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표제: Bruno Schulz : proza 원서해설·주석: Jerzy Jarzębski 브루노 슐츠 연보: p. 439-440 내용: 계피색 가게들 / 8월 -- 방문 -- 새 -- 마네킹 -- 마네킹에 대한 논설: 혹은 창세기 제2권 -- 마네킹에 대한 논설: 계속 -- 마네킹에 대한 논설: 결론 -- 네므로트 -- 판 -- 카롤 아저씨 -- 계피색 가게들 -- 악어 거리 -- 바퀴벌레 -- 돌풍 -- 위대한 계절의 밤 -- 혜성 -- 모래시계 요양원 / 책 -- 천재의 시대 -- 봄 -- 7월의 밤 -- 아버지, 소방대에 입대하다 -- 두 번째 가을 -- 죽은 계절 -- 모래시계 요양원 -- 도도 -- 에지오 -- 연금 생활자 -- 외로움 -- 아버지의 마지막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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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으로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확장시켜 독자를 몽환의 세계로 이끄는 브루노 슐츠. 독특한 시각과 끝없이 뻗어가는 상상력의 향연을 보여 주는 그의 단 두 권의 중·단편집을 모은『브루노 슐츠 작품집』이 을유세계문학전집 6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집은 비트키에비치, 곰브로비치와 함께 폴란드에 실험적인 전위주의 문학을 확립한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브루노 슐츠가 출간한 단 두 권의 중·단편집을 모은, 브루노 슐츠의 유일한 작품집
폴란드의 카프카로 불리며, 폴란드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지만 재능을 더 꽃피우지 못하고 나치에 의해 총살된 그의 작품은 1934년에 출간한 단편집과 그 이후 여러 잡지에 소개된 중·단편을 모아 출간한 작품집이 전부이다. 그리고 그가 죽은 지 70년이 지난 지금 그 두 권의 작품집을 모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다. 읽을수록 빠져드는 그의 작품이 이것뿐이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시작 부분이 낯설고 기괴한 느낌을 줘서 긴장감을 갖고 읽게 되는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며, 끝은 늘 나쁘지 않게 끝난다(당시 종교계의 반발을 사지 않을 수준의). 괴팍하거나 험상궂은 첫인상의 사람이 굉장히 재밌고 엉뚱하며 따뜻하고 진지한 느낌까지 줘 썩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의 기분이랄까, 이 책은 그런 느낌을 준다. 처음 시작은 뭔가 쉽지 않을 것 같고 어두운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생뚱맞게 분위기를 전환하고, 이야기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 흐르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새 이야기 속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1934년 출간한 단편집 『계피색 가게들』은 소년의 1인칭 시점으로 풀어 가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주를 이루는 몽환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게 전개되는 상상력의 나래들로 이루어진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집이며, 『모래시계 요양원』은 마음에 둔 소녀가 나폴레옹 왕가의 숨겨 놓은 딸일 거라고 생각하는 소년의 이야기, 미소를 머금게 하는 어느 연금 생활자의 이야기 등 작품의 소재가 더 넓어지며 작품 길이도 단편만이 아닌, 중편이 섞여 있고 작가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많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묶어 놓았다 해도 이 작품집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라는 끈으로 묶여 있으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매력과 흥미와 재미를 더해 준다.
브루노 슐츠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특징인 초현실성과 신화성을 대변해 주는 등장인물, 아버지. “그 어느 작품 속 아버지보다도 독특하고 매력적인 아버지를 만나다.”
늦둥이로 태어난 슐츠는 병약했는데, 그의 아버지도 그다지 건강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20대 초반인 1915년에 돌아가셨고, 그 죽음은 슐츠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이후 여러 작품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대단히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게 된다. 때로는 점점 병약해지고 자기세계에 빠져드는 사람으로, 때로는 선지자 같은 느낌을 풍기며 추종자를 거느리는 사람으로, 때로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여러 이야기에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개성을 뛰어 넘어 독보적인 존재감을 갖는다. 슐츠의 아버지는 새, 바퀴벌레, 파리, 벽, 게 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런 변신은 작품에 독특한 색과 재미를 주는데, 사실 그 변신은 아버지의 죽음을 부정하고 아버지의 재등장을 설명하는 기제이며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이다. 이런 희망은「모래시계 요양원」에서는 아예 시간을 되돌려 아버지를 살려 내려고 한다.
