것처럼 태국 음식은 전 세계인의 입맛을 파고들어 세계의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들이 직접 분석하고 발로 찾아낸 태국 음식의 10가지 특징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1. 쌀이 주식이다.태국은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쌀을 주식으로 한다. 반찬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주된 식사의 내용이며 국수까지도 쌀로 만든 것을 많이 먹는다. 태국이 벼를 심고 쌀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 전의 일로, 그것은 중국이나 인도보다도 1000년을 앞선 것이며 세계 최초의 일이었다. 짜오프라야 강이 흐르는 태국 중부는 세계적인 곡창 지대며 태국은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으로 꼽힌다. 쌀의 종류가 다양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2. 요리가 반찬이고 함께 공유한다.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태국이지만 식사 문화 자체는 지극히 동양적이다. 각자 자신의 밥을 먹으면서 중간에 놓인 요리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반찬처럼 먹는다는 것이다. 반찬과 공유의 문화는 동양 음식 중에서도 한국 음식과 가장 비슷하다. 요리 중에 항상 탕이 있고 뜨거운 국물을 밥과 함께 먹는다는 점에서도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탕은 따로 그릇에 나누어 먹는다.
3. 자극적인 음식이 많다.태국 음식의 맛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시고, 달고, 짜고, 맵다’는 것이다. 한국 음식도 못지않게 자극적이지만 태국에서는 우리가 음식에 대해 가진 자극적인 맛의 기준을 항상 뛰어넘는다. 단지 매운 맛뿐 아니라 단맛과 신맛도 자극적일 정도로 강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이런 자극적인 맛을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담백하거나 심심한 맛을 가진 음식도 잘 발달되어 있다.
4. 허브와 향신료가 많이 사용된다. 동남아 음식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태국 음식은 허브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팍치, 레몬그라스, 바질, 민트 등은 태국 음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허브이며 후추, 계피, 마늘, 고추는 대표적인 향신료다. 태국 음식의 독특한 향과 자극성은 허브와 향신료에서 나오는 것이다. 16세기 포르투갈에서 들어온 쥐똥고추도 빠질 수 없다. 일반적인 고추에 비해 몇 배 강력한 매운맛을 가진 쥐똥고추는 태국 음식을 기초부터 바꾸어 놓았다.
5.다른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태국은 일찍부터 외국의 문화를 받아들였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음식 문화다. 중국인의 이주와 함께 전파된 중국 음식은 가장 뿌리 깊게 태국 음식에 접목되었다. 국수를 먹게 된 것이나 간장과 녹말을 사용한 요리가 대표적이다. 인도에서 들어온 커리는 태국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기초가 되었다. 그린 커리는 톰얌꿍에 버금가는 인기 있는 국물 요리다. 최근에는 일본과 한국 음식이 태국 음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6.소식하고 자주 먹는다.태국인은 한 번에 많지 먹지 않는다. 점심 식사로 주로 먹는 볶음밥이나 덮밥, 쌀국수는 한국인에게 간식으로 느껴질 정도다. 대신 자주 먹는다. 점심과 저녁 사이에 쏨땀과 까이양이나 국수로 허전함을 달랜다. 태국에 유난히 노점상이 많은 이유도 소식하고 자주 먹는 태국인의 음식 문화와 관련이 있다.
7.외식 문화와 길거리 음식이 발달했다.태국인은 집에서 음식을 해먹기보다는 밖에서 사먹는 것을 더 선호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더운 날씨, 밖에서 사먹는 음식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더 좋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때문에 태국에는 외식 산업이 크게 발달되어 있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길거리 음식이나 시장 음식의 발전은 놀라운 수준이다. 웬만한 도시에는 음식만 전문으로 하는 야시장이 따로 있어서 매일 저녁 사람들이 모여서 식사와 술을 즐긴다.
8.전문 요리가 발달했다.태국은 한 가지 음식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유난히 많다. 사람들은 점심식사나 간식으로 많은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보다도 한 가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것은 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이며 그런 곳들을 찾아갈 수 있는 자체적인 교통 수단의 확보(서민들도 오토바이가 있다)에서 비롯된 것이다.
9.생식을 많이 한다.태국 서민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잘 살펴보면 생으로 야채를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음식 중 하나인 볶음밥과 팟타이에도 생야채가 함께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카놈찐 같은 음식은 커리 국물의 국수를 먹으면서 엄청난 양의 생야채를 섭취하기도 한다. 한국의 쌈문화와 비슷한 음식도 있다. 태국인만큼 생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10.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한다. 밥 먹을 때는 포크를 사용하고 국수를 먹을 때는 젓가락을 사용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주변으로부터 다양한 음식 문화를 받아들였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정착된 문화로 보인다. 19세기 이전에는 손을 사용해서 식사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