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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윤금초 편
천일염
난전(亂廛)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간찰(簡札)
할미새야, 할미새야
으악!

아직은 보리누름 아니 오고
두 주정뱅이
개오동 그림자
아침 식탁
그해 겨울 칸타빌레
떨켜
춘투(春鬪)
백련꽃 사설
검은 등뻐꾸기 세상 끝을 울리네
산은 막막 비어 있었지
슬픈 틀니
해거름 바다 행전(行傳)
뜬금없는 소리
명적(鳴鏑)
능소야, 능소
꽃, 모반(謀反)
뜬금없는 소리
대흥사 속 빈 느티나무는

박시교 편
꽃 또는 절벽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연리지 생각
더불어 꽃
나의 아나키스트여
낙화

그리운 죄
수유리에 살면서
다시 수유리에서
빈손을 위하여
목포의 눈물 1
겨울 광릉에서
이별 노래
사랑을 위하여
나무에 대하여
협객을 기다리며
옹이
봄산에 가서
봄, 별리(別離)
쑥을 캐며
가을산을 보며

독법(讀法)

이우걸 편
비누
산인역
부록
모란
사무실

새벽
소금
이름
이명
흉터
진해역
달맞이꽃
아직도 우리 주위엔 직선이 대세다
바다

안경
열쇠
봄비
맹인

가야산
기러기 2

지상의 밤

유재영 편
조선 옹기를 주제로 한 세 가지의 시적 변용
바람이 연잎 접듯
어머니 쌀독
떠나는 가을 길
11월
윤동주
오동꽃
계룡산 귀얄무늬 분청사기
아버지 시학
홍시를 두고
가을 이순(耳順)
모과
오래된 가을
별을 보며
쓸쓸한 화답
가을 은유
저 봄 밤!
이 순간
물총새에 관한 기억
익명의 등불
햇살들이 놀러 와서
그해 가을 월정리
다시 월정리에서
햇빛 시간
가랑잎 판화

해설 자유의 모험으로서의 현대 시조ㆍ정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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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정형 안에서 벌이는 다양한 실험
자유를 향해가는 경쾌한 노래의 향연
우리 시대 대표 시조 시인 네 명의 시조집!

최후의 정형, 인류의 자유를 향한 그 최대한의 열림

윤금초, 박시교, 이우걸, 유재영의 시조가 묶인 앤솔러지 『네 사람의 노래』가 2012년 1월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983년 같은 네 사람이 함께 엮은 시조집 『네 사람의 얼굴』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33번으로 나온 이후 29년 만이며, 시조집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처음이다. 현대시조의 오늘을 가름할 만한 주요 필자들의 작품이 정선되었다.
네 명의 시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작품들을 모아 폭넓은 시조 세계를 담아낸다. 이러한 다양한 색채 속에서도 이들이 공유하는 주요 가치는 바로 실험과 자유다. 시조 최후의 정형을 지켜나가면서도 이러한 형식 안에서 새로운 변주 가능성들을 찾아내는 여러 실험을 계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통해 네 사람의 ‘노래’는 하나의 큰 울림이 된다. 자유를 향해가는 경쾌한 노래의 향연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현대시조 시인들 29년 만에 한자리에
윤금초는 1960년대부터 박시교, 이우걸, 유재영은 1970년대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시조의 정형을 음보율에 의한 정형으로 보고 창작하고 있다. 또한 소재의 확장, 현실을 반영한 창작의 중요성이나 시조의 저변 확대, 다양한 실험 등에 골몰해왔다. 1980년대부터 <오늘의 시조학회>를 만들어 새로운 시조 쓰기 운동을 주도해온 핵심 멤버들이다. 이들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시조 시인들로서 각자 5~6권 이상의 시집, 시조집과 시조 평론집 등을 발간하였고, 강연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또한 신인을 선발하고 주요 시조문학상 심사에 참여하는 등 시조 문학의 현장에서 여러 활동을 해온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들이다.
한편 윤금초나 박시교가 사설시조 등을 원용하며 직접 창작에 임해온 반면 사설시조를 인정하면서도 시조의 정형을 중시하고 평시조 창작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온 이우걸, 유재영의 경향은 이번 『네 사람의 노래』에서도 두드러지며 다양한 시조의 가능성들을 열어 보이고 있다.

