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회도서관 홈으로 정보검색 소장정보 검색

결과 내 검색

동의어 포함

이용현황보기

아리수 강가에서. 4,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1513812 811.4 -10-167 v.4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1513813 811.4 -10-167 v.4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최초의 불경이라는 수타니파타(Sutta-Nipata)에‘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소설과 영화도 있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어 그 의미가 무엇일까 궁금해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그 법어의 마지막 연을 대하며 가슴에 와 닿는 바가 있어 단숨에 외우게 되었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자도 연꽃도 좋았지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에 매혹 당하고 말았습니다. 우선 떠오른 것은 자유였습니다. 바람을 낚으려는 그물이 있을까 싶어 내 나름대로 해석에 만족하고 그 상징성과 깊이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그렇게 사는 거야. 바람처럼….
물 흐르듯 마음 놓아 함께 흐르고 산에 안기듯 몸 낮추어 사는 거야. 마치 해탈이라도 한 도사인 양 자유로운 영혼을 자처하며 동시에 우리 수필사랑 가족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그려보았습니다. 아리수 강가에 내려앉은 맑은 영혼들, 결코 우연일 수 없는 소중한 인연에 사랑이 샘솟았습니다. 2009년 한 해 수필사랑에는 어여쁜 새 식구들과 대 선배 문인들이 합류하는 경사를 맞이했습니다. 숨 막히는 도시를 뒤로하고 산 따라 물 따라 바람처럼 나타난 귀인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제4호 동인지에는 유난히 아리수 강변의 안개를 노래한 글들이 많습니다. 경이로운 생명예찬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따스한 시선을 보내며 하늘에 감사하는 잔잔한 글들이 모였습니다.
글로 나를 말하고, 글로 너를 알아가며 서로 몸 기대어 위안과 웃음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이제 우리 수필사랑의 나이가 여섯 살이 되는 해입니다. 조금은 철이 들어가니 바깥쪽으로 시선을 돌릴 때가 되었습니다.
아리수강변에 함께 사는 이들에게도, 맑은 샘물을 향한 그리움으로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아름다운 마음을 나누어 주어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현재에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자유를 상징하는 줄만 알았던 것은 저의 빗나간 해석이었습니다. 바람도 때로는 막아서는 그물 앞에서 머뭇거린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그물에 걸려 좌초하는 바람이 되지 말고 게으름 없이 묵묵히, 부단히 정진하라는 참 의미를 뒤늦게야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등 시린 외로움을 이기고 전장의 무사처럼 비장한 마음으로 가야 할 우리의 인생길을 비유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인의 길은 불면의 고통을 그림자 삼아 홀로 가는 도정입니다. 결코 안일한 삶은 아닐 것이나 그것이 참 나를 찾는 진정한 선(善)이요 지극한 아름다움(美)이기에 우리는 오늘도 같은 곳을 향하여 동행하며 손을 마주 잡습니다.

2010. 1. 25 수필사랑 회장 김종숙

양평 아리수 강변의 문인들, 네 번째 작품집 출간

경기도 양평을 텃밭으로 한 ‘수필사랑양평(회장 김종숙)’이 네 번째 작품집 「아리수 강가에서4」(해드림출판사)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이라는 부제와 더불어 출간하였다. 2005년 탄생한‘수필사랑양평’은 양평에 거주하는 문인들의 수필 동인으로 현재 2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강의 옛 이름이 아리수라고 한다. 아리수 강변의 수필가들답게 포근하고 풍부한 감성과 서정이 해조(諧調)되어 그 작품 공명이 은은하다. 젊음을 바친 대도시를 떠나와 양평의 강변에 터 잡은 이들은 문학을 통해 양평을 사랑하고 가꾸어 가면서 새로운 양평 사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마치 예술인 마을처럼 ‘수필사랑양평’은 책 속의 또는 수필 속의 ‘문학인 마을’이다. 따라서 예술의 또 다른 한 축에서 양평을 문학화 해가는 이들이다.
지치고 힘들었던 도회지 삶을 벗어난 이들에게 그래서 아리수 강변은 인간 본연의 맑은 심성을 찾게 하는 시원이자 포근한 양수 같은 존재인 것이다.