아버지 외에 슐츠의 작품에 또 다른 특징을 부여하는 것은 그가 화가라는 점이다. 슐츠의 작품에는 이야기와 그림이 섞여 있다. 슐츠는 작가이기 전에 화가이기 때문에 소설에서도 그림 같은 장면을 묘사하려는 시도를 자주 했다. 뚜렷한 줄거리라고 할 만한 것 없이 나타나는 여러 장면들이나 도시와 자연의 풍경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슐츠 특유의 초현실적인 문체로 묘사하는데, 이것이 그의 작품에 독특한 색을 만들어 낸다.
그 외에 신화나 미로 같은 요소들이 그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 준다. 그리고 그 요소들은 슐츠의 상상력과 결합해, 독특하고 기발한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독자에게 기쁨을 안겨 줄 '상상력이 뻗어 나가며 만들어 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이야기'가 된다.
‘황금 아카데미 훈장 수상’
“카프카와 비견할 만하지만, 슐츠의 재능은 독특하다.”, “슐츠는 상상력으로 모든 것을 변모시키고 확장시키고 왜곡하여 꿈으로 바꾸어 버린다.” - 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 1980년 노벨문학상 수상)
판본 소개
브루노 슐츠 단편선은 본래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먼저 『계피색 가게들(Sklepy cynamonowe)』이 1934년에 출간되었고 1937년에 『모래시계 요양원(Sanatorium pod klepsydr?)』이 뒤를 이었다. 이중 『계피색 가게들』에 포함된 단편인 「새(Ptaki)」는 단편선이 출간되기 전인 1933년에 바르샤바의 문예지 『문학 소식(Wiadomo?ci literackie)』에 게재되었는데, 이것이 슐츠가 출간한 첫 작품으로 말하자면 등단작이다. 이후 ‘모래시계 요양원’이라는 제목 아래 한 권으로 묶여서 나온 중·단편들은 1934년부터 1936년 사이에 문예지에 먼저 게재되었던 작품들에 아주 짧은 단편인 「외로움(Samotno??)」만 추가했다. 이후 폴란드에서는 슐츠 단편집 두 권을 하나로 묶거나, 혹은 여기에 슐츠가 다른 문예지에 발표했던 에세이나 비평을 덧붙이기도 하고 동시대 작가들과의 서신 교환을 추가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집들이 꾸준히 출간되었다. 이 중 1964년 문예출판사(Wydawnictwo literackie)에서 슐츠의 단편, 비평, 에세이와 선별된 서한을 한 권으로 묶고 여기에 슐츠의 친구이자 문학 비평가인 아르투르 산다우에르의 서문을 덧붙여 『브루노 슐츠 산문집(Bruno Schulz: Proza)』을 출간했다. 또한 폴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 전집인 국립 도서관 시리즈도 1989년에 슐츠의 모든 단편과 에세이, 비평, 미완성 작품들과 서신까지 한 권으로 묶고, 폴란드 내에서 가장 저명한 슐츠 연구자인 예쥐 야젱브스키(Jerzy Jarz?bski)의 해설과 각주를 추가한 판본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판본을 바탕으로 했다.
