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회도서관 홈으로 정보검색 소장정보 검색

목차보기


머리말

제1장 T. W. 아도르노, 혹은 역사적 비유들
제2장 맑스주의 해석학의 몇가지 형태
1. 발터 벤야민, 혹은 향수
2. 마르쿠제와 실러
3. 에른스트 블로흐와 미래
제3장 게오르그 루카치
제4장 싸르트르와 역사
제5장 변증법적 비평을 위하여
1. 헤겔적 문학비평: 통시적 구성물
2. 문학적 범주: 내용의 논리
3. 형식과 내용의 매개로서의 동어반복
4. 관념론?실재론?유물론
5. 맑스주의 대 사회학: 작품의 재정초
6. 맑스주의와 내적 형식

초판 역자 후기 / 개정판 역자 후기 / 찾아보기

이용현황보기

맑스주의와 형식 : 20세기의 변증법적 문학이론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1896025 801.95 -14-3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1896026 801.95 -14-3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현존하는 대표적 맑스주의 문학·문화이론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현대적 고전


『맑스주의와 형식』은 아도르노, 벤야민, 마르쿠제, 블로흐, 루카치, 싸르트르의 주요 저작을 선구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그의 또다른 저서 『언어의 감옥』(The Prison-House of Language, 1972)과 함께 서구 맑스주의 문화이론과 문학비평의 전통을 확장한 것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제임슨은 현대의 변증법적 작업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하면서, 여기서 다루는 체계들이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보완하며 더 폭넓은 변증법적 종합 속에서 용해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도르노가 논한 시간 속에서의 변증법적 진화, 벤야민·마르쿠제·블로흐가 논한 해석학적·탈신비적·복원적인 변증법적 사유, 루카치가 논한 예술적 구성물과 그 기반이 되는 사회생활에 내재하는 현실 간의 징후적 관계, 싸르트르가 논한 위장되었지만 숨길 수 없는 계급투쟁으로서의 현실의 성격 등이 그것이다. 제임슨은 이들의 저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파편화되어 총체화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총체상을 구현할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색하며, 종교적 유토피아 충동이 현실사회의 현실적 추동력으로 작용하는 인식론적 역사를 고찰한다.

제1장은 제임슨이 ‘가장 세련된 변증법적 지성이며 가장 세련된 문장’이라고 부른 아도르노의 『신음악의 철학』과 『부정변증법』, 『문학단상』 등을 다룬다. 쇤베르크와 스뜨라빈스끼라는 초기 현대음악의 극단을 차지한 음악세계에 대한 아도르노의 분석을 따라가면서 제임슨은 현대음악에서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의 분리와 형식의 전면화가 중산계급이 권력을 장악한 이래 가속화된 예술적 변화의 산물이며, 나아가 예술을 소비하게 된 시대가 낳은 음악형식임을 밝힌다. 또한 『부정변증법』을 진정한 총체적 사고에 대한 과잉 추상, 철학 자체를 항상성과 영원함이라는 환각에서 구해내려는 시도로서 심각한 내적 모순을 지닌 반(反)체계적 체계화로 파악한다. 즉 문학과 예술이 사회·역사적 현실을 반영하려 하나 너무나 이질적이어서 하나의 생각으로 포괄할 수 없게 된 현대 세계에서 모든 것을 말하려다 결국 한가지만을 말하고 마는 걸작의 운명을 닮았다. 이는 아도르노 체계의 ‘총체화할 수 없는 총체성’에 대한 지적이다.
제2장은 벤야민, 마르쿠제, 블로흐를 통해 맑스주의 해석학의 몇가지 양상을 보여준다. 근대사회의 손상된 삶과 노동분업이 야기한 심리적 상처, 소외를 고찰한 근대철학의 전문가적 차가움에 더해 자신의 구원을 상정한 벤야민의 변증법적 노련함을 짚어내며 동시에 현대 산업문명에 대한 그의 애매한 태도를 지적한다. 이어 2절 ‘마르쿠제와 실러’에서는 유토피아적 사유의 기원과 마르쿠제 현실주의의 원천을 검토한다. 마르쿠제에게 구원은 역사적 필연이 아니며, 리비도를 충족하는 노동을 꿈꿀 수 있는, 공격성이 제거된 사회의 가능조건이 쾌락원칙, 사회적 도덕성의 요구와 조화될 수 있는 유토피아의 토대이다. 3절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덜한 ‘혁명적 신학자’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를 중심으로 종교(기독교)와 맑스주의의 연관을 탐색한다. 종교가 불러일으키는 유토피아에 대한 소망의 주관적 의식화와 절대적 확신의 실체화는 맑스주의의 가장 본질적인 정신적 자양분이기도 하다. 블로흐의 사상은 종교와 정치를 잇는 접점을 폭발적으로 ‘재개통한다’.
제3장은 일반적으로 불연속적 변모를 겪었다고 평가되고, 그의 초기 사상이 후기의 리얼리즘 이론을 폄하하는 데 일조해온 루카치 사상의 일관성을 이해하는 작업이다. 루카치의 문학논의를 일관하는 개념쌍은 (헤겔적) 구체와 추상이며, 루카치 평생의 작업은 서사와 그것이 표현하는 현실의 관계, 서사가 다른 양식에 비해 지닌 인식론적 가치에 대한 지속적 성찰이었다고 본다. “서사시적 서사행위를 재확립하려는 의지로서 『소설의 이론』에 새겨진 구체성의 이상은 이후 리얼리즘 이론에서도 온전히 살아남는다.”(244면) 루카치의 작업은 서사와 총체성의 관계를 강조함으로써 경험적 관찰에 하나의 이론틀을 제공한다. 즉 맑스주의를 존재론으로, 현실의 우리와 존재 자체의 관계를 회복하는 근원적 양식으로 본다.
제4장은 싸르트르의 『변증법적 이성 비판』을 중심으로 그것이 실존주의와 맑스주의의 화해의 기획이 아니며, 싸르트르 사상에서 맑스주의는 실존주의 ‘이후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전생애를 통해 공존해온 동시적 관심사였음을 밝힌다. 제임슨은 싸르트르와 맑스 간 유사성을 인상적으로 보며, 『변증법적 이성 비판』을 통해 싸르트르가 은폐된 계급관계를 보는 지점, 궁극적인 사회존재의 현실에까지 도달했다고 파악한다.
제5장에서는 변증법적 사유가 문학형식의 문제를 다룰 때 보이는 양상을 고찰하면서 제4장에서 다룬 개념들을 확장한다. 제임슨은 헤겔과 맑스의 개념작업의 조합을 제시하며, 맑스주의의 이름 아래 수행된 헤겔 관념론 공격에 대해, 비판적 도구로서 변증법을 사유하는 헤겔 철학의 지점을 제시한다. 헤겔은 자기 체계의 내적 모순이 발전한 궁극적 모습이며, 맑스의 작업은 이에 대한 수정이다. 맑스가 거부한 것은 헤겔 철학의 특수한 측면이지 그 철학 전체가 아니며, 맑스는 역사적 상황에서 존재의 개념을 포착하지 못한 헤겔 사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오래전에 온전성과 충일감을 상실했다. 상실해버린 총체성의 파편으로서 문화적 사실들은 언급, 해설, 풀이, 진단을 갈구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비평의 기능은 분명해진다. 이 책은 현대 비평에 대한 제임슨의 강력한 기원으로 끝난다. “따라서 계속해서 내부와 외부 및 실존과 역사를 비교하고, 계속해서 현재 삶의 추상성을 심판하며, 구체적 미래라는 이념을 살려나가는 일은 문학비평이 맡아야 할 작업이다. 문학비평이 이런 과제를 제대로 해낼 수 있기를!”(474면)