‘수필사랑양평’은 한 달에 한 번씩 치열한 작품 합평을 거치면서 역량을 키워 간다. 또한 양평문인협회와 문학적인 공조를 함으로써 양평지역에서 문학을 지향하는 후진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의 부제를 붙인 ‘아리수 강가에서4’에서는, 회장 김종숙씨의 발간사와 양평문인협회 부지부장 박자방씨의 축하 글 및 수필가 김 원(수필사랑양평고문)씨의 초대수필을 시작으로 모두 17명이 자신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 1~3편씩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이번 ‘아리수강가에서4’에서 김종숙씨는, 제4호 동인지에는 유난히 아리수 강변의 안개를 노래한 글이 많은데 이는 경이로운 생명 예찬과 자연을 향한 따스한 시선과 하늘에 감사하는 잔잔한 마음이라며 글로 나를 말하고, 글로 너를 알아가며 서로 몸 기대어 위안과 웃음을 함께 나누었다고 하였다. 또한 ‘수필사랑양평’이 어느덧 여섯 해를 맞았으니 이제는 바깥쪽으로도 시선을 돌려 아리수 강변에서 함께 사는 이들과 맑은 샘물을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마음을 나누어 주어야 할 때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각오도 밝혔다.

한편 축하 글에서 박자방씨는, 양평 최초의 수필동인지로 출발하여 의연하게 또 우뚝하게 자리매김 하기까지 열정과 사랑으로 이끌어준 김종숙 회장님과 회원들의 정성을 바탕으로 ‘아리수강가에서4’가 나올 수 있었다며, 같은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저리는 뿌듯한 자긍심에 가슴이 저려와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친다며 격려하였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이웃으로부터 노인의 사망 소식을 듣던 순간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그의 침실 장롱 위에 수북이 쌓여 있던 작품들이었다. 얼마나 아끼고 아끼던 것들이었으랴. 한 작품 한 작품 정성을 들이면서 자신의 이름을 한 번쯤 세상에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을 전해 듣던 날부터 내 가슴엔 찬바람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내가 이제껏 이루고자 노력했던 것들이 얼마나 덧없는 것들인가. 죽으면 한순간에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들을. 붙잡으려 아등바등해도 어느 순간 눈감으면 끝나는 데 그래도 그것들에 매달려야 하는가. 이런 내게 사람들은 말했다. ‘ 그래도 사는 동안은 열심히 살아야지 않겠느냐.’라고. 하지만, 그 열심이라는 것이 무엇을 위한 열심이란 말인가. 나는 한동안 그 생각들로 몹시 괴로웠다.
나의 아버지는 여느 아버지들과는 좀 다른 데가 있는 분이었다. 새벽 세 시면 일어나 아랫목에 단정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에 잠기곤 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눈에 익어온 모습이라 별다른 생각 없이 보아 넘겼는데, 나이가 들어가며 차츰 아버지의 정신세계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어렴풋이나마 느꼈던 것은 아버지도 부처처럼 깨달음을 얻으려고 그런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당돌하게도 아버지한테 따졌다.
“부처가 되시려면 산으로 가세요.”
아버지를 힘겨워한 어머니가 불쌍해서였다. 가족을 굶기거나 그런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도통 돈 버는 데는 소질도 없는데다가 그리 애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머니는 만날 아버지가 거래처에서 받아온 어음을 이자를 줘가며 바꿔다 직원들 월급을 주어야 했고, 대문 앞에
는 툭하면 모 신문기자라는 남자들이 찾아와 방화시설 운운하며 엄마의 심장을 벌떡거리게 했다. 그런 처지에 뭐 말라죽은 무(無)요 공(空)이란 말인가. 아버지가 늘 읊조리던 건 세상은 공(空)이요, 무(無)였던 때문이다.
그 아버지가 끝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으시던 날 동생과 나는 펑펑 울었다. 덧없음을 알면서도 그 덧없음을 뛰어넘어 그 어떤 세계를 갈구하든 아버지가 불쌍해서였다. 내 아버지의 말처럼 시작도 끝도 없는 것이 우주요 삶일까. 우리는 그저 한순간 왔다가는 티끌에 불과한 것일까.
장롱 위에 쌓여 있던 그 많은 작품을 불태우며 바보처럼 착한 그의 아내는 울지도 못하고 눈만 껌벅댔다.
집착은 또 다른 집착으로 우릴 괴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 말해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붙잡으려 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이 우릴 두고 떠날 겁니다.’ 하지만, 진실은 그것들이 우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버려두고 가야 할 것들이란 걸 나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을 뿐이다. 사는 동안엔, 사는 동안엔 끌어안고 가야 할 것들이기에.
- 김언홍 수필 ‘덧없음에 대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