책속에서
[P.34] 어느 날, 봄의 대청소 기간 동안, 아델라가 갑자기 아버지가 이룩한 새들의 왕국에 나타났다. 문가에 서서 아델라는 방을 가득 채운 악취와, 마룻바닥과 식탁과 의자를 덮고 있는 새똥 더미를 보고 절망하여 양손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즉시 망설이지 않고 창문을 열어젖힌 후 긴 빗자루를 사용하여 새 떼를 모두 들쑤셔 깨웠다. 깃털과 날개의 괴물 같은 구름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올랐고, 아델라는 바쿠스의 지팡이가 일으키는 돌풍으로 보호받는 분노한 시녀 메나드처럼 파괴의 춤을 추었다. 아버지는 공포에 질려 팔을 휘두르며 당신의 깃털 달린 패거리와 함께 공중으로 떠오르려 했다. 날개 달린 구름은 천천히 멀어져 갔고, 마침내 아델라는 지쳐 숨을 헐떡이며 아버지와 함께 전쟁터에 남겨졌다. 아버지는 걱정스럽고 풀 죽은 표정으로 완전한 패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p34 「새」 중
[P. 75] 그런 밤에 어린 소년을 급하고 중요한 심부름을 시키러 내보내는 것은 대단히 멍청한 짓인데, 왜냐하면 그 반쯤 어두운 속에서 거리는 늘어나고 혼란스럽게 얽혀 들기 때문이다. 도시 깊은 곳에서 반사된 거리들, 똑같이 생긴 가짜 거리들, 속임수 거리들이 열린다. 상상력은 마법에 걸리고 잘못 이끌려, 익숙해 보이는 지역의 허구적인 지도, 거리가 원래 이름대로 제자리에 있지만 밤의 지칠 줄 모르는 생산성으로 새롭게 허구적으로 배치된 지도를 만들어 낸다. 그런 겨울밤의 유혹은 대체로 빠르지만 익숙지 않은 지름길을 택하려는 순진한 욕구에서 시작된다.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옆길을 택하면 복잡한 걸음을 짧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 상황은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p75 「계피색 가게들」 중
[P. 377] 어색하게 찌푸린 얼굴들을 둘러보며 나는 50년 전의 똑같은 상황을 떠올렸다. 그때 나는 어머니 곁에 서 있었고, 어머니는 여자 선생님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제 어머니 대신 선생의 귀에 무언가 속삭이는 것은 교장이었고, 선생은 머리를 끄덕이며 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이 학생은 고아입니다.” 마침내 교사가 학생들에게 말했다. “아빠도 엄마도 없으니 여러분이 잘해 주어야 합니다.” 그 짧은 소개를 듣고 눈물이, 감정에 겨운 진짜 눈물이 흘러나왔고, 교장은 그 자신도 감동하여 나를 교단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혔다. 이렇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내 학교에 푹 빠져들었다. 이전에는 한 번도 그렇게 수천 가지 일들과 계략에 열중하고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내 인생에 끊임없이 신나는 일들이 일어났다. 머리 위로 수많은, 복잡한 메시지들이 줄지어 오갔다. 신호와 전보와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받는 맨 끝에 내가 있었다. 아이들은 내게 쉬잇 소리를 내고, 눈을 찡긋거리며, 내가 지키겠다고 맹세한 수백 가지 약속을 갖은 방법으로 상기시켰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지만, 수업하는 동안에는 타고난 성실함으로 모든 공격을 냉정하게 견뎌 냈고 교사의 말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종이 울리자마자 소리 지르는 아이들 떼거리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초등학생다운 기세로 나를 둘러싸고 나를 거의 갈가리 찢어 놓았다. 그들은 뒤에서 다가오거나 책상 위로 쿵쿵 뛰어다니면서, 머리 위로 펄쩍 뛰고 공중제비를 돌았다. 각자 자기가 요구하는 바를 내 귀에 대고 소리 질렀다. 나는 모든 관심사의 중심이 되었고, 가장 중요한 계약, 가장 복잡 하고 의심스러운 거래는 내가 참여하지 않고서는 성사되지 않았다. 거리에서 나는 시끄럽고, 난폭한 몸짓을 해 대는 무리에 둘러싸여 걸었다. 개들은 멀리서 꼬리를 다리 사이에 넣고 지나갔고, 고양이들은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지붕 위로 뛰어 올라갔으며, 외롭고 작은 소년들은, 길거리에서 만나면,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여 소극적으로 체념하고 어깨 사이로 머리를 수그렸다. -p377 「연금 생활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