제임슨식 변증법적 사고의 현재적 의미

이 책은 계급구조가 은폐되고 체제에 의한 물화가 전면화한 자본주의 시대, 탈산업사회에 정통 맑스주의 문학이론을 재정립하려는 제임슨의 시도라 할 수 있다. 1971년 출간 당시 영미 비평계를 주름잡던 실증주의적·경험론적 사고의 한계와 신비평의 몰역사성을 비판하면서 제임슨은 총체적이고 관계적이면서 구체성에 뿌리박은 새로운 사유형식을 역설했다. 즉 헤겔 변증법,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구조주의, 형식주의, 기존 맑스주의 이론 등 다양한 시각의 한계들을 짚으면서 이를 지양하고 종합하는 가운데 자신이 생각하는 변증법적 비평의 윤곽을 잡는 방식이다. 이런 서술방식은 기본적으로 비(非)체계로서 반(反)체계의 특성을 갖는 변증법적 사고방식에서 비롯한다. 제임슨에 따르면 “변증법적 사고란 변증법적 문장의 완성과 다름없”고(9면), “변증법적 사유란 두제곱된 사고, 즉 사유 자체에 대한 사고로서, 정신은 대상이 되는 자료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고과정도”(68면) 다루기 때문이다.
그에게 변증법적 비평은 고정된 내용의 분석이 아니며, 하나의 ‘형식’으로서 그 사유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다. 맑스주의는 구체적 해답이나 내용을 제시하는 체계가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틀,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책의 제목에서와 함께 책 전체에서 형식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형식에 대한 강조는 현대 사회와 문화예술에서 내용이 점차 은폐되고 형식이 전면화하는 데 대한 그의 통찰을 반영한다. 제임슨은 내용과 형식에 대한 서구사상의 오랜 이원론적 사고를 극복하려는 야심찬 기획 속에서 ‘형식’을 맑스주의와 변증법적 비평의 특성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나는 문화사회학이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의 형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문화사회학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떤 철학적 전제를 끌어들이든, 실천이자 개념 작업으로서 문화사회학은 항상 두 극 사이에 방전이 일어남을, 즉 두 불균등한 항목이나 서로 무관한 것 같은 두 존재양식이 서로 마주치게 됨을 뜻한다. 가령 문학비평 영역에서 사회학적 접근은 필연적으로 개별 예술작품을 더 넓은 형식의 사회현실과 병치하게 된다.”(23면)

이 책은 저자가 접근하는 다양한 대상과 그 대상이 대상으로 하는 예술작품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요한다. 음악, 문학, 역사, 철학 등 다방면에 걸친 주요 이론가들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기에 이 책의 독서는 결코 쉽지 않다. 변증법적 사유의 특성을 한껏 드러내는 제임슨의 문장 또한 그러하다. 그 문장들은 명징한 정의나 정리된 체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는 다루는 대상에 기대어 그것을 넘어서면서 자기 사유의 주요 개념들을 다루며 역사적 맥락 속에서 그것들의 현재적 의미를 성찰한다. 그러나 이 풍성한 변증의 숲을 더듬거리며 나아가다보면 사유를 사유하는 정신, 이분법적 관념론에서 벗어나 현실의 구체성으로 되돌아오는 인식을 통해 한층 확장된 사고의 지평을 만날 수 있다. 출간 후 40여년, 전지구적 차원에서 현실화한 자본주의체제의 구조적 모순을 살고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이 견지하는 정통 맑스주의의 변증법적 사유는 오늘, 새로운 역사적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