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서 우연히 <수심가> 한 자락을 들었다. 서도소리의 목청은 가을 햇빛과 바람에 산란(散亂)하는 백양나무의 나뭇잎 같은 것이었다. 그 소리에는 묵직하게 다가오는 둔중한 슬픔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충격이었다. 그렇게 내 마음이 움직인 것은 신의주가 고향인 선친(先親)의 삶이 그 소리 한 자락에 겹쳐 나의 잠재의식을 일깨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후 전태용의 <창부타령>, 지연화의 <대감타령>, 김옥심의 <아리랑>, 김정연의 <관산융마>, 임방울의 <쑥대머리>를 들으면서 점점 소리는 나에게 가깝게 다가왔다. 소리가 나에게 다가오자 소리의 가사 즉 사설(辭說)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문학이 나의 업(業)이기에 이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시와 소설과 같은 문학 텍스트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30년 가깝게 내가 한 일이었고, 내가 소리를 접하게 되자 또한 당연히도 텍스트로서의 소리의 사설에 대한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자 서문에서
■ 국악 가사(사설)를 정확하고 쉽게 풀이한 책 -국악 사설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21세기 현대적 국악 사설집의 결정판!
21세기의 한국 독자들을 고려하여, 국악 사설을 현대적으로 집대성한 《창악집성》이 출간되었다. 국악 가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정본(定本)을 확정하고 상세한 풀이를 싣고 있는 이 책은 한 마디로, 현대판 국악 사설 백과사전이다.
문학평론가인 이 책의 편저자는 국악 전문인들이 부르는 현행하는 거의 모든 ‘소리’의 사설을 수집하여, 몇 가지 원칙 아래 국악 사설을 총정리하고 주석과 해설을 달았다. 이 책의 집필 원칙은, 첫째, 구전되어 오면서 와음(訛音)이 심해 원래의 가사의 뜻을 상실한 국적불명의 가사를 바로잡았다. 둘째, 전수되는 ‘소리’의 특성상 가락과 음이 중요하므로 가사의 뜻이 조금 달라졌다 해도, 그 의미가 전달되는 경우에는 전문 가창자들의 ‘소리’를 우선시하여 가사를 표기했다. 셋째, 가사의 의미가 어려운 구절이나 단어는 그 풀이를 모두 달았다. 특히 단어 하나의 풀이보다는 노래 전체의 뜻을 이해하기 쉽게 구절풀이와 전체 풀이를 달았다. 넷째, 소리 사설의 출전(出典)과 소리의 영향관계에 대한 맥락을 풀이했다. 우리 소서 사설은 중국 한시나 조선시대의 고시조에서 비롯하는 것이 많으므로 이를 일일이 찾아 출전을 명확히 했다. 다섯째, 국악의 여러 장르적 특성을 명기하면서 하위분류에 해당하는 여러 국악 사설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그 연원을 발생론적으로 추적했다. 여섯째, 판소리를 제외한 현행 가창되는 전문 소리꾼의 모든 사설을 담고자 했고, 이본이 있는 경우에는 가치가 있을 경우 다 수록함을 원칙으로 했다. 일곱째, 구전된 전통 민요의 경우 현행 가사를 수록함을 원칙으로 했다. 이러한 원칙으로 《창악집성》은 집필되었다.