4人 4色, 뚜렷한 개성을 가진 작품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설시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윤금초와 박시교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반면, 이우걸과 유재영은 다소 소극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고주망태 한 주정뱅이 들꺠방정 참깨방정 떨다 말고

흰죽사발 눈 지릅뜨고 물퉁보리처럼 업혀가다, 시르죽은 물렁 팥죽 친구 부축 받고 비트적거리는 또 다른 술꾼 보고 찍자를 부렸겠다. 가여운 주정뱅이 같으니, 자네도 두 잔만 더 마시면 나처럼 한껏 자유를 누릴 텐데…

한물간 시러베 짓을 냉큼 못 버리다니!
-윤금초, 「두 주정뱅이」 전문

세상일 가만히 들여다볼라치면

어디 눈물 아닌 것 하나 있을까만

어쩌다 목련꽃 벙그는 화사함도 보게 마련

울멍울멍 솟구치던 가슴속 그리움도

목울대 꺼이꺼이 복받치던 울음까지

이제는 하나로 잦아들어 노래가 되던 것을

그 노래에 애증 얹어 강물처럼 흐르던 것을

구비마다 숨죽이던 아픔은 들풀로 돋고

이윽고 그 잎에 맺힌 사람도 보게 되리
-박시교, 「사랑을 위하여」 전문

위 시들에서 볼 수 있듯 윤금초는 서사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오고 형식과 내용 실험을 다양하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고, 박시교는 민중의 삶을 바탕으로 하되 거대한 담론 속에서의 서정을 끌어내기보다는 일상사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들을 섬세하게 시화한다는 점이 도드라진다.

만장처럼 젖은 글발이 하늘에 펄럭인다

저 횡서의 상형문자를 달빛에 비춰 보면

추억을 현상해내는 미세한 필름이 있다
-이우걸, 「기러기 2」 전문

1
이 나라 지극한 인심이며 햇빛이며
봉숭아 꽃물에다 우리 누님 울음까지
잘 구운 질흙 대장경 오디 빛 저 항아리

2
야호……! 소리치면 해맑은 되울림이
목청 고운 아이가 언제나 살고 있어
일곱 살 깨금발 딛고 찾아가던 뒤울안
-유재영, 「조선 옹기를 주제로 한 세 가지의 시적 변용」 부분


이우걸은 현장에 가장 관심을 많이 보이는 시인이지만 현장성과 서정성의 조화를 통해 그 생활의 애환을 또는 그 현실을 통해서 얻어지는 초월적 삶의 가치를 노래한다. 한편 유재영은 현실적이면서도 유미적인 이미지의 시인이라 부를 수 있다. 아울러 시조의 형식을 철저히 지키면서 절제와 여운의 미를 빚어낸다는 점도 그의 특장이다.
이들의 시조시 읽기는 개성 있는 시인들의 서정과 서사, 사실성과 미적 지향을 체험하는 일인 동시에 시조 특유의 정형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전통이 펼쳐놓은 자유의 세계를 만끽하게 하는 새로운 체험을 제공해줄 것이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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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이를까, 이를까 몰라
살도 뼈도 다 삭은 후엔

우리 손깍지 끼었던 그 바닷가
물안개 저리 피어오르는데

어느 날
절명시 쓰듯
천일염이 될까 몰라.

-윤금초, 「천일염」 전문
비 오시는 일 하나로도 세상은 자욱한데

풀숲들은 저마다의 몸짓으로 술렁대고

누가 또 풀어놓았을까, 먹물처럼 번지는 안개

여직 강을 건너지 못한 꽃들 젖어서 지고

이쯤에서 당신마저 작별하고 돌아서려는데

산 같은 음울한 적막이 내 앞을 막아선다

-박시교, 「비」 전문
8월 하순 다 낡은 국밥집 창가에 앉아
온종일 질척이며 내리는 비를 본다
뿌리도,
없이 내리는
실직 같은 비를 본다.

철로 건너편엔 완만한 산자락
수출처럼 부산하던 철쭉꽃은 지고 없는데
살아서 다졌던 생애의
뼈 하나 묻히고 있다.

- 이우걸, 「산인역」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