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를 읽는 재미는 다양한 작가의 개성이 살아있는 글을 만나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와 소재에 대하여 획일화된 주장과 느낌을 다변화하게 볼 수 있어 풍부한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인과 사색 11집>은 18인의 시인·수필가가 갖가지 목소리로 시와 수필을 들려주고 있어 작가 한사람이 펴내는 단행본을 대하는 것과는 또 다른 다양하게 읽는 재미와 더불어 많은 작가의 문학 정서를 찾을 수 있어 확장되는 생각과 의식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동인지는 그 시대의 문화 흐름과 문학이 지향하는 바를 볼 수 있어 문학 역사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작가소개> 시인과 사색은 2006년 <문학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순수한 문학 의식을 가진 작가들이 모여 결성한 동인회로 꿈을 주는 문학, 화합의 문학, 올바른 문학의 가치관을 가지고 문학을 위한 문학을 하고자 모인 동인 단체이다. 이번 시인과 사색 11집은 회원 중 이창원 시인(회장), 손상도 시인(부회장), 이종열 시인(부회장), 신남춘 시인(시 분과 회장), 김혜정 시인, 이영주 시인, 배춘봉 시인, 박춘숙 시인, 김홍대 시인, 최대락 시인, 이중희 수필가, 이금란 시인, 고수환 시인, 김옥련 시인, 류금자 시인, 김미화 시인, 김중영 시인, 김영태 시인이 참여하였다.
책속에서
[P.20] 빛바랜 간이역
인생 그 자체도 알고 보면 쉬이 드러나 있지 않은 간이역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뒤 돌아보며 옛 추억을 더듬어본다 진달래의 향기를 느끼며 통학하던 아이들이 있었고 눈 내리던 겨울날 사랑하는 이를 보내야 했던 그 간이역이 아니었던가
장날이면 괴나리봇짐 북적되던 그 간이역도 이젠 빛바랜지 오래다
어스름 어둠과 함께 눈꽃이 하늘을 타고 내려오는 저녁 무렵에 종이와 볼펜 한 자루 주머니에 챙겨 넣고 낡은 간이역의 香臭(향취)를 찾아 오늘도 길을 떠난다
[P. 35] 외로움
밤마다 밤마다 부처를 안고 자고 아침이면 부처를 끌어안고 일어나도
외로운 이내 몸 구만리를 떠도는데 떠도는 흰구름께 갈 길을 물어봐도
언제고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나가라 하누나
[P. 38] 계절의 교차로
버스를 타고 칠성시장을 지날 때 차창 밖의 여러 풍경에 눈길을 모았다 시장 바닥은 철벅철벅 비취 파라솔 안에는 가을비가 바닥에 흥건히 누워있다
무 세금 전표주인은 머리에 비닐봉지를 쓰고 지나가는 이들 앞앞을 채소 단을 내밀면서 고된 삶을 노래한다.
그 누구도 가는 길 멈추고 노래를 듣지 않는다. 파란 신호가 등 밀어서 눈 감고 왔지만 떨어진 단풍 같은 처량한 모습에 마음이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