이 책의 집필 목적은, 첫째, 자신이 부르는 소리의 사설 내용을 정확히 모르고 있는 국악전문인, 혹은 국악 지망생들에게 자기가 부르는 노래의 뜻을 정확히 알려주고자 함이다. 실제 국악현장에서는 정확한 사설의 내용을 모르고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는 소리의 내용에서 소리꾼이 이탈하는 주원인이 되며, 청중들의 감동을 반감시키는 결과도 가져온다. 소리꾼이 ‘소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확히 자기의 ‘노래’의 뜻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둘째, 소리를 듣는 청중에게 가사의 뜻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국악이 서양 클래식이나 서양 대중음악, 우리 대중음악에 비해 선호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현재의 대중이 국악가사의 뜻을 모르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뜻을 알고 ‘소리’를 들으면, 우리 국악의 해학과 정과 한을 훨씬 가깝게 체득할 수 있지만, 한국어로 부르고 있건만, 그 뜻을 모르니 국악에 대한 흥미가 없거나 국악을 어려워할 수밖에 없다. 청중이 가사의 뜻을 정확히 안다면 국악을 훨씬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악교육현장에서 교재로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현재의 국악교육에서는 실기와 국악사 같은 과목은 교육되지만 국악 가사에 대한 교육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당대의 언어로 당대의 노래를 했던 과거에는 이러한 교육이 필요 없을 지도 모르지만, 전통언어를 구사하는 국악 소리는 교육을 토해 습득,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국악 사설교육의 자료가 부실한 형편에서 이 책은 교육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국악 사설의 소통을 위하여
지금까지 나온 소리 가사집은 전문 소리꾼을 위한, 즉 공급자 중심의 가사집이 대다수였다. 따라서 국악에 관심이 있는 일반 대중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면이 없지 않았다. 특히 그 이유 중 하나로 언어적 소통의 불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악의 사설이 아주 천천히 변화한 것에 비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구어(口語)는 너무도 빨리, 또 많이 변해버렸다. 18세기에 통용되던 노래를 듣는 21세기의 한국인들은 음악 그 자체가 풍기는 정서엔 어느 정도 감응할 수 있을지언정, 그 이면에 얽힌 민속적 사연까지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창악집성》은 그러한 일반 대중을 고려하여 적절히 현대적인 맞춤법을 반영하고 그 눈높이에 맞추어 자세한 풀이와 해설을 첨부한 것이 특징이다. 모든 사설에는 풀이를 달아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으며, 특별히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자세한 해설을 달기도 했다. 아울러 이미 출간된 다른 가사집들에 비해 큰 활자를 배치하고 깔끔한 편집 디자인으로 가독성을 높였고, 가나다순 제목으로 찾을 수 있는 색인도 첨부하였다. 이 책은 국악 전문인뿐만 아니라, 국악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이나 국악을 즐기는 사람 모두에게 유익한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 5년간의 연구와 노력으로 집필된 국악 사설의 백과사전!
《창악집성》은 가곡, 가사, 시조창, 경?서도민요, 남도민요, 동부민요, 좌창, 잡가, 단가, 가야금병창, 송서, 불가, 재담소리 등 판소리를 제외한, 현재 가창(歌唱)하는 거의 모든 국악의 사설을 담고 있다. 기존의 가사집은 현장의 사설을 옮기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어, 그 문학적 전문성이 결여되거나 해석이 부정확한 곳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소리의 전수 특성상 처음엔 스승의 소리를 그대로 모방하기에 잘못된 사설도 따라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결국 틀린 사설이 전승되기에 이른다. 현재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그런 해설과 작품의 오류를 바로잡고자 각 지방의 풍속과 전설, 그리고 방언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 원본을 확정하고, 거기에 내재된 올바른 문학적 의미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특히 기존의 책들에서 보이는 소리의 사설(텍스트) 자체의 오류와 해석의 오류를 모두 바로잡았다. 이 책의 분류 체계는 이창배의 《가창대계》를 따르면서 편의상 북한의 소리는 서도소리로 모았으며, 충청도와 제주도 민요는 남도소리로, 경상도와 강원도 민요는 동부소리로 모으고 있다. 또한 <배뱅이굿>이나 <장대장타령>과 같이 서사성이 강한 소리는 재담 소리로 명명(命名)했고, 송서와 불가는 따로 부를 만들었다. 이와 같은 분류는 국악 현장의 현실성에 맞춘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기본적으로 현대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그것에 어긋나더라도 가급적 현장에서 실제 창을 할 때의 발음이라든가 호흡을 반영하여 가사를 표기하고자 하였다. 이는 이 책이 단지 학술적인 연구서나 자료로서의 가치만 지니고 있지 않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창악집성》은 전문 소리꾼뿐만 아니라, 국악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들까지 참고할 수 있도록 집필된 책으로, 앞으로 우리 국악에 대한 이해의 밑바탕을 이루며 국악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