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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 : 이소리 산문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1764748 811.4 -12-632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1764749 811.4 -12-632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나도 어찌 보면 참 지독한 넘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 넘게 하 모진 세월에 이리저리 아프게 찔리며 여기 저기 돌개바람처럼 떠돌아 다녔다. 그동안 쓴 시도 거의 다 잃어버렸다. 세월이란 바늘에 찔릴 때마다 ‘악! 악!’ 악을 쓰며 그 뼈아픔을 바느질하듯이 적었던 시작노트도 그 모진 세월을 비켜갈 수 없었다.
나는 1978년 공고를 졸업한 뒤부터 창원공단에서 8여 년이란 세월을 현장 노동자로 보냈다. 그 뒤 서울로 올라와 문인단체, 출판사, 문학대학 등을 거치며 제법 자리를 잡는 듯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990년대 허리춤께 어쩔 수 없이 출판사를 차렸다가 3년 남짓 만에 아파트까지 경매로 날리며 쫄딱 망하고 말았다.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두 딸과도 흩어져 살아야 했다. 남들은 ‘기러기 아빠’니 ‘독신남’이니 하면서 팔자 좋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지만 나는 ‘기러기 아빠’도 ‘독신남’도 아니다. 지금 창원에서 작은 딸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는 아내는 어쩌면 남편이란 넘이 명절 때나 부모님 제사 때 가끔 찾아오는 ‘먼 친척’ 혹은 그저 지나치는 ‘길손’쯤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에서야 겨우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딸 하나를 데리고 서울 면목동 반지하 셋방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십대 허리춤이 된 지금까지 그래도 별 탈 없이 멀쩡하게 살아있으니 내가 나를 보기에도 참 지독한 넘이라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는가.
‘종이학 한 쌍이 깨어날 때까지’라는 이름을 단 이 책은 내가 공고를 졸업한 뒤 화학분석2급기능사 자격증을 들고 8년 동안 창원공단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심상을 꼼꼼하게 적은 일기장이다. 다시 말하자면 20대 새파란 청춘을 바친 한 노동시인이 이 세상에 던지는 ‘공장일기’라는 그 얘기다. 그렇다고 케케묵은 이야기는 아니다. 이 이야기는 21세기에 접어든 지금도 공단 현장에서 숱하게 일어나고 있으니까.”

- ‘출근하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